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버스터 신약' 앞세워…유한양행, 글로벌 50대 제약사 도약

입력 2021-06-16 15:41   수정 2021-06-17 17:45


유한양행은 자타가 공인하는 ‘착한 기업’이다. 18년 전 한국능률협회가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을 뽑기 시작한 이후 한 번도 제약부문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자신이 일군 회사를 사회에 환원한 창업자 고(故) 유일한 박사의 뜻을 이어받아 ‘투명경영’과 ‘나눔경영’에 힘써온 덕분이다.

하지만 유한양행이 ‘존경’받는 건 그저 착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실력을 겸비하고 있어서다. 국내 제약업계 순위만 봐도 알 수 있다. 유한양행은 2016년 매출 기준으로 국내 제약업계 1위 자리에 오른 이후 한 번도 왕좌에서 내려온 적이 없다. 좋은 의약품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데다 영업도 잘하니, 다른 제약사들이 당해낼 재간이 없다. 신약 파이프라인도 30개나 들고 있다. 미래 먹거리를 넉넉하게 마련해뒀다는 얘기다.

‘한국 챔피언’ 벨트를 찬 지 5년이 넘은 유한양행은 더 이상 국내에서 경쟁상대를 찾지 않는다. 창립 100주년을 맞는 2026년까지 매출을 두 배 이상(2020년 매출 1조6198억원→2026년 4조원)으로 끌어올려 ‘글로벌 50대 제약사’로 도약한다는 새로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현재 100위권인 세계 랭킹을 5년 동안 50계단이나 올라가야 하는 쉽지 않은 목표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5년 뒤 글로벌 50대 제약사로 도약”
유한양행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핵심 무기로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을 꼽았다. 하나만 제대로 개발해도 매년 수천억원의 이익을 10년 넘게 거둘 수 있다는 게 이유다.

유한양행에서 꼽는 최고 기대주는 자체 개발한 비소세포폐암 치료 신약 ‘렉라자’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3년 전 1조4000억원을 받고 미국 얀센에 기술수출한 데다 올초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31번째 국산 신약 허가도 받았다. 치료 효과와 시장성을 한 차례 검증받았다는 의미다.

렉라자는 지금 시행하는 글로벌 임상이 순조롭게 마무리되면 머지않은 시기에 한국을 넘어 세계에서 처방된다. 현재 렉라자만 단독으로 쓸 때의 효과와 렉라자와 얀센의 항암신약 ‘아미반타맙’을 함께 쓸 때의 약효를 각각 알아보는 추가 임상을 하고 있다.

렉라자는 3세대 돌연변이형 EGFR 억제 폐암 치료제로 분류된다. 대다수 폐암 환자는 비소세포폐암을 앓고, 이 중 30~40%는 EGFR 변이 진단을 받는다. 이런 환자에게 1, 2세대 표적치료제를 사용하면 절반 이상 약에 내성이 생겨 더 이상 반응하지 않는다. 렉라자는 이런 환자에게 쓸 수 있는 치료제다. 뇌혈관장벽(BBB: blood-brain-barrier)을 통과할 수 있어 뇌전이가 발생한 폐암 환자에게도 우수한 효능을 보인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현재 3세대 돌연변이형 EGFR 억제 폐암 치료제 시장의 맹주는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다. 연매출이 5조원에 달한다. 지금까지 임상 결과, 렉라자의 효능이 타그리소에 못지않은 것으로 확인되는 만큼 돌발변수만 없다면 렉라자가 연매출 1조원이 넘는 국내 첫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이 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렉라자 매출이 타그리소의 절반만 돼도 유한양행의 로열티 수입이 매년 2000억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넥스트 렉라자’ 줄줄이 대기중
유한양행은 ‘신약 후보물질 부자’다. 보유한 혁신 신약 파이프라인만 30개다. 이 가운데 △베링거인겔하임에 1조52억원을 받고 기술수출한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치료제 △길리어드에 8800억원을 받고 기술수출한 또 다른 NASH 치료제 △지아이이노베이션으로부터 도입한 알레르기 치료제 △자체 개발한 비만 치료제 △성균관대와 공동연구하고 있는 중추신경제(CNS) 치료제 등이 있다. 이 중 비만 치료제 후보물질은 글로벌 제약사들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기술수출 대박 사례’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처럼 유한양행의 신약 창고가 풍성해진 배경에는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이 자리잡고 있다. 유망한 신약 후보물질을 보유한 바이오벤처의 지분을 매입하고, 이들이 보유한 신약 후보물질을 도입한 게 주효했다는 얘기다. 30개 파이프라인의 절반가량을 이렇게 모았다. 렉라자도 오스코텍의 미국 자회사인 제노스코가 발굴한 물질을 유한양행이 다듬은 것이다.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은 유한양행에 ‘목돈’도 안겨줬다. 지금까지 40개 바이오벤처에 4374억원을 투자했는데, 이들 기업의 현재 가치가 8000억~9000억원으로 뛰었기 때문이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올해 연구개발(R&D) 투자금액은 역대 최대였던 작년(2225억원)보다 20%가량 늘어날 것”이라며 “기술수출로 벌어들인 수입이 다시 R&D에 재투자되는 ‘R&D 선순환 구조’가 구축된 덕분”이라고 말했다.
동물의약품·의료기기 등 신사업 진출
새로운 먹거리도 준비하고 있다. 반려동물 시장이 커지는 점을 감안해 동물의약품 사업을 본격적으로 키우기로 했다. 국내 유망 동물의약품 개발업체에 지분 투자를 하고, 이 회사 등에서 만든 제품을 유한양행이 판매하는 방식이다. 현재 6조원 수준인 국내 반려동물 시장(의약품·사료·용품 포함)은 5년 내 10조원 규모가 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동물의약품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제값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제대로 키우면 사람용 의약품을 능가하는 캐시카우가 될 수 있다는 게 제약업계의 설명이다.

프로바이오틱스도 신사업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유산균 전문업체 메디오젠과 손잡고 이르면 다음달 프로바이오틱스 브랜드 ‘와이즈바이옴’을 내놓기로 했다. 기존 제품보다 균주 수를 대폭 늘리는 등 차별화 전략을 통해 3년 내 1000억원 브랜드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또 마이크로바이옴 관련 전문의약품을 개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의료기기 사업도 진출 대상이다. 유한양행은 환자가 당뇨 혈압 등 각종 수치를 집에서 측정할 수 있는 개인용 의료기기와 디지털 헬스케어를 중심으로 사업성을 검토하고 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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