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어덜트 슈퍼비전의 시대

입력 2021-06-20 16:55   수정 2021-06-21 00:23

“어덜트 슈퍼비전(adult supervision)의 시대는 끝났다.”

2017년 구글의 에릭 슈밋 회장이 물러나자 미국 언론들은 이런 해석을 내놨다. 슈밋은 2001년 구글에 합류했다. 1990년대 말 구글은 초라했다. 창업자들이 100만달러에 회사를 팔려고 했을 정도다. 투자자들은 돈을 대고, 회사를 키워보라고 창업자들을 독려했다. 회사는 성장하기 시작했다.
어른스런 관리자
하지만 투자자들에겐 숙제가 있었다. 젊은 창업자들의 과도한 패기가 회사를 위기에 빠뜨리지 않게 막는 것. 그들은 경험 많은 슈밋을 구글 최고경영자(CEO)로 추천했다. 슈밋은 이후 어른스러운 관리자이자 코치이자 시스템설계자, 즉 어덜트 슈퍼바이저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를 독려하고 제어하며 구글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워냈다.

에릭 슈밋만이 아니다. 미국 재무장관 후보자로 거론됐던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도 대표적 케이스다. 2008년 구글을 떠나 아이디어 넘치는 마크 저커버그와 함께 오늘의 페이스북을 만들었다. 고인이 됐지만 실리콘밸리의 위대한 코치로 불렸던 빌 캠벨 역시 어덜트 슈퍼비전의 상징이었다.

유니콘 기업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한 한국에서도 어른스러운 관리자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사업에만 몰두한다. 사회와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위기관리는 무엇인지 등에는 관심이 없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들어서면 상황은 달라진다.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쿠팡은 쿠팡맨들과의 갈등을 시작으로 협력사와의 관계, 상장 과정에서의 잡음 그리고 최근 화재까지 수많은 일을 겪고 있다. 잘나가던 패션쇼핑몰 임블리는 2년 전 호박즙 곰팡이 사건으로 불매운동에 부딪혔다. 배달의민족은 요기요 인수에 실패했고, 회사 매각 과정에서 홍역을 치렀다. 마켓컬리도 일용직 부당해고 논란을 겪었다.

전문가들은 급성장하는 기업을 청소년에 비유한다. 몸은 어른이 됐지만 성숙하지 못해 문제 해결이나 예방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청소년처럼 성장하는 기업이 시행착오를 겪는 것은 자연스럽다. 하지만 최근 사회 분위기는 시행착오를 가볍게 넘길 수 없게 한다. 높아진 소비자 인식, ESG 트렌드의 강화는 유니콘 기업 또는 급성장하는 스타트업엔 위기 요인이다. 위기관리에 실패해 경영권을 빼앗긴 사례가 나오기 시작했다는 것 자체가 강력한 메시지다.
정치도 마찬가지
사회에서는 세대 간 전쟁이라는 말이 익숙한 용어가 됐다. 회사에서는 젊은 직원들과 꼰대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끊이지 않는다. 정치권에는 젊은 정치 바람이 불고 있다. 하지만 젊은 정치에서도 어덜트 슈퍼비전은 중요하다. 빌 클린턴은 대통령 당선 직후 워싱턴에 물들지 않은 젊은 참모를 대거 기용했지만 의료보험 법제화 등에서 큰 실패를 맛봤다. 이후 경험 많은 하원의원 출신 리언 패네타를 비서실장으로 영입해 혈기 넘치는 참모들을 지휘하게 하며 정권을 안정시켰다. 재선으로 가는 길을 닦았다. 창의적 도전이 경험을 만나 성공한 사례다. 우리 사회에 지금 필요한 일인지도 모른다.

영화 ‘인턴’에서 로버트 드니로가 한 대사는 어덜트 슈퍼비전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데 부족함이 없다. “경험은 나이 들지 않습니다. 경험은 결코 시대에 뒤떨어지지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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