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명가의 M&A 본능…신세계 '공격' 롯데 '수비' 현대百 '꾸준'

입력 2021-06-18 17:35   수정 2021-06-19 01:10

이베이코리아 입찰이 진행된 지난 7일, 신세계그룹에서 가장 촉각을 곤두세운 것은 롯데그룹의 행보였다. 두 그룹은 모두 이베이코리아 인수 등에 쓸 요량으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해 놓은 상태였다. 신세계 쪽에선 롯데의 자금 여력이 더 크다는 평가가 있었다. 이 때문에 롯데가 가격을 더 세게 부르면 딜을 놓칠 수 있다는 초조함이 컸다. 하지만 롯데 측의 반응은 예상과 달랐다. 가격 흥정이 계속 이어지는 ‘프로그레시브 딜’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깨고 선뜻 포기했다.

‘대한민국 유통 명가’ 3인방이 인수합병(M&A) 분야에서 서로 다른 전략을 취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왕년의 M&A 대장’이던 롯데는 작년 이후 수비에 중점을 두는 분위기다. 큰 딜에 도전장을 내기는 하지만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2010~2016년 7건(8조4050억원)에 달했던 M&A 건수는 2017~2021년 3건(5240억원)으로 확 줄었다.

신세계는 정반대 행보를 보인다. 2010~2016년 단 2건(1조410억원)이던 M&A 건수가 2017~2021년 8건(5조8195억원·이베이코리아 인수 가정)으로 급증했다. 컨설팅회사 베인앤드컴퍼니 출신인 강희석 이마트 대표가 M&A 지휘권을 잡은 뒤 공격적으로 매물 사냥에 나서고 있다. 정지선 회장이 지휘하는 현대백화점그룹은 신세계, 롯데와는 다른 호흡으로 ‘거북이’처럼 꾸준하게 자기 입맛에 맞는 매물을 찾고 있다.

신세계 ‘e커머스도 잡겠다’
3사 중 가장 공격적인 곳은 신세계다. 정용진 부회장이 e커머스(전자상거래)를 비롯한 유통업과 소비재 등 그룹의 핵심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M&A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지난 3월 신세계와 네이버 간 2500억원 규모 지분 맞교환으로 ‘반(反)쿠팡 전선’을 형성했다.

네이버와 손잡고 최소 3조원이 소요되는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이베이코리아 몸값에 대한 눈높이가 달라 네이버가 이탈할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일단 5조원에 가까운 자금을 마련한 만큼 이대로 후퇴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조건을 조정하는 선에서 다음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전망이다.

정 부회장의 동생 정유경 신세계백화점부문 총괄사장도 오빠처럼 적극적이다. 2012년 화장품 브랜드 비디비치를 160억원에 인수해 연매출 3000억원대 브랜드로 키워낸 뒤 향수 등 화장품 사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최근에는 2조원 규모의 보톡스회사 휴젤 인수전의 핵심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한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신세계는 핵심 역량이 유통뿐이기 때문에 오히려 결정이 수월하다”며 “정 부회장은 온라인 역량 강화에 집중하고, 정 사장은 화장품 분야를 주도할 방법을 찾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롯데 ‘수비 모드’
2010년대 들어 수많은 빅딜의 주인공이었던 롯데는 최근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올 들어 중고나라 인수에 공동 참여해 300억원을 댔다. 작년에도 두산솔루스를 인수한 사모펀드(PEF) 스카이레이크의 펀드에 핵심 투자자(2900억원 투자)로 나섰다.

하지만 경영권을 인수하거나 규모가 큰 조(兆) 단위 딜은 망설이는 기색이 역력하다. 롯데케미칼을 통해 일본 JSR의 합성고무사업부 인수, 쇼와덴코 지분 추가 매입 등을 검토했지만 사지 않는 쪽으로 결론 내렸다.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롯데는 국내 M&A 시장의 최대 강자로 통했다. 2010년 말레이시아 최대 석유화학기업 타이탄을 1조5000억원에 인수했고, 2012년에 하이마트를 1조2400억원에, 2015년에는 KT렌탈을 1조200억원에 각각 사들였다. 2015년에는 2조8000억원을 주고 삼성정밀화학 등 삼성그룹 화학계열사들을 인수해 현재의 롯데케미칼을 꾸렸다.

하지만 2018년 신동빈 회장의 경영 공백으로 투자에 차질을 빚은 데다 M&A 담당 임원이 대거 교체되면서 경영 전략의 흐름이 신중 모드로 바뀌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백화점 ‘선택적 M&A’
정지선 회장이 이끌고 있는 현대백화점그룹은 신세계와 롯데에 비해 덩치는 크지 않지만 조용하게 내실을 다져가는 분위기다. 2012년 한섬(4200억원), 리바트(500억원) 등을 인수한 이후 2016년 SK 패션사업부(3000억원), 2018년 한화L&C(3666억원) 등 5000억원 미만의 기업을 꾸준히 사들여 왔다.

SK그룹의 화장품 원료회사 SK바이오랜드(1205억원)를 샀고, 한섬을 통해 클린젠코스메슈티칼(100억원)도 인수했다. 복지몰 이지웰(1250억원)도 손에 넣었다. IB업계 관계자는 “현대백화점은 1000억원대 안팎의 작고 알찬 딜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며 “대형 경쟁입찰에 참여하는 대신 그룹 포트폴리오에 알맞은 기업을 물색해 인수하는 방식”이라고 평가했다.

이상은/김채연/민지혜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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