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100달러 간다는데…정유·석유화학도 웃지 못하네

입력 2021-06-20 17:39   수정 2021-06-21 00:41

유가 상승이 국내 산업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항공·해운 등 비용에서 유가 비중이 큰 업종은 말할 것도 없고 정유·석유화학 등 ‘유가 상승 수혜 업종’조차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중이다.

20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지난 16일 서부텍사스원유(WIT), 브렌트유, 두바이유 등 세계 3대 유종의 가격이 일제히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WTI는 2018년 10월 3일(76.41달러) 이후 최고치인 배럴당 72.15달러, 브렌트유는 2019년 4월 24일(74.57달러) 이후 최고치인 배럴당 74.39달러에 이르렀다. 두바이유도 72.78달러로 2019년 4월 26일(73.45달러) 이후 최고치였다. 글로벌 업계에선 수개월 내에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유가 상승은 국내 정유·석유화학 산업에 대체로 긍정적이다. 유가가 오른 것 이상으로 제품가를 올려 마진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 유가가 올랐는데, 정유사는 마진을 높이지 못하고 있다. 최근 싱가포르 정제마진은 올초와 비슷한 배럴당 1~2달러 선을 유지하고 있다. 정유사 손익분기점(BEP)인 5~6달러 수준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유가 상승이 수요 증가에 따른 것이기보다는 공급 제한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항공유, 휘발유의 수요가 늘어야 마진을 높일 수 있는데, 아직은 수요가 강하지 않다”고 했다.

석유화학 업계도 유가 상승이 부담이다. 원료인 나프타값이 확 뛰어서다. 나프타가 오르면 에틸렌, 프로필렌 등 기초 유화제품 가격도 연동해 올라야 하지만 오히려 뒷걸음질 치고 있다. 지난 18일 기준 에틸렌 가격은 t당 835달러로 전주 대비 9.7% 하락했다. 그 전주의 마이너스 7%보다 하락폭이 커졌다. 프로필렌도 2.1% 하락한 950달러로 내려앉았다.

이는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중국에선 올 하반기 에틸렌, 프로필렌 설비 증설이 많다. 연내 중국의 에틸렌 증설 규모는 전년 대비 6% 증가한 1170만t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수요 증가량 추산치 약 820만t을 크게 웃돈다. 프로필렌도 약 810만t 늘어 수요 증가 650만t을 약 160만t 초과할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에서도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사들의 에틸렌, 프로필렌 설비가 하반기 본격 가동에 들어간다.

항공업계는 코로나19로 가뜩이나 힘든데 유가 상승으로 ‘이중고’를 겪게 됐다.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유가가 1달러 오를 때 연 3000만달러(약 340억원)의 비용 증가 요인이 발생한다. 대규모 손실을 내고 있는 진에어 티웨이항공 등 저비용항공사(LCC)들은 적자 규모가 더 커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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