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이 16일(현지시간) 발표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성명에서 점도표를 통해 금리인상 시점을 앞당긴 것은 경기 회복세가 뚜렷하다는 판단에서다. 경기가 빠르게 살아나고 있는 만큼 통화 긴축을 준비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글로벌 증시가 주목한 건 점도표 변화였다. 점도표는 FOMC에서 투표권이 없는 일부 연방은행 총재들까지 참여해 향후 기준금리 변화를 예측하는 지표다.
총 18명의 위원 중 72%인 13명이 2023년 금리가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2023년 말까지 현행 금리가 유지될 것이라고 본 위원은 5명에 그쳤다. 금리인상은 2024년 이후가 될 것이라던 다수 견해가 1년여 만에 바뀐 것이다.
미국 내 물가 상승세가 진정되지 않고 있어 금리인상 시점이 더 당겨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번에도 전체 위원 중 7명은 내년에 금리가 오를 수 있다고 봤다. 차기 점도표를 공개하는 9월 FOMC를 주시해야 하는 배경이다.
일각에선 재닛 옐런 재무장관의 ‘조기 금리인상론’에 Fed가 화답하면서 경기 과열에 대비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된다. 퀸시 크로스비 푸르덴셜 수석전략가는 “Fed의 이번 성명은 시장 예상보다 훨씬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이었다”고 진단했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 및 식음료를 제외한 근원 물가는 올해 3.0% 급등할 것으로 봤다. 직전 예상치(2.2%) 대비 0.8%포인트 높여 잡았다. Fed는 그동안 ‘최대 고용과 함께 근원 물가가 일정 기간 2.0%를 완만하게 넘어설 때’ 기준금리를 올리고, 이를 위한 ‘상당한 추가 진전이 있을 때’ 테이퍼링에 착수하겠다고 공언해왔다. 근원 물가가 연내 3%대로 치솟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Fed의 고민도 커지게 됐다.
경기가 불붙고 있는 점은 Fed의 또 다른 걱정거리다. 과열 우려가 나오면서다. Fed는 올해 성장률 예상치를 종전 6.5%에서 7.0%로 수정했다. 현실화하면 1984년(7.2%) 기록한 7%대 고성장 국가로 돌아가는 것이다.
애틀랜타연방은행의 ‘현재 분기 예측 모델’(GDP나우)을 보면 1분기에 6.4% 성장한 미국 경제는 2분기엔 10.3%로 성장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그렇게 되면 미 경제 성장률은 37년 전 기록도 뛰어넘으며 2차대전 이후였던 1950년(8.7%) 후 71년 만에 최고치를 달성하게 된다.
고용시장은 아직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지난달 실업률이 전달보다 0.3%포인트 떨어지면서 5.8%를 기록했지만, 최대 고용(3.5~4.0%)과는 거리가 멀다. 5월 비농업 일자리 수는 55만9000개 증가하는 데 그쳐 시장 기대(67만 개 이상)를 밑돌았다. 인종·소득 등에 따른 고용률 격차도 좁혀지지 않고 있다.
Fed도 경제 전망에서 올해 말 실업률을 4.5%로 예측해 물가 및 성장률과 달리 별다른 변화를 주지 않았다. 지난 3개월 동안 예상을 넘어서는 고용 개선 흐름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시장에선 ‘코로나19 실업급여’가 중단되는 9월 초를 전후로 고용 회복세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Fed는 이르면 연말부터 테이퍼링에 착수해 10~12개월 동안 매달 100억~150억달러씩 채권 매입 규모를 줄여나갈 것으로 관측된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