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변리사 '밥그릇 싸움'에 기업만 속탄다

입력 2021-06-22 18:09   수정 2021-06-23 01:29

특허소송 업무의 주도권을 놓고 ‘밥그릇 싸움’이 격화하고 있다. 20여 년간 이어질 정도로 해묵은 변호사와 변리사 간 갈등이 또다시 불붙는가 하면 감정평가사들도 가세해 변리사들의 먹거리를 노리고 있다.

‘변·변’ 갈등 재점화
변호사와 변리사 간 갈등은 이달 들어 재점화하고 있다. 변리사들은 “특허침해 소송에서 기술에 관한 전문 지식을 갖춘 변리사가 변호사와 함께 소송대리를 수행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구하는 반면 변호사들은 “변리사들은 소송 노하우가 떨어지므로 기술 검토만 하는 게 맞다”고 맞서고 있다.

대한변리사회는 한국공학한림원 등 4개 과학기술 단체와 함께 “산업재산권 보호를 위해 변리사의 특허침해 소송대리 참여를 적극 지지한다”는 성명서를 지난 14일 발표했다. 대한변호사협회가 “변리사에게 공동소송대리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의견을 지난 3월 국회에 전달한 데 대한 맞대응 성격이다

특허를 둘러싼 쟁송은 ‘특허심판’과 ‘특허침해소송’으로 나뉜다. 특허심판은 특허, 상표 등 산업재산권 발생과 효력 등을 둘러싼 분쟁을 가리킨다. 특허청에 소속된 특허심판원이 1심 법원 역할을 한다. 특허심판원에서 내려진 ‘심결’을 취소하는 소송이 2심 법원인 특허법원에서 이뤄진다.

산업재산권 ‘침해’를 둘러싼 분쟁과 손해배상 문제는 일반 법원이 다룬다. 여기에서는 변리사가 소송을 맡을 수 없다. 민사소송 영역에선 변리사가 법률대리인이 될 수 없다는 얘기다.

변리사업계는 “특허침해 사건에서 변리사의 소송대리권이 인정되지 않아 재판에 대한 신뢰성이 훼손될 여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한 변리사는 “기술적으로 얼마나 발전했는지를 따지는 ‘진보성’이 민사소송에서 판단 기준이 될 때가 많은데, 기술 전문가인 변리사를 소송대리인에서 빼놓는 게 납득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한변호사협회 관계자는 “특허침해 사건은 일종의 손해배상 사건”이라며 “굳이 변리사가 공동대리할 이유가 없으며, 민사소송법에 ‘공동대리’라는 개념부터 포함해야 타당하다”고 말했다.
불안한 산업계
변리사 업무 영역에는 감정평가사도 끼어들었다. 국토교통부가 지식재산 가치 평가를 감평사의 고유 업무로 정하고, 관련 업무를 독점하도록 하는 내용의 감정평가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지난해 11월 발의하면서다.

대한변리사회는 “산업재산권의 경제적 가치 산정을 위해서는 기술성, 시장성 등에 대한 종합평가가 필요하다”며 “재산권의 경제적 가치만 산정하는 감평사들이 지식재산 가치 평가 업무를 독점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반발했다. 개정안에서 문제가 된 이 내용은 17일 국회 법안심사에서 삭제됐다.

이처럼 직역 간 충돌이 격화하자 산업계에선 “변리사들의 공동 소송대리를 보장해 국내 기업이 산업재산권 침해로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글로벌 ‘특허 전쟁’에선 한국이 상위권을 굳건히 하고 있는 와중에 ‘집안싸움’으로 기업들의 새로운 먹거리 발굴에 차질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특허청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국제특허출원’은 사상 최초로 2만 건을 돌파했다. 기술 강국인 독일을 제치고 중국과 미국, 일본에 이어 4위에 올랐다. 국내 기업들은 기술 개발에 더 많은 자본을 투자해 특허를 쏟아내고 있다. 지난해 우리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 내놓은 특허출원 건수는 삼성전자 3093건(2위) LG전자 2759건(4위)이었다.

안효주/오현아 기자 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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