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자율적 '해운동맹'을 담합이라는 공정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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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06-23 18:07   수정 2021-06-24 00:15

[시론] 자율적 '해운동맹'을 담합이라는 공정위

작년 3월 이후 급등한 컨테이너 해상운임의 상승세가 올해 들어서도 이어지고 있다. 수출입 업자는 이미 계약된 수출입 가격에, 급격히 상승한 해상운임을 감안할 때 엄청난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컨테이너 선사들의 운임담합에 대한 의심이 제기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해운시장은 본질적으로 국제경쟁에 완전히 노출된 자유경쟁 시장이다. 국적에 상관없이, 어느 나라 항구에서든, 적정 요건만 충족하면 자유로이 화물을 선적할 수 있다. 국내 상황이 아니라 세계적인 선박 공급과 화물 수요에 의해 운임시장이 자유롭게 형성되는 것이다. 지난 10년에 걸친 해운업 불황도 잘못된 시황 예측에 의해 글로벌 선박 공급이 크게 늘어난 탓이었다. 한 나라가 시황을 정확히 예측해 신조선 공급을 절제한다고 해도, 다른 나라가 무분별하게 선박을 건조해 공급하면 수요공급의 불균형을 초래해 불황의 늪에 빠져들게 된다.

이런 특성의 해운은 무분별한 신조선 공급으로 인한 시장붕괴를 억제하기 위해 ‘동맹’이란 공동행위를 통한 자율적 통제를 허용하고 있다. 거대 자본이 투자되는 정기선 선사를 파멸적 경쟁에서 보호해 적정한 가격에 양질의 해운서비스를 화주에게 제공하는 것이 무역의 장기적 이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유엔은 1974년 ‘유엔 정기선 헌장’을 공포해 이런 공동행위를 독과점금지규제에서 예외로 인정했다. 우리나라도 이 헌장을 받아들여 1978년 ‘해운법’을 통해 우리나라 정기선사의 공동행위에 합법성을 부여했다. 공정거래법이 제정된 1980년보다 이전의 일이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대부분 중소선사인 한국~동남아 항로 컨테이너 해상운송 12개 국적선사가 운임담합 공동행위를 했다면서, 2003~2018년 동남아항로 매출의 8.5~10%에 해당하는 7000억원에 가까운 과징금을 부과하겠다고 통보했다. 동남아 항로를 서비스하는 해외 선사에 대한 2300억원의 과징금을 포함하면 1조원에 달하는 과징금이 부과되는 것이다. 이는 국적선사뿐만 아니라 동맹이란 공동행위를 당연시하는 해외 선사들에도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앞으로 해외 해운당국과 심각한 국제분쟁을 일으키게 될 것이다.

정부가 부당한(?) 공동행위를 이유로 국적선사에 과징금을 부과하면, 우리 국적선사는 외국인 화주로부터 손해배상 소송에 휘말릴 수도 있다. 또 과징금 부과가 현실화하면 영세한 중소 컨테이너 해운사의 줄도산은 자명한 일이며, 현재 수출입 무역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동남아, 근해 해운업이 큰 혼란에 빠지게 돼 ‘제2 한진 사태’를 일으킬 수도 있다.

해운법은 해운업의 산업적 특수성을 감안해 제정됐다. 따라서 해운업은 해운법을 적용해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해운사가 해운법으로 보호받기 위해서는 운임 공동행위가 ‘필요하면서도 최소한의 범위’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그 범위를 벗어났고, 공동행위를 한 동남아 정기선사협의회가 가입과 탈퇴의 자유도 제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그런 예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화주와의 협의 및 운임 신고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하는데, 다수의 다양한 화주와의 개별운임에 대한 협의는 현실적이지 못하다. 마지막으로 운임에 대한 신고 누락 사항은 해운업법상 과태료 부과로 관리해 왔다.

해운선사들은 더 중요한 공동행위인 운임 인상을 매년 해양수산부에 신고해왔다. 따라서 해운법에 ‘공동행위 허용’과 함께 ‘제반 절차 및 처분규정’을 두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사안은 해양수산부에 위반사항을 통보해 해운법에 따라 처리하도록 하는 것이 해운법 입법 정신에 맞는 것이라고 판단된다. 이런 일이 오랜 불황에서 막 벗어나 해운 재건의 기회를 만들어가는 해운업을 좌절시켜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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