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속 부패·사치"…따가운 눈총 받는 왕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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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06-18 17:24   수정 2021-07-18 02:57

"코로나 속 부패·사치"…따가운 눈총 받는 왕실


지난주 네덜란드 왕위 계승 서열 1위인 카타리나 아말리아 공주가 18세가 되면 매년 받을 수 있는 160만유로(약 21억원)의 수당과 생활비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코로나19 기간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 돈을 받는 것은 불편하다”는 이유였다. 네덜란드 왕실의 일원이 이 같은 의사를 밝힌 건 처음이어서 주목을 받았다. “어린 공주가 성숙한 결정을 내렸다”는 평가가 나왔다. 마크 루트 네덜란드 총리도 “공주의 결정을 이해하고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하지만 왕실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한 행보라는 시각도 많다. 네덜란드에선 왕실을 ‘세금 먹는 하마’로 여기는 여론이 적지 않다. 네덜란드 왕실은 영국 왕실에 이어 유럽에서 호화스러운 왕실로 꼽힌다. 올해 편성된 왕실 예산만 4750만유로(약 642억원)에 달한다. 작년 10월에는 코로나19 이동제한 조치가 내려진 상황에서 왕실 가족이 그리스로 여행을 떠난 사실이 드러나 빌럼 알렉산더르 국왕과 막시마 왕비가 대국민 사과를 하기도 했다.
스페인 왕실, 부패 스캔들로 골머리
입헌군주국에서 왕실을 향해 ‘노블레스 오블리주’(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사회·경제적 불안감이 커진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부분 왕실의 예산이 국민이 낸 세금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왕족들은 국민 여론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스페인 왕실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따가운 시선을 받은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3월 국왕 펠리페 6세의 누나 엘레나 공주(58)와 크리스티나 공주(56)가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 가서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구설에 올랐다. 연령상 우선 접종 대상이 아닌 왕실 구성원이 몰래 해외에서 백신을 맞았다는 점에서 비난이 쏟아졌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여전히 하루 6000명 이상씩 나오던 때였다.

두 공주는 “아부다비에 갔다가 부친을 정기적으로 만나려면 백신을 맞아야 한다는 권유를 받고 수락했다”고 해명하면서 화를 더 키웠다. 부친 후안 카를로스 1세 전 국왕은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 1000억원대 뒷돈을 받은 혐의로 검찰 수사 대상이 되자 지난해 8월 해외로 도피해 아부다비에 정착했다. 크리스티나 공주 부부도 2014년 탈세로 여론의 비난을 받은 적이 있다. 지난 2월에는 카를로스 전 국왕을 ‘마피아 두목’이라 칭하며 비판한 래퍼 파블로 하셀이 왕실 모독 혐의로 구속되면서 스페인 전역에서 항의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펠리페 6세 국왕은 왕실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난달에는 카를로스 전 국왕에 대한 연 20만유로 지급을 중단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국내외 여행을 줄여 왕실 경비를 아꼈다고도 홍보했다. 작년 왕실 예산 850만유로 가운데 59만5308유로를 쓰지 않고 남겼다는 점도 강조했다. 지난해 펠리페 6세 국왕은 25만3843유로를, 왕비 레티시아는 13만9605유로를 수당과 생활비 등으로 받았다.

사치벽 비판받는 태국 왕실
코로나19 기간 아시아에선 태국 왕실이 논란거리였다. 지난해 2월 헌법재판소가 야당을 강제 해산한 이후 개헌, 총리 퇴진, 왕실 개혁을 요구하는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했다. 여기에 코로나19에 대한 미흡한 대처가 이어지면서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같은 해 9월에는 태국 야당이 “왕실이 제트기 등 비행기를 38대 소유하고 있다”며 왕실의 사치벽을 정면 비판했다. 왕실 모독죄를 최대 징역 15년으로 다스리는 태국에서 왕실 개혁 논의를 공공연히 꺼내든 것이어서 이목을 끌었다. 야당에 따르면 태국 왕실은 항공기 구입비를 제외하고 연료비, 유지 보수비 등에만 1년에 20억바트(약 722억원) 정도의 예산을 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태국 왕실의 한 해 예산(약 90억바트)의 20% 이상을 비행기에 쏟아붓고 있는 것이다.

마하 와치랄롱꼰 태국 국왕(사진)의 비행기 사랑은 잘 알려져 있다. 왕비가 있는데도 2019년 조종사 출신으로 왕실 근위대에 근무한 시니낫 웡와치라파크디를 국왕 배우자로 임명하기도 했다.

태국 온라인 매체 프라차타이에 따르면 올해 태국 왕실의 예산은 89억8100만바트(약 3237억원)다. 여기에 왕실 경찰, 왕궁 부지 개선 사업, 외국인 귀빈 환대 등에 간접적으로 쓰이는 예산까지 합하면 203억바트에 달한다. 네덜란드 왕실 예산의 다섯 배에 달하는 규모다. 야당 소속인 따나똔 주앙롱루앙낏 의원은 “경제 회복에 쓸 돈이 절실한데 왕실의 사치에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허리띠 졸라매는 군주들
지난해 코로나19로 따가워진 여론을 의식해 스스로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선 왕실이 적지 않다. 모나코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4월 모나코 국왕 알베르 2세(63)는 코로나19 상황의 중대성을 감안해 왕실 생활비를 40% 줄인다고 발표했다. CNN에 따르면 당초 모나코 왕실이 배정받은 작년 예산은 5440만달러(약 615억원)였다.

유럽에는 영국 스페인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리히텐슈타인 안도라 모나코 등 여러 입헌군주국이 있다. 이 가운데 왕실 예산 규모가 가장 큰 곳은 영국이다. 영국 왕실은 올해 예산을 8590만파운드(약 1350억원)로 잡았다. 모두 세금에서 나온 돈이다. 작년에는 코로나19 여파로 왕실에 대한 재정 지원이 축소돼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거소인 버킹엄궁 생활설비 정비 사업비가 줄었다. 버킹엄궁은 한때 직원 임금을 동결하고 신규 채용을 보류하기도 했다.

리히텐슈타인은 유럽에서 유일하게 세금으로 왕실 예산을 마련하지 않는 군주국이다. 국왕 한스 아담 2세 대공을 비롯한 리히텐슈타인 왕족은 다수의 부동산과 개인 은행을 소유한 거부로 잘 알려져 있다.

아시아에서는 태국과 함께 일본이 대표 입헌군주국으로 꼽힌다. 일본은 올해 123억2300만엔(약 1270억원)의 왕실 예산을 책정했다. 나루히토 일왕 가족의 일상적인 개인 지출에 3억2400만엔, 왕족의 수당 등으로 2억6900만엔, 왕실 운영 관련 지출에 118억3000만엔 등이 배정됐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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