세대교체 열망이 만든 '한국판 마크롱'…진영 넘어 관용·공존의 길 제시하길

입력 2021-06-13 17:44   수정 2021-06-14 02:10

헌정사상 최초로 0선의 30대 제1야당 대표가 등장했다. 1985년생인 이준석 국민의힘 신임 대표는 한국 나이로 36세다. 새 당대표의 나이로만 보면 국민의힘은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보수 정당을 꾸준히 괴롭혀온 ‘꼰대’ 이미지를 털어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경험과 연륜이 부족하다”는 기성세대 정치인들의 공격에 노출되기도 쉽게 됐다.

물론 이런 논리는 이 대표로선 억울한 것일 수도 있다. 국회의원 경험만 없을 뿐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 새누리당 혁신위원장, 미래통합당 최고위원 등 지난 10년간 국민의힘 계열 정당에서 주요 당직을 두루 경험했기 때문이다. 세 번의 지역구 선거 완주 경험도 간단치 않다.

따라서 경험 부족에 대한 방어보다 이 대표가 더욱 신경 써 통과해야 할 시험대는 기존 여의도 정치와 확연히 구별되는 대안적 ‘2030 정치’의 실체를 스스로 입증하고 실현해 나가는 것일 터다. ‘이준석 신드롬’의 원인은 그의 화려한 정치 이력에 있다기보다 세대교체와 변화를 갈구해 온 시민들의 바람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는 일반 국민 대상 여론조사에서 58.8%라는 높은 지지를 받아 경쟁자들을 압도했다. 이는 내부로부터의 변화에 둔감했던 거대 보수 야당을 외부로부터 개혁·쇄신시키고자 한 시민들의 관여에 따른 결과라고도 평가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 양대 정당이 여의도 정치를 좌지우지해온 한국의 정치 현실을 고려해보면 집권 여당에 실망한 표심이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향할 수 있는 선택 공간은 상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간 한국 사회에는 ‘왜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나 핀란드의 산나 마린 총리처럼 젊은 정치 지도자가 나오지 않느냐’는 아쉬움이 팽배했다. 이는 결국 여의도 기성 정치에 대한 유권자의 누적된 불만에 기인한 바일 것이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이준석 대표가 과연 30대 당대표를 선출한 국민과 당원들의 요구·염원을 제대로 실현해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특히 ‘공정을 담보하려는 능력주의 담론이 되레 보수 정당을 전통적 엘리트주의로 회귀하게 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는 게 사실이다.

우리 유권자들은 대한민국 현대사에 뿌리깊은 소위 산업화·민주화 세력 간 진영 갈등에 상당한 피로를 느끼고 있다. 이제 정치권은 지역·이념·기반의 갈등과 양극화를 넘어 변화와 공존의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 대표가 취임 수락 연설 중 ‘공존’이라는 가치를 강조한 것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생각이 다른 경쟁자를 ‘적’으로만 대할 게 아니라 상호 관용하는 공존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새로운 경쟁 모델이 이번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를 계기로 자리잡길 기대해 본다.

이재묵 <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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