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매 수수료 한푼도 안물기도…'단타 게임' 부추기는 공모주 제도

입력 2021-06-17 17:46   수정 2021-06-18 02:25

올 하반기 LG에너지솔루션, 카카오뱅크, 크래프톤 등의 IPO(기업공개)를 앞두고 공모주펀드에도 뭉칫돈이 들어오고 있다. 하지만 펀드 운용사들의 표정이 마냥 밝지만은 않다. 투자자들이 상장 직후 수익을 실현하기 위해 곧바로 돈을 빼가면서 남아 있는 투자자가 손해를 보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 설정된 A운용사의 코스닥벤처공모주펀드 설정액은 9월 카카오게임즈 상장일 기준 2200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상장일부터 1주일이 지나자 설정액은 1600억원대로 쪼그라들었다. 1주일 만에 600억원이 빠져나갔다. 작년 10월 하이브 상장 때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상장 당일 1500억원이던 설정액은 1주일 후 1100억원으로 급감했다.

공모주에 장기 투자하기보다 상장 직후 주식을 팔아 ‘따상’(공모가 대비 두 배로 시초가 형성한 뒤 상한가)의 과실을 누려야 한다는 투자자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최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관투자가들이 통상 6개월의 록업(의무보유확약)을 설정해놓은 상태여서 주식을 당장 팔 수 없다는 점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따상 직후 투자자들이 뭉칫돈을 빼가도 펀드는 6개월 의무보유확약을 걸기 때문에 당장 수익을 실현할 수 없다”며 “이후 공모주 주가가 하락하면서 남아 있는 투자자에게 손실이 전가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평균적으로 1년 이상 장기적으로 투자하면서 초대형 공모주뿐만 아니라 성장성이 있는 중소형 공모주에도 전략적으로 투자하며 연 3~4% 수준의 기대수익률을 추구한다는 공모주펀드의 취지와 다르게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환매수수료 자율화’ 때문에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에는 공모펀드 장기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가입 후 90일 내에 환매할 경우 환매 수수료를 징수하는 것이 의무였다. 2015년부터 환매수수료 부과를 운용사 자율에 맡기면서 단기간에 환매해도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는 펀드들이 생겼다. 공모주 ‘단타대회’가 공모주펀드로까지 확산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기관투자가가 이런 펀드에 가입해 단타로 수익을 보면서 남아 있는 개인투자자에게 피해가 전가되는 사례도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모주펀드 전반적인 수익률 하락으로도 이어졌다.

국내 기관과 해외 기관 사이 ‘기울어진 운동장’이 공모주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6개월 의무보유확약을 걸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공모주를 배정받을 수 없는 국내 기관투자가와 달리 외국인 기관투자가는 록업을 걸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지난달 SK아이이테크놀로지 상장 당시 국내 기관 의무보유확약 비율은 96.4%였던 반면 해외 기관은 36.6%에 불과했다. 확약을 건 해외 기관의 91.8%는 1개월 확약에 그쳤다. 상장 직후 1주일간 외국인 순매도 금액은 4720억원에 달했다.

고재연/박재원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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