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력발전세 놓고 지자체·부처 국회서 충돌

입력 2021-06-15 17:22   수정 2021-06-16 01:32

석탄화력 발전소에 지방자치단체가 부과하는 지역자원시설세를 올리는 방안을 놓고 국회에서 지자체 및 각 부처 간 치열한 물밑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행정안전부·지자체 등 찬성 측은 “발전소 주변 지역 환경 개선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선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산업통상자원부·한국전력 등은 “전기료를 올리거나 한전이 영업손실로 떠안을 수밖에 없다”며 맞서고 있다.

“화력발전 지방세 더 내라”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는 전날 박완주 정책위 의장 주재로 행안부와 산업부 관계자를 소집해 비공개 당정협의를 진행했다.

이날 당정협의 주제는 지방세법 개정안이었다. 한 참석자는 “민주당 정책위 차원에서 석탄화력 발전소에 부과하는 지역자원시설세 인상안을 두고 합의점을 찾으려고 시도했다”며 “행안부와 산업부 간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면서 이렇다 할 결론을 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역자원시설세는 지역 자원을 보호하고 안전관리·환경개선 사업 등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부과하는 목적세다. 주로 발전소 등 주민이 기피하는 시설에 부과된다. 석탄화력 발전소에 대한 지역자원시설세는 2011년 지방세법 개정으로 도입돼 2014년부터 시행됐다. 처음 세율은 ㎾h당 0.15원으로 책정됐으나 이듬해 0.3원으로 한 차례 인상됐다.

석탄화력 발전소가 밀집한 충남 인천 전남 강원 등 지자체에서는 지역자원시설세를 추가 인상해야 한다는 요구가 끊이지 않았다. 21대 국회에서는 민주당 어기구(충남 당진) 박완주(충남 천안을) 의원, 국민의힘 김태흠(충남 보령·서천) 이명수(충남 아산갑) 배준영(인천 중·강화·옹진) 의원이 지역자원시설세 인상안을 담은 지방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중 어 의원안만 ㎾h당 세율을 2원으로 높이도록 했고 나머지 법안은 모두 1원이다.

인상안을 발의한 의원들은 석탄화력 발전소가 야기하는 환경오염이 심각한 수준임에도 세율이 수력·원자력 등에 비해 낮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수력(2.3원/㎾h)과 원자력(1원/㎾h)의 지역자원시설세 세율은 화력(0.3원/㎾h)에 비해 3~7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어 의원은 “석탄화력 발전소의 경우 수력이나 원자력에 비해 다량의 대기 오염물질을 발생시키고 이로 인한 농작물 피해도 심각하다”며 “그럼에도 다른 발전원에 비해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따르면 지자체들이 환경 개선 등에 쓴 예산은 2018년 기준 약 25조원에 육박했다.

지방재정 주무 부처인 행안부도 같은 이유로 세율 인상에 찬성 의사를 밝혔다. 행안부는 지난 3월 대통령 업무보고 자료에 화력발전에 대한 지역자원시설세 인상안을 포함시켰다.
전력업계, 연간 2700여억원 추가 부담
전력산업 주무 부처인 산업부와 한전 등 전력업계는 화력발전 지역자원시설세 인상은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화력발전 지역자원시설세가 ㎾h당 1원으로 인상될 경우 전력업계는 앞으로 5년간 매년 3800여억원의 세수 부담을 떠안을 전망이다. 2019년 납부한 화력발전 지역자원시설세(1152억원)의 세 배가 넘는 액수다.

산업부는 발전사들이 이미 발전 원료인 유연탄에 대한 개별소비세 등 다양한 형태로 환경 관련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는 점을 내세운다. 앞서 화력발전 지역자원시설세 인상안을 발의한 박 의장도 이런 점을 고려해 국세인 발전용 유연탄 세율을 ㎏당 46원에서 43원으로 인하하는 내용의 개별소비세법 개정안을 함께 발의했다.

전력업계에서는 화력발전 지역자원시설세가 인상될 경우 전기료 상승을 압박하는 요인이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료는 에너지 공급 비용과 투자 보수 등 총괄 원가를 감안해 산정된다”며 “화력발전 지역자원시설세는 공급 비용에 해당되기 때문에 오를 경우 당연히 전기료 인상 요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전기료 인상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인상된 지역자원시설세는 결국 한전이 떠안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있다. 한전은 2018년과 2019년 2년 연속 영업손실을 냈다. 2019년에는 손실 규모가 1조2765억원에 달했다. 지난해엔 4조원대 이익을 내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증권가에선 올해 한전의 이익 규모가 6000억원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매년 수천억원의 지역자원시설세를 추가로 부담할 경우 그만큼 영업손익이 악화되면서 재무적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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