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평가하는 인터브랜드 한국지사의 문지훈 대표는 24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기업들이 새로운 '경쟁자'와 싸워야 하는 시대가 왔다고 진단했다. 문 대표는 "항공사 수입의 대부분은 출장을 떠나는 기업 고객인데, 화상회의 트렌드가 활성화되면 큰 수익원을 잃게 된다"며 "앞으로 기업들은 범 산업적 관점에서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메타버스 같은 가상 시장이 계속 커지고 있기 때문에 어떤 사업군이든 현실과 가상 시장 두 가지에 대한 전략을 모두 세워야 한다고 내다봤다. 브랜드 가치 평가 전문가인 문 대표에게 포스트 코로나 시대 기업의 생존 전략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트렌드 대응 방법에 대해 물었다. 그는 △범 산업적 경쟁력 △MZ(밀레니얼·Z세대)와 애착 관계 형성 △현실과 가상 두 가지 시장 공략 등 세 가지 분야를 포스트 코로나 시대 기업이 꼭 챙겨야할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인터브랜드는 3년 전부터 세부 평가 항목중 하나인 '윤리적 리더십'에 대한 비중을 높였다. 전세계적으로 ESG 경영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이와 관련된 평가를 강화한 것이다. 문 대표는 "ESG의 가장 큰 적은 애매모호함"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회사의 색깔과 사업 방향에 맞춘 ESG를 홍보하는게 중요하다"며 "에어비앤비는 최고윤리책임자(CEO)가 있어 다양성, 경제적 지속성, 인권 등을 추구한다"고 했다.
문 대표는 미국 아이스크림 회사인 벤앤제리스를 ESG 경영의 모범 사례로 꼽았다. 밴앤제리스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인종 차별적인 정책을 내세울 때, 이를 반대하기 위해 다양한 인종이 표지에 그려진 아이스크림을 출시했다. 이런 철학에 반대하는 고객들이 불매운동을 벌일 수 있다는 위험에도 밴엔제리스는 굴하지 않았다. 문 대표는 "단순히 선언적인 발표가 아니라 제품으로 만들어 윤리적 경영을 실천해낸 경우"라며 "국내 기업들도 이 같은 방향에서 ESG를 실천해야 확산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표는 국내 기업 사례 중에선 SK그룹, 카카오와 마켓컬리를 들었다. 그는 "카카오가 작년 처음으로 발간한 ESG 보고서를 보면 데이터 센터 건립을 위해 설계 단계부터 ESG를 고려했다"고 했다. 또 "마켓컬리는 사업 구조 자체가 소상공인과 함께 하고 있어 높게 평가한다"며 "SK그룹은 계열사별로 ESG 전략을 실리적으로 잘 해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표는 "작년 코로나로 소비가 주춤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기업들의 브랜드 가치는 전년 대비 총 3.3% 성장했다"고 했다. 최근 발표한 일본 브랜드 평가의 총 가치가 3.9% 떨어진 것과 대조적이다. 그는 "국내 기업들이 시장 상황에 맞춰 빠르게 대처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또 "글로벌 100대 기업 브랜드 가치를 따져보면 한국 기업이 3개로 국가별로는 6위"라며 "선진국들과 경제 규모를 따져봤을 때 상대적으로 많은 기업이 포진해 있다"고 했다.
문 대표는 "기업이 장기 비전을 짜는 일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과거와 달리 트렌드가 빨리 변화하기 때문에 빨라 장기 전략을 세우는 것은 의미가 없어졌다"는 이유다. 그는 대신 "5년 이후에 이룰 포부가 무엇인지 정하고, 5년 뒤엔 또 새로 짜는 단기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기적 목표를 이야기하는 비전과, 5년 후를 내다보는 포부는 반드시 구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대표는 "새로운 소비층으로 떠오른 MZ(밀레니얼·Z세대)와 기업 브랜드가 '애착관계'를 형성해야 한다"고 했다. 기존엔 기업이 어떤 경영을 해도 소비를 하던 일방적인 '충성도'가 중요했지만, MZ세대에겐 소비자와 기업이 쌍방향으로 소통하는 애착관계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문 대표는 "MZ 세대는 실리적 이득과 순간 효용성을 우선시 한다"며 "이들이 진정으로 추구하는 니즈를 파악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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