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맥] 9년간 고작 51시간 정보교육…4차 산업혁명 '낙오' 뻔하다

입력 2021-06-22 17:55   수정 2021-06-23 00:46

세상의 모든 것이 디지털화되는 디지털문명 시대다. 쇼핑, 금융, 엔터테인먼트, 교육 등 모든 일을 컴퓨터와 모바일을 이용한 비대면으로 처리하고, 소비하고, 즐길 수 있는 시대다. 불쑥 다가온 온라인 세상은 2020년 초 세상을 덮친 코로나19로 더 넓어지고 있다. 개인적인 업무를 넘어 많은 기업이 공식적으로 온라인 재택근무를 채택하고, 초·중·고교는 물론 대학도 온라인으로 교육한다. 코로나19 탓에 불가피하게 시행된 면이 없지 않지만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온라인 교육과 재택근무는 지속될 것이다.

그 이후 미래를 예측해보면 우리 삶은 더 혁신적으로 달라질 것이다. 운전자 없이 스스로 주행하는 자율주행자동차, 금융투자를 위한 로보어드바이저, 인공지능(AI) 의사가 진단하고 처방하는 원격진료, 사람 없이도 효율적으로 제조업무를 처리하는 스마트팩토리 등 산업 전반에 걸쳐 AI 기법을 적용한 소프트웨어 기술 덕분에 디지털 문명의 꽃이 활짝 필 것이다.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4차 산업혁명을 완성할 수 있도록 미래 세대를 가르치는 교육정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1774년 제임스 와트의 증기기관 발명으로 촉발된 1차 산업혁명은 인간의 노동력을 기계로 대체하는 혁신적 기술 발전을 이끌어냈다. 모든 분야에서 기계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기 시작했고, 영국은 초·중·고에서 수학과 과학 교육을 확대해 다양한 분야에서 더욱 정밀한 기계를 고안하고 설계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함으로써 산업혁명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1, 2차 산업혁명은 기계화가 핵심이었고 수학 물리 과학 등의 교육이 중심이었다면,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디지털 소프트웨어 기술이다. 특히 AI라는 소프트웨어 기술은 인간의 지적 능력까지 기계로 대체할 가능성을 열었다. 이런 4차 산업혁명을 성공적으로 이끌려면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
컴퓨팅 사고력은 ‘AI 구구단’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디지털 관련 기기와 소프트웨어를 편리하게 사용해 필요한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정보통신기술(ICT) 활용 능력이다. 컴퓨터를 사용해 인터넷에서 정보를 검색하고, 다양한 형태의 디지털 문서를 작성하고, 이메일이나 SNS로 소통하는 기본적인 컴퓨터 활용 능력이라고 보면 된다.

둘째, 디지털 데이터의 개념과 문제 해결을 위한 알고리즘의 기본 원리를 이해하는 컴퓨팅 사고력이다. 모든 소프트웨어의 기본 원리인 컴퓨팅 사고력은 ‘AI의 구구단’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컴퓨팅 사고력은 AI의 가장 기본적인 핵심 역량이다. 기계학습은 방대한 데이터를 컴퓨터가 자동 분석해 그 데이터를 설명할 수 있는 규칙을 알아서 학습하는 기법인데, 컴퓨팅 사고력에 대한 기본 역량 없이는 기계학습을 제대로 이해해 새로운 영역에 적용하는 게 불가능하다. 기계학습은 디지털 형태로 표현된 자연현상과 사회현상을 자동으로 분석해 원리를 파악하는 과학적 연구 방법론의 하나로, 모든 과학적 연구의 새로운 접근 방법으로 간주된다. 그동안 과학적 연구는 전문가들의 실험과 분석을 통해 이뤄졌는데 이제 그런 연구 작업을 컴퓨터를 이용해 자동으로 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그런데 한국은 초·중·고 교과과정에서 컴퓨팅 사고력 교육을 등한시하고 있다. 2000년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세계에서 컴퓨터를 가장 잘 쓰는 국민을 육성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초등학교 교과과정에 200시간 넘게 투입해 정보통신기술 교육을 한 적도 있다. 그러나 2008년 교과과정 개편에서 정보 교과 교육이 사라지기 시작했고, 2015년에야 겨우 초등학교에서 17시간, 중학교에서 34시간 정보 교과 교육을 하는 것으로 다시 반영하기 시작했다. 영국에서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12년간 매주 1시간 이상 정규 교육을 하는 것에 비하면 부실하게 이뤄지고 있다.

英, 초등부터 고교까지 매주 1시간 이상 정규교육
컴퓨팅 사고력은 컴퓨터에 일을 시키는 원리라고 볼 수 있는데, 컴퓨터는 기계기 때문에 간단한 작업도 논리적으로 완벽하게 명령을 내려야만 실수 없이 작업을 시킬 수 있다. 이런 원리는 초등학생도 쉽게 배울 수 있다. 요즘은 예전과 달리 전문적인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우지 않고도 컴퓨터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엔트리, 스크래치 같은 어린이용 레고블록형 프로그래밍 언어가 개발돼 있어 초등학생도 쉽게 컴퓨터에 원하는 작업을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컴퓨팅 사고력은 일종의 언어 구사력과 같아서 어릴 때 배울수록 훨씬 잘 구사할 수 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는 어렸을 때부터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배운 덕에 대학에 입학할 때 이미 전문 개발자 수준의 개발 능력을 갖췄다. 게이츠는 대학 1학년 때 마이크로소프트를 창업했고, 저커버그가 대학에 입학하면서 친구들과 소통하기 위해 개발한 것이 오늘날 페이스북이 됐다. 이들이 대학 1학년 수준의 지식만으로도 세계적인 기업을 일굴 수 있었던 이유는 그들이 다른 사람보다 먼저 새로운 것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남보다 먼저 새로운 것을 시도할 수 있다는 건 중요한 능력이다. 이런 창의적인 능력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할 경쟁력이고, 그 경쟁력의 핵심에는 컴퓨팅 사고력이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인간의 지적 활동까지 자동화돼 많은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한다. 다행히 그동안 보지 못했던 새로운 직업이 많이 생겨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지금 우리가 아이들에게 하는 교육이 이런 일자리의 변화를 잘 반영하고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미래 새로운 일자리는 컴퓨팅 사고력을 기본적으로 요구하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보기 때문에 사교육을 통해서라도 아이들에게 컴퓨팅 사고력을 가르치는 부모가 늘고 있다. 공교육에서 제대로 가르치지 않으면 이런 현상은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 미래에는 컴퓨팅 사고력을 배운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 사이의 불공정한 경쟁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다. 모든 학생에게 정보 교육 기회를 균등하게 줄 수 있도록 초·중·고 교과과정에서 정보 교과 교육을 확대해야 하는 이유다.
교육이 일자리 변화 반영하고 있는지 고민해야
벌써부터 경쟁력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채용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늘고 있다. 연봉에 관계없이 능력있는 개발자를 뽑으려고 하지만, 그런 개발자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한다. 반면 다른 분야는 많은 기업이 채용 인원을 줄이면서 일자리 얻기가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한다.

이런 상황임에도 정보 교과과정을 확대하려면 기존 교과과정 시수를 줄여야 해 정보 교육을 늘리기 어렵다는 게 교육계의 중론이다. 교육 수요보다 공급 논리가 교육계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젠 교육 수요자인 학생과 산업계, 국가의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 정부는 교과과정 시수 조정에 따른 부작용을 지혜롭게 해결할 방안을 마련해 2022년 정기 교과과정 개편 때 반드시 초·중·고 교과과정에 정보 교육을 선진국 수준으로 확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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