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수혜받던 철강·조선주, 이번엔 왜 떨어지나 봤더니…

입력 2021-06-24 07:15   수정 2021-06-24 07:16


철강·조선주들이 약세를 보이고 있다. 국제유가와 함께 주가가 동반 움직임을 보이면서 '유가 수혜주'로 불렸지만, 이번만큼은 다르다.

지난달 하순부터 국제유가 랠리가 시작됐지만, 철강·조선 기업의 주가는 제각각 움직이고 있다. 주가가 국제유가 상승에 연동되지 못하는 까닭은 따로 있다. 유전 개발이 증가할지 불투명한 탓이다. 정유기업 주가도 유가 상승폭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다.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이 아직도 손익분기점에 다다르지 못해서다.
국제유가 2년 반만에 70달러선 회복
2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8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일 대비 23센트(0.3%) 오른 배럴당 73.08달러에 마감됐다.

국제유가는 WTI를 기준으로 지난달 20일의 배럴당 61.94달러를 단기 저점으로 랠리를 펼치며 지난 8일 배럴당 70달러선을 돌파했고, 이날까지는 17.99% 올랐다. 이번 랠리 전에 WTI가 배럴당 70달러를 돌파한 건 2018년 10월16일이 마지막이었다.

국제유가를 끌어 올린 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의 종식 기대감이다. 억눌려 있던 여행 수요가 조만간 폭발해 항공기나 자동차에 들어갈 석유제품 수요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코로나19 확산 사태를 극복하기 위한 각국 정부의 부양책은 실제로 석유 수요를 자극했다.

공급 측면에서는 중동에서의 갈등이 다시 고조될 조짐이다. 강경 이슬람 원리주의자인 세에드 에브라함 라이시가 최근 대선에서 당선돼 미국과의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의 복원이 요원해졌다. 이란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계속되면 이란산 원유는 계속 시장에 진입할 수 없다.

국제유가는 상승한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지난 23일(한국시간) 산업통상자원부가 개최한 ‘제97차 국제전문가협의회’에서 국제금융센터는 올해 하절기 중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도 최근 내놓은 보고서를 통해 국제유가가 브렌트유 기준으로 내년에 1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유가 상승이 유전개발로 안 이어져…철강·조선, 간접수혜만”
전통적으로 철강·조선 업종은 국제유가 상승의 수혜주로 꼽혔다. 국제유가가 상승한다는 자체가 경기 활황을 나타내기에 경기민감주에 속하는 두 업종이 주목받는다. 더불어 원유를 캐내는 데 사용되는 강관, 해저 유전에서 원유를 퍼 올리는 해양플랜트 발주가 늘어나는 직접적 수혜도 기대됐다.

최근 들어서는 조선·철강 업종의 주가와 국제유가 사이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낮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석유 수요가 지속될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랠리를 펼친 지난달 20일부터 전일까지 포스코(POSCO)는 7.26%가, 현대제철은 3.12%가, 동국제강은 11.25%가 각각 하락했다.

변종만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제유가가 올라간다고 해서 추가로 유전이 개발될 상황은 아니다”며 “원유 개발 산업에서 (철강) 수요가 많이 늘어난다고 보기보다는, 유가가 오르면 전반적으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는 간접적인 영향을 받는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조선업종의 주가 흐름도 비슷했다. 지난달 20일부터 전일까지 한국조선해양은 9.93% 하락했지만, 대우조선해양은 3.76% 상승했다. 대우조선은 이달 초 수주 호황이 주목돼 지난 1일에만 직전 거래일 대비 9.94% 오르는 등 주가가 급하게 뛰었다가, 8일부터 조정받고 있다.



조선업종은 과거 국제유가가 오르면 해양플랜트 발주가 늘어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주가가 탄력을 받았다. 해양플랜트는 수주하기만 해도 계약 규모가 크기 때문이다. 가장 비싼 선종인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17만4000㎥급도 척당 계약 규모가 약 2000억원 수준이고, 드릴십은 척당 5000억원 수준이다. 해상에서 원유를 생산하는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 설비(FPSO)는 한 기에 계약규모가 수조원에 달하기도 한다.

다만 올해 들어 국제유가가 50% 넘게 오르는 동안 국내 조선업계는 해양플랜트를 3기 수주하는 데 그쳤다. 하반기 수주가 기대되는 해저유전 개발 프로젝트도 나이지리아 봉가 사우스 웨스트 아파로의 FPSO 뿐이다.

국제유가 상승의 직접적 수혜를 받지 못한다고 해서 주가 전망까지 어두운 건 아니다.

우선 조선업종은 선박 발주 시장의 호황이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조선·해운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가 집계한 지난주말 기준 신조선가 지수는 138로, 앞선 호황기였던 2013~2014년의 고점 140에 근접했다. 여러 선종 중 신조선가가 가장 부진했던 유조선 분야도 상승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최광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가장 최근 한국 조선업계가 체결한 초대형유조선(VLCC) 계약 규모가 9300만달러이고, 한국의 호가는 100만달러 이상인 가운데, 지난주 클락슨이 제안한 가격은 9700만달러”라며 “곧 VLCC 신조선가의 갭상승을 목도할 예정이며, 조선업종의 주가 반전 트리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철강업종은 중국의 원자재 가격 규제의 영향이 완화되는 신호가 나타나야 주가가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변종만 연구원은 “철강업종의 업황과 실적 전망이 나쁘지 않지만, 주가는 이에 연동되지 않고 있다”며 “중국 정부가 원자재 시장에서 개입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 정부의 원자재 시장 개입의 부정적 효과가 해소되는 모습이 나타나야 실적·업황이 주가에 반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유업종, 유가 상승 이은 정제마진 확대 기대감
그나마 정유주들의 주가는 유가에 연동됐지만 과거와 비교하면 상승률은 미약하다. 유가가 오르면 정유기업들은 미리 사둔 원유의 가치가 상승해 얻는 장부상 이익인 재고평가이익으로 실적이 개선된다. 다만 아직까지 실제 수익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정제마진은 손익분기점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전일 에쓰오일(S-Oil)은 지난달 20일 종가 대비 5.07% 오른 10만1500원에, SK이노베이션은 2.16% 상승한 28만4000원에, GS는 2.77% 하락한 4만5600원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같은 기간 국제유가 상승폭인 17.99%에는 크게 못 미친다.

정제마진이 정유업계 손익분기점 이하인 점도 이들 기업 주가를 억누른 요인이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지난주 아시아 지역 평균 복합전제마진은 배럴당 3.3달러다. 정유업계에서는 손익분기점이 되는 정제마진을 배럴당 4달러 수준으로 보고 있다.

다만 석유제품 수요가 증가하면서 향후 정제마진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됐다. 한상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석유 수요의 개선 방향성 자체는 분명하기 때문에 정제마진의 정상화 역시 충분히 가능하다”며 “코로나19에 따른 산업의 자본투자(CAPEX) 위축 및 노후 설비 폐쇄로 내년의 수급 여건은 더욱 (정유기업에) 우호적이다. 호황기 진입 가능성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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