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대한항공·아시아나 결합심사 서둘러야

입력 2021-06-22 17:32   수정 2021-06-23 00:04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심사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진행되고 있다. 올 1월 신청서가 접수된 후 6개월이 지났다. 그럼에도 최종 결정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항공산업에 지각 변동을 가져올 수 있는 기업합병 결정이기 때문에 신중히 심사해야 한다는 점은 이해할 수 있다. 그렇지만 항공산업을 둘러싼 상황을 감안할 때 결정을 가능한 한 빨리 할 필요가 있다. 결정을 늦출수록 항공산업과 국가 경제에 큰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항공산업은 코로나19로 큰 손실을 입었다. 이런 상황에서 기간산업 중 하나인 항공산업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대부분의 외국 정부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지원했다. 미국 정부는 델타·유나이티드·아메리칸항공 세 항공사에 96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지원했다. 독일 정부는 항공업계에 22조원, 싱가포르는 싱가포르에어라인에 15조원가량을 지원했다.

국내서도 정부 차원에서 다양한 지원책을 시행했지만 항공산업은 여전히 어렵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은 항공산업을 살리기 위한 정부와 산업계의 거의 유일한 선택이었다. 다행히 최근 백신 접종과 여행제한 완화로 항공산업에도 희망이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백신 접종 속도를 고려하면 올 연말부터 항공수요가 회복될 것으로 예상한다. 올해와 내년이 전 세계 항공사들에 매우 중요하고 결정적인 시기라는 뜻이다. 각 국가 및 항공사가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항공산업의 국제경쟁력이 결정될 것이다.

만일 공정위에서 기업결합 불허 결정이 나면 아시아나항공에 추가로 막대한 공적자금이 투입되고, 직원들의 고용 불안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대한항공도 합병을 전제로 세운 경영전략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 항공업계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경쟁에서 뒤처질 것이 우려된다. 또 다른 기간산업인 해운업의 경우 2016년 한진해운을 파산시킨 결정이 얼마나 국가 경쟁력에 타격을 줬는지를 뼈아프게 느끼고 있다. 항공산업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공정위는 기업결합심사에 좀 더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

공정위가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국내에 두 개뿐인 대형항공사(FSC)의 결합이 국가경제와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우선 두 항공사 결합으로 대형 항공사가 한 개로 줄어들면 독점이 우려될 수도 있다. 제조업의 경우엔 특정 분야에 독점 기업이 있으면 폐해가 크다. 그러나 항공사는 국가를 연결하는 운송서비스로 국가별 시장 개념이 약하며 기본적으로 글로벌 경쟁을 전제로 한다.

항공산업의 시장점유율을 보여주는 여객슬롯(시간당 항공기 운항횟수) 점유율은 인천국제공항 기준으로 두 항공사를 합쳐 현재 40%다. 글로벌 시장 기준으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합쳐도 10위권 정도다. 물론 국내선이나 소비자에게 인기 있는 미국과 유럽 등 특정 노선에서 독점 폐해에 대한 우려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도 가입돼 있는 항공자유화협정에 따라 주요 노선엔 글로벌 항공사들이 비교적 자유롭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기 때문에 독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

일각에선 기업결합에 따른 구조조정이나 인력 재배치 등 고용불안을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결합 조건으로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조건으로 승인하면 정부가 사후에 개입해 조정할 수 있다. 필요하다면 노조와의 협의를 통해 고용불안을 잠재우는 것을 결합 조건으로 내세울 수도 있을 것이다.

공정위는 빠른 결정으로 불확실성을 줄여줄 필요가 있다. 결합 심사가 늦어져 국내 항공산업이 글로벌 경쟁자에 비해 빨리 대응을 못 해 격차가 벌어진다면 그것을 따라잡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려 국가경쟁력에 큰 손실이 될 것이다. 최악의 결정은 시기를 놓친 결정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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