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피아노의 시인, 폴란드의 정신을 쓰다

입력 2021-06-24 18:37   수정 2021-06-25 02:33

1818년 폴란드 바르샤바의 일간지 파미엔토닉 바르샤프스키에 어린 작곡가가 쓴 첫 작품 ‘폴로네즈 g단조’를 조명한 기사가 실렸다. “여덟 살에 불과하지만 어려운 곡을 쉽게 요리한다. 그가 독일이나 프랑스 태생이라면 이미 유럽을 평정했을 것이다.” 주인공은 프레데리크 쇼팽(1810~1849). 될성부른 면모가 어릴 적부터 드러났던 일화다.

《쇼팽》은 피아니스트 김주영이 소개하는 쇼팽의 일대기다. 그의 발자취를 좇으며 음악 인생을 고찰한다. 어떤 환경에서 자랐고, 어떻게 음악 교육을 받았는지 등을 상세히 설명한다.

쇼팽의 재능은 국적을 초월했다. 그가 태어난 폴란드는 유럽 주류 음악과는 거리가 먼 곳이었다. 19세기 클래식은 독일과 오스트리아, 프랑스가 주도했다. 이른바 ‘폴란드 촌놈’이었던 그의 진가는 19세 때 발휘됐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론도 크라코비아크 F장조’를 선보이며 젊은 거장으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청년 쇼팽에게 위기가 찾아왔다. 1931년 폴란드 바르샤바가 러시아에 함락돼서였다. 쇼팽은 폴란드를 떠나 프랑스 파리로 이주했고, 고국을 그리워했다. 그러면서 우아하고 부드러운 왈츠 대신 역동적인 폴란드 민속 춤곡 마주르카를 고집했다. 쇼팽은 전 생애에 걸쳐 60곡의 마주르카를 썼다.

프랑스에서 쇼팽은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했다. 평생의 뮤즈였던 조르주 상드를 만난 것. 강인한 여성 작가와 폐결핵을 앓던 피아니스트의 만남이었다. 쇼팽은 상드를 만나면서 발라드, 프렐류드 등 명작을 쏟아냈다. 가정사로 인해 상드와 헤어지고 심신이 피폐해진 쇼팽은 2년 후 서른아홉 나이에 세상을 등졌다.

짧은 생애였지만 쇼팽이 후대에 남긴 영향은 컸다. 그의 작품을 오마주한 작곡가들이 잇따랐다. 라흐마니노프, 부조니, 글라주노프 등이 그의 레퍼토리를 변주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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