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꼰대·공정·SNS·脫여의도…'변화에 대한 갈증'이 신드롬 낳아

입력 2021-06-13 18:15   수정 2021-06-14 02:11


정치권을 강타한 ‘이준석 신드롬’ 뒤엔 “전 세대를 아우르는 ‘변화에 대한 열망’이 있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지역·세대·계파로 나뉘어 ‘제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했던 ‘꼰대’ 정치 세력을 교체해야 한다”는 국민적 갈구가 그를 향한 지지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인천공항공사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의 입시 비리 의혹 등 ‘불공정’에 분노한 청년들은 그가 던진 ‘공정 경쟁’이란 화두에 몰입했다. 디지털 공간에서 자신의 의견과 가치관을 자유롭게 표출하는 사회적 풍토 속에서 그의 SNS 소통 방식은 더 강한 파급력을 보였다. ‘검찰개혁’ 같은 국민 실생활과 괴리된 얘기에서 벗어난 ‘탈(脫)여의도 언어’도 이준석 신드롬을 일으킨 요인으로 꼽힌다.
(1) ‘반(反) 꼰대’ 정서
전문가들은 “기성 정치권에서 느끼는 반감이 이준석 신드롬에 반영됐다”고 분석한다. “취업난, 집값 폭등 등 민생 문제 해결은 뒷전에 두고, 네편·내편으로 갈려 싸우는 구태정치에 환멸을 느껴 30대 원외인 이 대표에게 지지를 보냈다”는 설명이다. 정권 교체를 위해 야당의 변화를 바라는 보수층의 갈망도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달 28~29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시행한 여론조사를 보면 이 대표는 30대(39.2%)보다 60대 이상(41.0%)에게 더 많은 지지를 받았다. 20대(47.3%)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세대교체’ 열망은 그만큼 전 세대에 걸쳐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난 20~30년간 ‘친박’, 86세대 등 특정 정치 세력이 정치를 주도했지만 사회 발전은 더뎠다는 인식이 국민들 사이에 크다”며 “이런 구태를 깨려는 이미지에 사람들이 열광했다”고 분석했다.
(2) 공정에 대한 열망
문재인 정부 들어 ‘공정’이란 가치가 재부각된 것도 한몫했다. 이 대표는 줄곧 능력주의에 기반한 ‘공정 경쟁’을 강조했다. “능력을 최우선 판단한다” “과다한 할당제를 없애겠다”라는 메시지를 쏟아냈다.

그가 던진 공정 경쟁이란 화두는 ‘조 전 장관 딸의 입시비리’ ‘추미애 전 장관 아들의 군 특혜 휴가’ 등 불공정 이슈에 분노하던 청년들을 자극했다. 이른바 ‘약자’를 보호한다는 현 정부가 삶의 질 개선은커녕 경쟁의 기회마저 빼앗아간다고 느낀 이들에게 공정 경쟁이란 메시지는 소구력이 컸다. 이범 교육평론가는 “지위의 격차를 줄이지 못한다면 지위를 얻기 위한 경쟁의 룰이라도 공정하게 해달라는 사회 심리가 강해졌다”며 “이런 정서와 반대로 취업시장과 대학입시에서 할당제가 확대되면서 청년들의 불만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3) 친숙해진 ‘디지털 환경’
뒤바뀐 디지털 환경도 지지세를 키운 요인이다. 과거 시민들은 정치적 목소리를 내기 위해 현장에 나가 집회를 했다. 지금은 60대 이상 장년층도 SNS에 자신의 의견을 적극 개진한다. 기성 정치인보다 SNS에 능숙한 이 대표는 이런 환경을 적극적으로 파고들었다. 온라인에선 화두였지만 기성 정치권은 외면했던 젠더 이슈를 ‘여성 할당제 폐지’라는 구호로 다듬어 2030 남성을 결집시켰다.

젠더 이슈를 두고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와 페이스북에서 연일 설전을 벌인 게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재생산돼 그의 정치 구호를 선명하게 한 계기가 됐다. “진 전 교수가 사실상 이준석의 선거대책위원장”이란 얘기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4) 탈여의도 언어
그의 언어도 기존 정치인과 다르다. 그는 지난 9일 TV토론에서 막말 리스크를 언급한 나경원 후보에게 ‘억까’라는 말을 썼다. ‘억까’는 2030세대가 사용하는 언어로 ‘억지로 까다’의 준말이다. 취임 연설도 가수 임재범의 노래 ‘너를 위해’에서 가사를 차용했다.

기존 계파와 지역 중심의 여의도 언어를 벗어난 것도 특징이다. 그는 지난 4일 대전에서 열린 마지막 당대표 후보 합동연설회에서는 ‘공교육 강화’를 통한 기회의 공정을 강조했다. 다른 후보들이 표심을 얻기 위해 충청권 인사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의 친분을 강조한 것과 대조적이었다. 60대 이상 보수층이 “젊은 친구 얘기에 틀린 게 없다”며 공감을 표시한 데에는 ‘정치’를 넘어 ‘국가 비전’을 제시하는 그의 연설에 공감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최 교수는 “진보·보수 이데올로기나 특정 계파에 얽혀 있지 않다는 이미지와 기득권이 없는 정치인으로 비쳐지는 모습이 그의 강점”이라고 평가했다.

양길성/최예린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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