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쌍용차 자구안만으론 자금 지원 어렵다"

입력 2021-06-14 17:40   수정 2021-06-15 06:47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사진)이 ‘2년 무급 휴직’을 골자로 한 쌍용자동차 노사 합의안에 대해 “나름 진전이 있었지만 인수 후보자 관점에서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며 “향후 이를 반영한 (인수 후보자의) 사업계획서가 제시되면 타당성 검토를 거쳐 금융 지원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14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쌍용차 자구안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쌍용차 노사가 이날 공식 합의한 자구안에는 2년 무급 휴직을 비롯해 △2년간 임금 삭감 및 복리후생 중단 △임원 임금 20% 추가 삭감 △경영 정상화 전까지 무파업 결의 △단체협약 주기 2년→3년 연장 등이 포함됐다. 특히 이 회장이 직접 요구한 무파업 약속과 단체협약 주기 연장 등을 노조 측이 전격적으로 수용하면서 산은도 화답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 회장은 이미 법원으로 공이 넘어간 만큼 산은의 역할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 회장은 “쌍용차 노사가 산은 요구를 수용했으니 이제 산은과 정부가 답할 차례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모두 오해”라며 “쌍용차는 현재 법원에서 회생인가 전 매각 과정에 있는 만큼 쌍용차 자구안의 평가도 (산은이 아닌) 법원과 인수 후보자들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자신이 밝힌 선행 조건을 쌍용차 노조가 수용한 데 대해서도 “(쌍용차 회생을 위한) 필요조건이었을 뿐 충분조건은 아니다”고 일축했다.

이 회장은 쌍용차 자구안을 투자자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그는 “2년 무급 휴직이 노조나 직원 입장에서 적지 않은 희생을 감수한 결과라는 점은 잘 알고 있다”면서도 “투자자 관점에서 과연 쌍용차가 2년 안에 정상화될 것인가, 그 전에 인건비 상승으로 또다시 부실이 나지 않을 것인가 등의 질문을 던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미지급 임금채권에 대해서도 노조 측은 일단 뒤로 미룬 뒤 나중에 받겠다고 하는데 투자자는 결국 자신이 투자한 자금이 과거 부실을 메우는 데 쓰이지 않을까 걱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현재 거론되는 잠재 인수 후보자 가운데 진정성 있는 후보자가 많지 않다고 비관적 진단을 내리기도 했다. 이 회장은 “언론에서 잠재 인수 후보자를 다수 거론하고 있지만 이 가운데 진정성 있는 후보자는 매우 귀한 것 같다는 생각”이라며 “이달 말 매각 공고 이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까지 순탄하게 가더라도 11월 말은 될 텐데 이 과정에서 많은 고난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쌍용차는 지난해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가 신규 투자 계획을 철회하면서 새로운 투자자를 물색해 왔다. 산업은행과 마힌드라, 미국 자동차유통업체 HAAH오토모티브와 4자 협의체를 구성하고 매각 협상을 진행했으나 결국 무산됐고 지난 4월부터 법원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다. 법원은 최근 한영회계법인과 법무법인 세종 컨소시엄을 쌍용차 매각 주관사로 선정해 이달 말 경영권 매각 입찰 공고를 내고 투자자 찾기에 나설 예정이다. 주요 인수 후보로는 국내 전기버스 제조업체 에디슨모터스, 전기차업체 케이팝모터스, 사모펀드 계열사 박석전앤컴퍼니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한편 이 회장은 산은이 보유한 3000억원 규모의 HMM 전환사채(CB)에 대해 “이익 기회가 있는데 포기하면 배임이라 당연히 (주식으로) 전환할 것”이라며 “매각과 관련해서 결정된 사항이나 접촉한 기업은 없다”고 밝혔다. HMM CB 전환가격은 주당 5000원으로 현 주가(4만6250원)를 기준으로 하면 주식 전환 이익이 2조원을 넘는다.

이호기/정소람/김일규 기자 h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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