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이준석 돌풍'을 바라보며

입력 2021-06-14 17:22   수정 2021-06-15 00:09

우리는 눈이라는 감각기관을 통해 시각(視覺)을 갖게 된다. 흔히 눈을 카메라에 비유하지만, 눈은 카메라와 상대가 안 될 정도로 훨씬 복잡한 기능을 갖고 있다. 눈은 신경망을 통해 코드나 패턴의 형태로 전환해 뇌에 정보를 전달함으로써 사물을 인식하게끔 한다. 즉, 시각이란 망막을 통해 사물이 포착되더라도 그것 자체로는 그 어떤 의미도 없으며 결국 뇌의 신경망 시스템을 통해 코드로 전환돼야 비로소 파악되는 고도의 감각 기능이다.

시각에 빛은 필요조건이다. 빛 없이 우리는 어떤 사물도 인식할 수 없다. 그런데 빛의 속도는 유한하다. 거기다 망막을 통해 인지된 사물이 신경계를 통해 뇌에서 지각하는 데까지 또 시간이 소요된다. 따라서 우리의 ‘시각’이란 엄밀히 말해 과거를 인식한 것에 불과하다.

또 다른 감각과 마찬가지로 눈이란 감각기관을 통해 획득한 정보는 ‘불충분’한 정보로, 뇌를 활성화해 나머지를 완성하는 만큼 왜곡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시각에 장애가 생길 때 빈번하게 발생하는 병변 중 하나가 환각(hallucination)이다. 꿈과 환각은 감각기관을 통한 외부의 자극 없이 뇌가 자의적으로 만드는 시각적 결과란 측면에서 비슷하다. 그만큼 우리의 시각은 결점투성이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결점이 많은 시각이지만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감각이 바로 시각이다. 역사적으로 사형 다음으로 큰 형벌은 시각을 빼앗는 것이었다. 우울증 발생률이 높은 장애가 시각 장애이고 자살률이 가장 높은 장애도 역시 시각 장애다.

영어로 시각을 비전(vision)이라고 하는데, 비전의 또 다른 뜻은 ‘미래에 대한 포부나 꿈’이다. 최근 애플의 스티브 잡스,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같이 스타트업을 창업해 굴지의 기업으로 키운 창업자들에게 공통적인 가장 중요한 성공 요인은 ‘비전’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비전은 벤처회사들이 필연적으로 겪게 되는 성쇠의 고통을 이겨낼 수 있는 원동력이자, 조직을 결속시키는 열정과 끈기 그리고 회복력을 만들어내는 요인이다.

저커버그는 직원이 현재 1만 명이 넘지만, 아직도 신입사원을 채용하면 일일이 개인적으로 환영하는 자리를 마련한다고 한다. 짧지만 자신의 비전을 공유하는 자리다. 최근 암호화폐로 인해 설화(舌禍)의 중심이 된 머스크도 마찬가지다. 그의 친구이자 우주비행사인 페르 위머는 “머스크는 돈이라는 작은 것에 연연해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다. 그는 그것보다 훨씬 원대한 비전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물론 비전이 지나치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비전은 일종의 마약이라고 할 수 있다. 마약의 경우 동일한 행복감을 유지하려면 투여량을 늘려야 한다. 마찬가지로 비전을 가진 사람은 성취감을 느끼기 위해 ‘이젠 그만’이라는 것이 없다.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이라는 마약을 투여해야 한다. 실제로 머스크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수면제 없이는 잠을 잘 수 없다”고 토로한 적이 있다. 테슬라 이사회가 가장 걱정하는 것이 머스크가 불면증으로 새벽에 트위터 등을 통해 실언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만큼 비전은 끊임없는 성취와 혁신의 원동력이다.

생물학적 시각이 과거를 보고 있다면, 심리학적 시각은 미래를 봐야 한다. 지난 4월의 보궐선거 그리고 최근 야당 대표 경선에서 나타난 ‘이준석 돌풍’을 낳은 20대 표심은 미래를 빼앗긴 세대의 울분이다. 이들은 자신의 비전을 빼앗아 ‘시각 장애인’으로 전락시킨 기성세대에 대한 믿음이 전혀 없다. 그런 만큼 기성세대보다 자신들 세대의 정치인을 더 믿을 수밖에 없다.

이준석 신드롬은 ‘보수 정치인 이준석’이 아니라 ‘30대 이준석’이란 토양에서 잉태된 것이다. 이를 여권에서 ‘젊은 세대의 보수화’라면서 이념의 관점에서 비난하는 건 그들의 심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과거나 이념에 집착하는 지도자가 아닌, 미래 지향적이며 실용적인 지도자가 필요하다. 국민에게 진정한 빛을 보여줄 수 있는 지도자, 바로 그런 빛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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