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자화자찬 아니면 중국·북한만 바라보는 '외골수 외교'

입력 2021-06-15 17:22   수정 2021-06-29 10:33

영국에서 열린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와 관련, 정부가 보이는 행태가 납득하기 어렵다. 국제 기류와는 정반대인 대(對)중국·북한 저자세는 물론, 정상들이 찍은 기념사진 조작 논란까지 자초했다.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피(被)초청국 자격으로 참석한 것을 두고 “G8으로 자리매김했다”고 자화자찬했지만, 우리 외교 수준이 이 정도밖에 안 되는지 한숨부터 나온다.

정부는 정상회의 기념사진을 홍보물로 사용하면서 앞줄 맨 왼쪽의 남아공 대통령을 잘라내고 문 대통령이 가운데에 서 있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외교 결례를 넘어 국제적 망신이다. 백번 양보해 참모들의 의욕 과잉이 빚어낸 일이라고 해도, 이를 외교 성과로까지 연결시켜 ‘대통령 띄우기’에 나선 것은 낯뜨겁다. 더욱이 사진 위치는 국제 정상회의 의전에 따른 것일 뿐인데도,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대한민국의 국격을 백마디의 말보다 이 한 장의 사진이 더 크게 말하고 있다”며 “문 대통령의 자리가 대한민국의 오늘”이라고 자랑했다.

‘G8 국가’라고 자찬하면서도 대중·대북 압박을 담은 G7 공동성명에는 서명도 안 했다고 해명하기 급급한 모습은 궁색하다. 공동성명에는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에 맞서는 글로벌 인프라 구상인 ‘더 나은 세계재건(B3W)’ 등 대중 견제방안이 대거 들어 있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특정 국가를 겨냥하는 내용은 없다”고 억지 해석했다. 미국과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들이 중국을 ‘동맹 안보에 대한 구조적 도전’으로 규정하고 군사 분야까지 견제에 나선 마당에 이런 모호한 태도로 어떻게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대북 문제도 마찬가지다. G7·NATO 성명에는 북핵과 관련, ‘완전하고 돌이킬 수 없는 폐기’가 명시됐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고만 했던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보다 훨씬 강도가 높다. ‘모든 국가의 대북제재 준수’도 담겼다. 그런데도 여권은 제재 완화를 외치고 있다. 대통령의 대북 백신지원 발언을 굳이 오스트리아에 가서 한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외교를 하러 갔는지, 국내용 정치를 하러 갔는지 알 수 없다.

이번 G7 정상회의는 새 국제질서를 결정짓는 중대 분기점으로 평가받는다. 경제뿐 아니라 안보 분야까지 자유민주 진영 국가들이 대중 견제와 대북 압박을 위해 결속하는 장(場)이 됐다. 그런데도 중국, 북한만 바라보며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고, 대통령 띄우기에 열중하며 변죽만 울렸으니 답답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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