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년 노포' 평양냉면집이 배달까지…"맛 빼곤 다 바꾼다"

입력 2021-06-22 17:27   수정 2021-06-23 02:31


<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한국경제신문·비씨카드 공동기획 ‘장사의 신’ 시리즈는 전국 300만 비씨카드 가맹점(프랜차이즈 제외)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을 토대로 100곳을 선정해 코로나 위기에도 도약한 비결을 심층 인터뷰한 내용입니다. 2019년 이후 지난달까지 월평균 매출(비씨카드 결제 기준)이 1000만원 이상이면서 지난해에도 매출이 증가한 업체 순으로 분석했습니다.
서울 여의도에 있는 정인면옥은 1972년 시작한 49년 전통의 노포(老鋪)다. 3대가 가업을 이어 평양냉면 외길을 걷고 있다. 외관만 놓고 보면 오랜 역사를 지닌 노포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기 어렵다. 인테리어도 제법 세련됐다. 을지면옥을 비롯해 역사가 깊은 유명 평양냉면집이 정통을 강조하기 위해 내·외관을 고치지 않는 것과 대비된다.

정인면옥이 여타 노포들과 다른 길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한승우 정인면옥 대표(사진)는 “손님과 기싸움을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표현했다. 한 대표는 “가게를 찾아온 손님을 위해 식당은 불편해선 안 된다는 게 철학”이라며 “오랫동안 고집해온 방식을 강요하는 건 식당이 손님에게 자존심 싸움을 거는 격”이라고 말했다.
노포답지 않은 노포
22일 ‘한경-비씨카드 빅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정인면옥의 지난해 월평균 매출은 전년보다 54% 늘었다. 코로나19 여파로 전국의 냉면전문점 월평균 매출이 15.4%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놀랄 만한 성적이다.

정인면옥이 코로나19 악재를 뚫고 손님을 불러모을 수 있었던 전략은 ‘노포답지 않은 노포’ 콘셉트다. 정인면옥 내부 인테리어는 이탈리아 레스토랑에 가깝다. 다른 노포들이 오래전 유명 정치인들이 방문했을 때 찍은 흑백 사진을 벽면에 걸어놨다면 정인면옥에선 화사한 현대미술 작품이 손님을 반긴다.

한 대표는 2014년 경기 광명에서 터를 옮겨 여의도에 매장을 낼 때 지금의 내·외관 디자인 콘셉트를 직접 기획했다. 그는 “노포스러운 디자인은 시간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주는 것”이라며 “가게를 옮긴 뒤에도 굳이 돈을 들여 예스럽게 인테리어를 하는 건 촌스럽다고 생각해 현대적인 콘셉트를 잡았다”고 설명했다.
배달·반접시 등 유연한 경영
정인면옥은 내부 시스템에도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가 지속되자 올해부터 배달을 시작했다. 정인면옥처럼 역사가 깊은 노포가 배달 판매에 나선 경우는 많지 않다. 특히 평양냉면집의 배달 서비스는 더욱 흔치 않다. 일반 면보다 더 빨리 붇는 메밀면의 특성 때문에 배달이 쉽지 않아서다.

하지만 한 대표는 달랐다. 코로나19 방역으로 냉면을 먹고 싶어도 매장을 찾기 어려운 손님이 있다면 직접 찾아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두 달간의 연구 끝에 메밀면을 붇지 않게 배달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한 대표는 “면을 그릇에 말아서 담지 않고 자루우동이나 소바처럼 접어서 담으면 덜 붇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며 “배달 과정에서의 흔들림 테스트 등까지 거쳐 지난 1월부터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매장에서 먹는 맛 그대로를 유지하기 위해 20분 내 도착할 수 있는 거리에만 배달한다.

사이드 메뉴의 반 접시 판매도 정인면옥의 남다른 시도 중 하나다. 정인면옥은 돼지편육과 아롱사태수육, 만두 등 냉면과 곁들여 먹는 사이드 메뉴를 장사 초기부터 반 접시로도 팔고 있다. 지금은 반 접시 메뉴가 흔하지만 당시에는 새로운 시도였다. 한 대표는 “사이드 메뉴를 한 접시 기준으로만 파는 건 매출을 조금이라도 더 올리고자 하는 업주의 욕심”이라며 “손님들이 부담 없이 맛볼 수 있도록 남들보다 먼저 반 접시 메뉴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4년 연속 ‘미쉐린 빕구르망’
이북 출신인 외할아버지부터 시작해 외삼촌을 거쳐 한 대표까지 이어진 정인면옥의 평양냉면은 깔끔하고 담백한 맛이 특징이다. 정인면옥은 2018년부터 4년 연속 미쉐린 가이드에 ‘빕구르망’(합리적인 가격으로 훌륭한 음식을 제공하는 식당)으로 선정됐다.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도 한 대표가 고집스럽게 원칙을 지키는 것은 식자재다. 그는 “정인면옥은 누구에게나 가장 맛있는 집은 아니겠지만 가장 좋은 재료를 쓰는 곳이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메밀을 100% 사용한 순면 메뉴를 유지하는 것도 고객과의 약속 때문이다. 메밀과 고구마전분을 섞어 사용하는 일반 면과 달리 온전히 메밀로만 뽑은 순면 메뉴를 내놓으려면 면을 삶는 가마를 따로 써야 하는 등 매장 운영 효율이 떨어진다. 전통이 깊은 노포에서도 최근에는 순면 냉면을 찾아보기 어려운 이유다. 한 대표는 “순면 냉면은 메밀맛을 더 진하게 느낄 수 있는 메뉴”라며 “순면을 찾는 손님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그분들을 위해 메뉴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임지우 인턴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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