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별점 테러

입력 2021-06-23 18:05   수정 2021-06-24 00:25

‘식빵 샌드위치는 처음 먹어본다.’ 최근 한 소비자가 ‘별점 1점’(최하점)과 함께 배달앱 리뷰에 남긴 글이다. 카페 점주가 “그러면 샌드위치를 어떤 것으로 만드느냐”고 하자, 이 소비자는 “(샌드위치를) 바게트, 사워도우로 먹은 기억뿐”이라고 했다. 비싸지 않은 일반 카페의 햄에그 샌드위치인데, 자신의 경험만 강조하며 식빵이 황당했다는 것이다.

블랙컨슈머(악의적 소비자)의 언어와 물리적 폭력, 공짜 서비스 요구 등은 과거에도 많았다. 소셜미디어 시대가 도래하면서 이들에게 강력한 무기가 하나 더 생겼다. 의도적으로 낮은 평점을 주는 소위 ‘별점 테러’다. 소비자와 공급자 간 정보 비대칭 때문에 경험자의 평가에 기댈 수밖에 없고, 이런 경향이 식당 등의 매출에 절대적이란 점에서 타격이 크다는 것이다. 쓰레기 봉투에 음식물을 집어넣은 사진을 올려 못 먹을 음식이라고 악평하는가 하면, 강아지에게 먹일 음식을 더 주지 않았다고 별점 1점만 주는 이른바 ‘진상 고객’들이 활개치는 배경이다.

그러다 결국 사달이 났다. 서울의 한 분식집에서 새우튀김을 온라인 주문한 소비자가 3개 중 1개의 색깔이 이상하다며 전액 환불을 요청했고, 점주에게 네 차례 전화를 하며 고성을 질렀다는 것이다. ‘갑질’에 충격받은 점주는 배달앱 고객센터와 환불 관련 통화를 하던 중 뇌출혈로 쓰러졌고, 결국 숨을 거뒀다.

이런 고객들의 심리상태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사람들이 권력을 잡는 순간, 자기중심적이 되는 ‘권력심리’에서 원인을 찾는다. 평소 을(乙)인 경우가 많은 사람들이 식당이나 주차장에서 갑(甲)이 됐을 때, 그동안의 스트레스와 분노, 억울함을 한꺼번에 분출시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서열문화에 익숙한 한국 사회의 특성에다 코로나 스트레스까지 중첩된 결과다.

문제는 이런 사회병리 현상이 쉽게 해소될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소비자는 항상 옳다’고 여겨온 기업들은 이제 ‘별점의 노예가 됐다’는 점주들의 하소연에 귀를 열어야 할 것이다. “어릴 때부터 사회적 약자 배려를 교육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경험을 공유토록 하는 게 최선”(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이란 조언도 경청할 만하다. 모든 소비자가 ‘확성기’를 든 시대에 ‘내돈내산(내 돈 주고 산 거니 참견 말라)’만 강조해선 언제 다시 ‘새우튀김 사망 사건’이 재연될지 모를 일이다.

장규호 논설위원 daniel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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