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인앱결제 방지법', 할 만큼 했다는 국회

입력 2021-06-17 18:07   수정 2021-06-18 00:11

인터넷 업계가 뒤숭숭하다. 구글 앱을 쓸 경우 그 앱에선 구글 결제 시스템을 무조건 사용해야 한다는 ‘인앱결제 의무화’가 100여 일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매출의 30%를 사용료로 내라는 구글 방침이 오는 10월 시행되면 게임, 웹툰 등 국내 콘텐츠 업계가 위기에 빠질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국회만 이런 기류와 거리가 있어 보인다. ‘인앱결제 방지법’인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심의를 17일 갑작스레 연기한 것부터가 그렇다. 핑계는 ‘김어준 TBS 출연료 논란’이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방송하는 TBS ‘감사청구권’을 상정하지 않으면 모든 회의에 불참하겠다는 야당의 선전포고와 함께 인앱결제 방지법 논의도 무기한 연기됐다. 여당도 “야당이 이러니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손을 놓고 있다.

“어쩔 수 없었다”는 게 국회 측 해명이지만, 사정을 들여다보면 얘기가 사뭇 달라진다. 지난해 9월 본인들이 낸 개정안을 셀프 파기한 국민의힘은 물론이고, 법안 통과를 주도한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이 정도면 할 만큼 했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여야 모두 인앱결제 방지법 통과 의지가 애초부터 있긴 했을까라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지난 3월 구글은 한 발짝 물러선 듯한 유화책을 썼다. 이번엔 ‘100만달러 이하 연매출에 대해서는 수수료를 15%만 적용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한 여권 고위 관계자는 사석에서 “솔직히 구글도 많이 양보한 것”이라고 두둔했다.

하지만 이는 꼼수라는 비판이 많다. 구글에 따르면 연매출 100만달러 이하를 기록하는 앱이 99%에 달한다지만, 전체 매출의 90% 이상이 네이버웹툰 멜론 넷플릭스 등 거래액이 100만달러를 훌쩍 넘는 앱에서 나온다. 15% 수수료를 적용받는 결제보다 30%를 적용받는 결제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얘기다. 인앱결제를 밀어붙인 구글이 양보한 게 사실상 없는 셈이다.

결국 30% 수수료가 앱 내 콘텐츠 가격 인상으로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앱과 함께 콘텐츠를 생산하는 창작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인앱결제가 강제되면 수수료를 추가 인상해도 막기 어려워진다.

독점 플랫폼이라고 해서 무조건 규제하는 건 야만의 영역이다. 자유시장 경쟁에서도 소비자로부터 신뢰를 잃어버리는 순간 후발주자들에게 쉽게 따라 잡힐 수 있다. 하지만 안드로이드라는 운영체제를 틀어쥔 것도 모자라, 모든 스마트폰에 자신의 앱 장터 플랫폼을 강제하는 경우라면 자유 경쟁 원리가 작동할 수 있을까. 구글의 ‘눈 가리고 아웅’을 순치하는 길은 국회가 제 역할을 할 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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