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살이 포기합니다"…하남 전셋값 10억으로 '껑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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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06-22 12:14   수정 2021-06-22 14:03

"서울살이 포기합니다"…하남 전셋값 10억으로 '껑충'

“1~2년 전 전세 보증금으로 같은 지역 내에서 이사하는 것은 불가능해요. 제가 가진 보증금 규모로 서울 인근에선 마땅히 이사할 곳을 찾지 못해 경기도 쪽에서 전세를 찾고 있습니다.”

서울 송파구에 전세를 살고 있는 세입자 박모 씨(34)는 이같이 말했다. 그는 올해 말 전세 아파트 계약 만료일에 앞서 경기 하남에서 전셋집을 알아볼 계획이다. 집주인이 실거주 의사를 밝혀왔기 때문이다. 박 씨의 직장은 서울 잠실에 있지만 현재 전셋집인 송파구 아파트의 전세보증금(5억원 중반대) 내에서 집을 구하려면 외곽으로 밀려날 수 밖에 없다. 박 씨가 현재 사는 집의 전세 호가는 최근 8억원대까지 오른데다 그마저도 매물이 거의 없다.

그는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에는 매물이 하나도 없고, 있다 해도 전세보증금이 2년 사이에 너무 많이 올라 경기도까지 눈을 돌리게 됐다”고 말했다. 그나마 박 씨가 알아본 경기 하남도 전셋값이 만만치 않다. 전용 84㎡의 전셋값이 6억원을 훌쩍 넘으면서 보증금에 돈을 더 보태서 이사를 가야할 형편이다.

반포발(發) 전세난이 심각성을 더해가면서 서울 등 수도권 아파트 임대차 시장에선 전세매물이 잠기고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인근 강남 일대 아파트는 물론이고 경기 하남시 미사강변신도시까지도 전세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다.
서초선 대단지도 '매물 0'
2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이주를 시작한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2120가구)부터 신반포18차(182가구), 반포주공1단지 3주구(1490가구) 등이 이주에 나서고 있다. 하반기 이주 예정인 신반포 18·21차 등을 포함하면 서초구 내 이주 수요만 5000여 가구에 달한다. 이주 수요가 급증하면서 서초구 일대 전세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757가구 규모의 반포동 ‘반포센트럴자이’에는 현재 등록된 전세 매물이 하나도 없다. 전체 2444가구의 인근 ‘래미안퍼스티지’에 전세 매물은 10개 가량이다. 이 단지의 전용 135㎡ 전세는 이달 33억원에 계약돼 올해 1월보다 10억원이 뛰었다.

전세난은 통계에서도 입증된다.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하는 서울 아파트 전세 가격 주간 상승률은 ‘2·4 공급대책’ 발표 직전인 올해 2월1일 0.11%에서 4월26일엔 0.02%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5월부터 상승 폭이 커지더니 지난주 다시 0.11%를 기록했다. 재건축 이주 수요가 많은 서초구는 일주일 사이에 0.56% 치솟으며 2015년 3월(0.64%) 이후 6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서초구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세가 씨가 마르니 시세보다 훨씬 비싼 전셋집도 한두 시간도 안돼 거래되곤 한다”며 “전셋값이 워낙 오르다 보니 2년 전 전세를 살던 임차인들 대부분은 이 지역에 살지 못하고 가격이 좀 더 저렴한 지역으로 밀려나갔다”고 전했다.
3040 하남·미사 등으로 밀려나는 중
자금력이 적은 30~40대 젊은 층들은 서초에서 송파로, 또 송파에서 강동으로 밀려가다가 결국 서울 거주를 포기하고 인접한 경기지역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서울의 3.3㎡당 평균 전셋값은 1865만원이었지만, 올해 5월 기준으로는 3.3㎡당 2342만원으로 크게 올랐다. 1년 사이에 전셋값이 25.57% 상승한 것이다.

통계청 인구 통계를 분석해보면 작년엔 10만9492명이 서울에서 경기도로 빠져나갔다. 전문가들은 올해 서울에서 경기도로 이동한 인구가 더 늘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매매 수요자는 물론 전세를 찾는 이들도 경기도로 밀려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난주 경기 아파트의 전세수급지수(한국부동산원 기준)는 전주 112.0에서 112.6(이달 14일 기준)으로 상승했다. 이 지수가 100을 넘으면 전세 수요가 공급보다 많다는 뜻이다.


전세를 찾아 인접한 경기지역인 하남·미사·남양주까지 밀려나는 사람들이 늘면서 이들 지역 전세값도 연일 급등세다. 하남시 학암동 일대의 위례신도시에서는 10억원을 웃도는 전셋계약이 잇따라 체결되고 있다. 위례 엠코타운센트로엘은 전용 98㎡의 전셋값이 지난달 11억원에 나왔고, 위례 롯데캐슬도 지난 4월 전용 84㎡의 전셋값이 10억6700만원에 계약됐다. 올해 이 지역에서 전세거래 가운데 보증금 규모가 8억원이 넘는 계약이 98건에 달한다.

미사강변도시에서는 중형 아파트 전세가가 8억원을 웃도는 경우가 태반이다. 풍산동 '미사강변센트럴자이' 전용 102㎡는 이달 9억원에 전세 계약됐다. 미사강변호반써밋플레이스 전용 99㎡는 지난 12일에 8억5000만원에 전세가 체결됐다. 더샵리버포레 전용 89㎡의 전셋값은 지난 3월 8억5000만원까지 치솟았고, 강변리버뷰자이 또한 전용 98㎡의 전세가가 지난달 7억5000만원에 나오기도 했다. 미사강변신도시 H공인 관계자는 “전용면적 84㎡ 신축 아파트 전세 호가는 최근 10억원부터 부르고 있다”고 전했다.
하반기도 전세시장 '불안'
시장에서는 당분간 반포발 전세 난민들의 하급지 이동이 줄을 이으면서 경기도 전세 시장도 요동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세 난민이 몰려오는 만큼 전셋값이 오른다는 전망이다. 더군다나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3만746가구)은 지난해(4만9277가구)보다 2만가구 줄었다. 여기에 주택임대차법까지 시행되면서 가뜩이나 입주 물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기존 전세에 눌러살게 되면서 서울에서 전세로 나오는 물건은 감소할 수 밖에 없는 상태다.

여전히 정부는 뾰족한 대책이 없다. 오히려 “올해 계획된 서울 및 강남 4구 전체 정비 사업 이주 물량이 지난해보다 많지 않아 전세 불안 가능성이 크다고 보기 어렵다”며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을 하는 중이다.

심지어 정부는 3기 신도시의 물량이 공급되면 임대차 시장도 더 안정화될 것이라고 낙관론까지 펼치고 있지만 시장의 전망은 밝지 않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하반기에도 서울의 전세 시장이 불안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부가 추진하는 대책이 실제 주택 공급으로 이어지려면 적어도 3년 정도가 걸린다. 되레 이 방안은 당장 전세 물량을 늘리지 못하고 청약 대기수요만 증가시키면서 엇박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하반기 일부 재건축 단지들의 대규모 이주가 예상돼 전세 물량 감소에 따른 전셋값 상승 불안감이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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