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마냥 반길 수 없는 美 임금 상승

입력 2021-06-14 17:24   수정 2021-06-15 00:08

미국 뉴욕의 타임스스퀘어에 있는 맥도날드 매장엔 작년 말 무인 주문기 9대가 새로 설치됐다. 대신 카운터 직원은 한 명뿐이다.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이후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주문과 결제 절차를 자동화했는데 최근엔 뜻밖의 추가 소득을 얻고 있다. 역대 최악의 구인난 속에서도 신규 채용이나 인건비 급등을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역대 최악 구인난 속 인건비 급등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4월 미국에서 채용 공고를 내고도 뽑지 못한 인력은 321만 명에 달했다.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0년 후 최대치다. 같은 달 기준 실업률이 6.1%로 높은 편인데도 구인난이 심각한 건 ‘코로나19 실업수당’ 탓이란 지적이 지배적이다. 미 정부는 지난해 3월부터 기존 실업수당 외에 매주 300달러를 얹어주고 있다. 일종의 위로금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최근 ‘집에서 TV를 보며 쉬면 공장·식당에서 일할 때보다 돈을 더 벌 수 있다’고 보도했을 정도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정부발(發) 임금 인상을 유도하고 있다. 연방정부 계약직 근로자의 최저시급을 내년 3월부터 현재 10.95달러에서 15달러로 올리기로 했다. 별도로 일반 근로자의 최저시급을 7.25달러에서 2025년까지 15달러로 높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공화당의 반대로 의회 문턱을 넘지는 못했지만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다.

요즘 미국 경제는 예상 밖 호황을 맞고 있지만 기업들의 속사정은 다르다. 넘쳐나는 주문을 제대로 소화하기 어려워서다. 원자재·부품 부족 및 물류난과 씨름하던 상황에서 인력난이 겹쳤다.

사람을 구하는 게 워낙 어렵다 보니 경쟁적으로 임금을 올리고 있다. 미국에선 흔치 않은 자녀 학자금까지 내걸고 채용하는 기업이 적지 않다. 미 상공회의소가 이달 초 회원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90.5%가 “인력 수급 문제로 기업 활동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답했다.

기업들이 돌파구로 삼고 있는 것은 자동화다. 초기 비용이 높을 뿐 매년 인건비 상승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건 덤이다.

아마존은 13일(현지시간) 자사 블로그에서 자율이동로봇(AMRs) 3종과 선반에서 물건을 내리는 로봇을 동시에 개발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이 회사는 지난달 물류창고 직원 7만5000여 명을 새로 뽑으면서 종전 15달러였던 신입 직원 시급을 17달러로 인상했다. 로봇은 머지않아 ‘블루칼라’ 직원들을 상당 부분 대체할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 측은 인력 재배치를 통해 일자리를 줄이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사람 대신 로봇·기술 도입 늘어
복잡하지 않은 소프트웨어를 채택해 시간과 비용을 대폭 절감한 기업도 있다. 작년 인공지능(AI) 챗봇을 들여온 사우스웨스트항공이 대표적이다. 2000여 명을 상시 채용하는 이 회사는 구인 기간을 종전 평균(35~45일) 대비 절반 이하로 단축했다. 챗봇이 인사팀을 대신해 구직자들과 누적 기준 120만여 회의 질의응답을 진행한 결과다. 엄밀히 말해 사우스웨스트는 종전 규모의 인사팀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사모펀드인 칼라일그룹의 제이슨 토머스 글로벌 연구소장은 “다양한 고정비용을 기술이 극적으로 줄여줄 수 있다는 사실을 경영자들이 깨닫기 시작했다”고 요즘 분위기를 전했다.

인건비 상승 압박이 커질수록 기술과 로봇에 대한 대체 수요 역시 덩달아 증가한다는 게 기업인들의 증언이다. 근로자가 임금 상승을 마냥 반길 수만은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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