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약고로 변한 '비대면 거점'…구조물·포장·제품 모두 가연물질

입력 2021-06-18 17:41   수정 2021-06-25 16:39


지난 17일 발생한 경기 이천의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사고는 우리 사회가 비대면·온라인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면서 최근 몇 년 동안 우후죽순 생겨난 물류센터들이 지닌 위험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높은 층고와 불에 타기 쉬운 물건이 많은 탓에 작은 불씨에도 순식간에 ‘화약고’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지난 몇 년 동안 ‘빠른 배송’을 두고 경쟁을 벌여온 유통업계가 이번 화재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언제든 물류센터 덮칠 수 있는 화마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는 발생 이틀째인 18일까지도 진화되지 않았다. 이날 오후 4시께 가까스로 큰 불길을 잡는 데는 성공했지만, 내부의 화재를 진압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덕평물류센터는 신선식품을 제외한 일반제품을 취급하는 곳이다. 지하 2층~지상 4층 규모 대형 시설로 인천, 대구와 함께 쿠팡의 3대 ‘메가 물류센터’로 분류된다. 덕평물류센터의 연면적은 축구장 15개 크기인 12만7178㎡다.

전날 오전 5시20분께 시작된 화재가 이틀 동안 잡히지 않고 이어진 이유는 물류센터의 구조적 특성 때문이다. 이 물류센터 내부에는 컨베이어벨트, 조명기구, 냉난방시설 등 각종 전기 시설과 택배 상자, 포장 비닐 등 가연성 물질이 많이 있었다.

차량이 건물 내부로 들어가 물건을 싣고 내리는 만큼 층고가 높고 일부 공간은 하나의 층고처럼 뚫려 있는 구조다.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더라도 층고가 높아 불이 난 지점에 충분한 양의 물이 도달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다.

그런 만큼 “아래층에서 불이 나면 위층으로 옮겨붙기 쉽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높은 곳에 있던 물건이 떨어지면서 바람을 불러일으켜 불이 거의 다 꺼졌다가도 부채질 효과에 의해 재발화하기 쉬운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물류센터의 특성 탓에 “이번 사태와 같은 대형 화재가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최근 몇 년 동안 물류센터에서는 크고 작은 화재가 잇따랐다. 지난해만 해도 경기 포천시, 군포시, 이천시, 용인시 등에 있는 물류센터에서 잇따라 불이 났다. 특히 이천시 물류센터에서는 38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안형준 건국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아파트는 화재 시 방화 셔터가 자동으로 내려져 확산을 막지만 물류센터는 물건 보관이 목적이어서 내부가 넓은데도 확산을 차단하는 장치가 없다”며 “아파트처럼 방화구획을 하고 불연성 재료로 외벽을 세워 화재가 확산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전 강화 계기 삼아야”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번 화재를 계기로 산업계가 물류센터 안전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전년 대비 19.1% 증가한 161조원에 달했다. 모바일 쇼핑 거래액도 108조원으로 사상 처음 100조원을 돌파했다. 온라인 거래가 급증하면서 물류센터도 우후죽순 생겨났다. 국가물류통합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등록 물류센터는 732건으로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특히 영동고속도로와 중부고속도로가 교차하는 이천, 용인 등을 중심으로 경기도에만 전체 물류센터의 3분의 1(1545개)이 몰려 있다.

규모도 대형화하는 추세다. 쿠팡, 컬리 등 온라인 플랫폼 기업은 물론 롯데, 신세계, GS 등 전통 유통 대기업들도 경쟁적으로 대형 물류센터를 세우고 있다. 유통업계는 온라인 쇼핑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 당일배송, 새벽배송 등 ‘속도 경쟁’을 펼쳤다. 배송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탄탄한 물류 인프라가 필수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불러온 비대면 사회가 팬데믹(대유행) 종식 이후에도 계속되는 만큼 안전에 대한 대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대한 투자자와 고객의 요구가 높아지면서 규제와 관계없이 기업 스스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얘기다.

임직원의 안전한 근무 환경은 ESG를 평가하는 데 핵심 지표로 손꼽힌다. 정연승 한국유통학회장(단국대 경영학부 교수)은 “그동안 유통업계는 소비자 요구에 따라 빠른 배송이라는 기능적 부분에만 집중했다”며 “코로나19가 물러가도 비대면 흐름이 계속될 것인 만큼 이번 사고를 재정비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다은/노유정/이천=최한종 기자 ma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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