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시대의 총아, 물류센터가 위험하다

입력 2021-06-18 17:47   수정 2021-06-19 00:28


지난 17일 e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 쿠팡의 경기 이천 덕평물류센터를 덮친 불길이 이틀째 계속됐다. 건물 안에 쌓인 종이상자와 비닐 등 가연성 물질이 불을 키운 탓에 소방당국이 손 한번 못 쓰고 건물이 타들어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는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을 계기로 우리 사회의 ‘필수 인프라’로 떠오른 물류센터가 예기치 않은 재난·재해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잘 보여줬다”고 입을 모았다.

18일 소방당국은 불이 난 물류센터 주변에 소방장비 196대, 인력 452명을 투입해 건물 외벽을 향해 방수포를 쏘는 진화작업에 나섰다. 하지만 장시간 이어진 화재로 건물 붕괴 위험이 커져 내부 진화는 사실상 손도 못 댔다. 결국 오후 4시를 넘어서야 가까스로 큰 불길을 잡는 데 성공했다.

물류센터는 코로나19 사태 후 소비패턴이 온라인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면서 전국적으로 우후죽순처럼 늘어났다. 한국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등록된 물류센터는 732곳으로, 이전 3년(2017~2019년) 동안의 연평균 신규 등록 물류센터(300개)의 2.4배로 불어났다.

문제는 이들이 대부분 이번과 같은 화재사고에 취약한 구조로 돼 있다는 점이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물류창고는 택배상자 같은 가연성 물질을 넓은 공간에 한꺼번에 적치하다 보니 한번 불이 붙으면 대형 화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쿠팡과 같은 e커머스 업체들이 최근 준공한 초대형 ‘메가 물류센터’는 흡입배관망을 통해 화재를 초기에 진압하는 최첨단 설비를 갖추긴 했다. 하지만 축구경기장의 15배 크기인 연면적 12만㎡ 이상의 ‘덩치’와 미로처럼 구성된 내부 구조로 한번 불이 나면 되레 소방당국이 손도 쓰지 못할 지경이 될 수 있다는 게 이번 사태로 입증됐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물류가 곧 기업 경쟁력의 요체가 된 상황에서 이번 사고는 화재에 취약한 물류센터의 한계를 단적으로 드러냈다”며 “기업들이 예측하기 어려운 재난상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치명타를 입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양길성/노유정/이천=최한종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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