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계’와 ‘비(非)이재명계’가 대통령 선거 당내 경선 일정을 놓고 22일 의원총회에서 정면 충돌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당 지도부는 최종 결정을 오는 25일로 다시 연기했다. 경선을 미뤄야 한다는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 측 의원 반발이 그만큼 컸다는 의미다.
이날 의총은 지난 18일 민주당 내 이낙연계, 정세균계 의원 66명이 소집을 요구하면서 성사됐다. 의총에선 찬반 각각 2명의 의원이 발언하는 지정토론 이후 의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는 자유발언이 이어졌다.
찬성 측 의원이 수적 우세를 점한 가운데 양측이 팽팽히 대립했다. 찬성 측 토론자로 나선 김종민 의원은 “당헌·당규에는 상당한 사유가 있을 경우 당무위가 경선 일정을 조율할 수 있다고 적혀 있다”며 “코로나19 상황 및 야당과의 경선 일정 차이를 고려하면 경선을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대 측 이재명계는 경선 연기가 민주당의 ‘내로남불’ 이미지를 강화할 수 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김남국 의원은 “민주당이 4·7 재·보궐선거에서 패배한 주요 원인 중 하나가 원칙을 지키지 않는다는 이미지 때문”이라며 “최근 크게 흥행에 성공한 국민의힘 전당대회 사례를 보면 코로나19 시기에 전당대회를 한다고 컨벤션 효과를 누릴 수 없다는 것은 타당하지 않은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김병욱 의원은 “경선을 미룬다고 흥행하지 못할 경선이 흥행하는 것은 아니다”며 “일정 논의를 마치고 경쟁력 있는 경선 구상을 고민할 때”라고 말했다.
의원들의 의견과 달리 민주당 지지층의 여론은 경선 연기를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9일에서 20일까지 1028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민주당 지지자의 51.2%는 현행대로 경선을 9월에 실시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경선 연기를 지지한다는 답변은 33.2%에 그쳤다.
이날 민주당 대선주자들은 모두 여의도에 모여들었다. 이재명 지사는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개식용 및 반려동물 매매 관련 제도개선 간담회’에 참석한 후 기자들을 만나 “당내 갈등이 있는 상황에서 통 크게 수용하면 포용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고 개인적으로 그게 유익하다는 점을 모를 만큼 하수가 아니다”며 “하지만 장기적으로 당이 국민의 신뢰를 잃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 내 군소 후보들은 ‘반이재명 전선’을 구축했다.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 이광재 의원은 이날 ‘도시공항, 어떻게 할 것인가’란 이름의 토론회를 공동 주최했다. 이 자리에서 정 전 총리는 “정당의 중요한 문제에 대해서는 의원총회가 의견을 낼 수 있다”며 “이를 토대로 지도부가 좋은 결론을 도출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 지사가 통 큰 양보를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직접 요구하기도 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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