夜~한 부산…어둠이 내리면 도시가 깨어난다

입력 2021-06-17 17:19   수정 2021-06-18 02:10


‘낮이 이성의 시간이라면 밤은 상상력의 시간이다’ 불문학자이자 문학평론가였던 황현산 선생의 말입니다. 세계 여러 나라를 다니며 수많은 야경을 보았습니다.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는 특히 야경이 아름다운 곳입니다. 황금색으로 빛나는 다뉴브강변의 의회의사당부터 황홀한 야경이 끝도 없이 펼쳐집니다. 라스베이거스, 파리와 두바이도 야경 하면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곳이죠. 그런데 부산의 야경을 취재하면서 헝가리나 프랑스, 두바이의 야경 못지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반짝이는 불빛과 바다 속에 잠긴 것 같은 건물들의 모습이 마치 사이버 세계처럼 느껴졌습니다. 독자 여러분도 부산의 야경 포인트를 찾아 여행을 떠나 보는 것은 어떨까요.

▶포인트1 부산 야경 1번지, 해운대

부산의 야경 1번지는 역시 해운대다. 해운대의 야경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와우산 중턱에 있는 달맞이 언덕에 올라야 한다. 언덕 정상에 있는 해월정에 서면 광안대교와 동백섬, 해운대가 어우러진 풍경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바다와 다리와 섬, 불빛이 어우러진 해운대의 야경은 그 자체로 훌륭한 볼거리다. 달맞이언덕에 조성한 ‘문탠로드’ 또한 놓치지 말아야 할 야경 명소다. 이름 그대로 ‘달빛을 받으며 걷는’ 길로 운치가 빼어나다.

해운대 해수욕장 옆에 있는 ‘더베이 101’도 잘 알려진 야경 명소다. 해가 질 무렵 맥주 한잔과 함께 친구, 연인, 가족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야경을 볼 수 있는 곳이어서 인기가 높다. 부산 동백섬 요트 계류장엔 비 내린 뒤 고인 물에 비친 건물 반영(反影)을 촬영하러 오는 이가 많다고 한다. 해안선에 들어선 고층건물군은 그 자체로 기묘한 풍경이 된다.

▶포인트2 바다에서 보는 야경 리버크루즈

바다에서 바라보는 야경은 어떨까. 크루즈를 타면 색다른 모습의 부산 야경이 펼쳐진다. 크루즈 야경투어는 통상 저녁 7시부터 시작된다. 야경 명소인 해운대~마린시티~광안대교를 순환하고 돌아오는 코스다. 어둠이 도시의 구석구석을 지배하자 높고 낮은 건물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어둠을 향해 불빛을 쏘아대기 시작했다. 불이 켜진 누리마루가 동백섬을 환히 밝히고, 하늘을 찌르는 마린시티의 초고층 건물에서 내뿜는 불빛들이 휘황찬란하다. 홍콩의 야경과 견주어도 결코 뒤지지 않을 풍경이다. 시선을 바다 쪽으로 돌리자 7420m나 되는 광안대교가 황홀한 자태로 탐방객들을 맞아준다. 시시각각 변하는 복층의 광안대교 불빛이 연출하는 비경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포인트3 알록달록 색의 향연, 흰여울 마을

부산 영도에 있는 흰여울 마을도 야경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흰여울이라는 이름은 마을이 형성되기 전 봉래산 기슭에서 여러 갈래의 물줄기가 바다로 굽이쳐 내리는데, 그 빠른 물살이 마치 흰눈이 내리는 것 같다 해서 붙여진 것이다. 흰색과 파란색의 지붕이 대비되며 펼쳐지는 흰여울 마을은 이탈리아의 산토리니 마을과도 닮았다고 해 ‘한국의 산토리니’로 불리기도 한다.

흰여울마을의 야경을 즐기려면 일찍 도착해서 레트로한 감성이 있는 마을을 구석구석 돌아보는 것이 좋다. 이웃집과 경계없이 다닥다닥 붙은 ‘하꼬방’ 사이로 14개의 골목이 미로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다. ‘하꼬방’은 상자를 뜻하는 일본어 ‘하꼬(はこ)’에 방을 붙인 말이다. 자동차는 물론 오토바이·자전거도 내려갈 수 없을 만큼 좁고 가파른 내리막은 오로지 걸어서만 갈 수 있다.

원주민들은 상당수 도심으로 이주했고, 이 지역에서 1970~1980년대 감성을 느낀 이들의 발길이 잦아지면서 카페와 기념품점, 서점들이 생겨났다. 어느 골목을 이용하더라도 끝은 바다를 향한다. 흰여울 앞바다엔 중대형 선박들이 떠 있다. 화물선, 원양어선 등 수리나 급유를 위해 부산항에 찾아오는 선박들이 잠시 쉬어가는 곳이다.

저녁이 되면 흰여울 마을은 또 다른 얼굴을 한다. 마을 앞 절영해안산책로에 하나둘씩 켜진 가로등 불빛이 흰색 파도에 닿아 은은히 부서진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흰여울 해안터널이 나온다. 터널에서 나오는 불빛과 터널 밖 바다의 모습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인증샷을 남기려는 연인들이 끊임없이 찾는 곳이다.

흰여울 마을에서 산복도로를 타고 봉래산 반대편으로 넘어가면 가파른 고갯길 끝자락에 전망대가 있다. 전망대라기보다는 마을 뒷산 공터에 가깝지만 야경만큼은 부산에서 손꼽히는 명당이다. 전망대에 올라서면 부산역부터 부산항 대교와 감만동 일대가 눈앞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영화 ‘블랙팬서’의 촬영 현장으로도 유명하다.

▶포인트 4 부산의 진짜 야경, 황령산 봉수대

부산 중심에 있는 황령산은 자타가 공인하는 야경 명소다. 부산 사투리로 ‘진빼이(진짜) 야경’을 볼 수 있는 곳이다. 황령산에는 조선시대에 바다를 통해 들어오는 왜구를 발견하면 급보를 전하던 봉수대가 있다. 임진왜란 당시에도 황령산 봉수대에서 가장 먼저 불을 올렸다. 사방이 탁 트여 있고 높은 곳에 있어야 기능을 하던 봉수대가 지금은 최고의 절경을 볼 수 있는 곳이 됐다. 동쪽으로는 해운대와 이를 둘러싼 높은 마천루가 보이고, 동남쪽으로는 광안대교가 펼쳐진다.

부산=글·사진 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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