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투자는 인생 한 번 바꿔보자고 하는 것 아닌가요?”‘1세대 가치투자자’라 불리는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대표(사진)가 자주 하는 말이다. 단기 투자로 자잘한 수익을 내는 게 아니라 장기 투자를 하다보면 판이 뒤집히는 시기에 부자가 될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의미였다.
투자자들은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가 주식 매매계약을 맺은 지난달 27일 종가(43만9000원)의 1.8배가 넘는 주당 82만원을 주고 남양유업을 인수했다는 데 주목했다. 나흘 만에 주가는 60% 급등했다. 지난달 31일 종가는 70만원으로 신고가를 찍었다.
허 대표는 “브랜드 밸류, 자산 가치, 마켓 셰어를 고려할 때 ‘오너 리스크’ 때문에 남양유업 ‘가격’이 그만큼 저평가돼 있었다는 의미로, 한앤컴퍼니는 이 회사 주가를 150만원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은 좋은 ‘가치’와 낮은 ‘가격’, 높은 ‘변화 가능성’에 주목해야 할 때임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그는 가치주를 부동산으로 치면 ‘노도강(노원·도봉·강북)’이라고 비유했다. “단기간에 오른 것으로 치면 강남보다 노도강 집값이 더 빠르게 올랐는데, 그만큼 저평가됐다는 판단 때문”이라며 “저평가 기간이 길수록 시장에서 제자리를 찾아가는 기간은 짧다”고 설명했다. 지난 상반기 성장주에 가려져 있던 가치주들이 급등했다.
물론 과거 가치주 전성기와 비교해 지금은 가치주를 평가하는 기준이 달라져야 한다고 했다. 대부분의 저PBR 주식이 급등하는 시기는 지났다는 것이다. 저평가 기준으로 삼는 잣대는 PBR보다는 주가수익비율(PER)을 보는 것이 낫다고 했다. 허 대표는 “코스피지수 PER인 13배 아래에 있는 종목을 주목하라”며 “마켓 셰어가 1, 2위며, 배당 수익률이 3% 이상이고, 역사가 오래됐으며, 미래 성장이 가능한지 등을 함께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섹터로 보면 소비재와 산업재, 금융 업종을 유망하게 본다고 했다. 소비재는 의식주 관련, 산업재는 조선 철강 화학 건설 자동차 등이다. 이미 오른 종목도 아직 상승할 여력이 남아 있다고 했다. 일부 종목이 단기간 급등했지만 그만큼 저평가 기간도 길었다는 이유다.
금리 상승기에 주식 투자를 대하는 태도는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허 대표는 “지금은 주식 투자의 마인드를 부동산 투자에 대한 마인드처럼 바꿔야 하는 시기”라며 “사고파는 대상이 아니라 보유하고 함께 가는 동반자적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가치주는 인플레이션을 헤지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실물 자산이라고도 했다. 인플레이션 시기에는 원자재, 부동산 자산이 유망해지는데 우량 기업은 수익을 자가 발전까지 하니 이보다 좋은 헤지 자산도 없다는 것이다. 허 대표는 “이런 종목을 시세의 3분의 1, 3분의 2 가격에 살 수 있다면 당연히 사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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