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 카드사들이 신상품 출시와 프로모션 등을 통해 다른 카드사의 MS를 넘어서는 데 집중했던 게 사실”이라며 “간편결제 시장 확대로 카드업계가 빅테크에 잠식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지금은 더 이상 우리(카드사들)끼리 누가 잘하는지 겨루는 게 의미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카드사들은 비금융 콘텐츠를 자사 앱에 집어넣으며 MAU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대카드 앱에는 간편결제(페이) 서비스뿐 아니라 고객에게 패션과 여행지를 추천해 주는 콘텐츠가 포함돼 있다. KB국민카드도 최근 자사 페이 앱인 KB페이에 음식점 예약 서비스를 탑재했다. 신한카드의 신한페이 판에선 퀴즈를 맞힐 경우 경품을 주는 이벤트 등 엔터테인먼트 콘텐츠가 들어가 있다. 소비자가 앱을 지속적으로 방문하고 오래 머무르도록 만들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다른 회사와 협업을 시도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KB국민카드는 KB손해보험과 KB저축은행 등 계열사와 앱을 연동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삼성카드도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삼성증권 등 금융 계열사와 통합 플랫폼 구축을 추진 중이다. 카드업계는 최근 서로의 페이 앱을 개방해 ‘오픈페이’ 서비스를 구축하는 데도 합의했다. 가령 신한카드 앱에서 KB국민카드를 통한 간편결제를 가능하도록 열겠다는 것이다. ‘적과의 동침’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빅테크를 견제하겠다는 구상이다.
신한카드에 따르면 자사 고객이 카드론(장기신용대출)과 현금서비스(단기신용대출) 등 금융서비스를 모바일이나 온라인을 통해 신청한 비율이 지난해 절반을 넘어서기도 했다.
그럼에도 네이버와 카카오톡이라는 대형 플랫폼을 보유한 빅테크를 넘어서기엔 역부족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카카오페이의 MAU는 2000만 명을 웃도는 것으로 전해졌다. 카드업계 1위인 신한카드의 세 배를 넘는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기존 인프라도 열위인 상황에서 카카오페이가 기업공개(IPO)를 통해 대규모 자금을 끌어모을 경우 실탄 경쟁에서도 뒤처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빅테크와 정면으로 맞서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며 “다른 스타트업과 제휴하거나 카드사들의 노하우를 살려 자산관리 서비스를 강화하는 등 차별점을 찾기 위한 방법을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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