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철수 쌤의 국어 지문 읽기] 우리 뇌가 단순한 저장소가 아닌 이유는? 일반화와 유추 때문이지

입력 2021-06-28 09:01  

<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우리 집 뒷동산에 복숭아나무가 하나 있었다. 그 꽃은 빛깔이 시원치 않고 그 열매는 맛이 없었다. 가지에도 부스럼이 돋고 잔가지는 무더기로 자라 참으로 볼 것이 없었다. 지난 봄에 이웃에 박 씨 성을 가진 이의 손을 빌어 홍도 가지를 접붙여 보았다. … 나는 그것을 보고 ‘대단히 어긋난 일을 하는구나’ 하고 생각하였다. 그런데 어느새 밤낮으로 싹이 나 자라고 … 올봄에는 꽃과 잎이 많이 피어서 붉고 푸른 비단이 찬란하게 서로 어우러진 듯하니 그 경치가 진실로 볼 만하였다.(중략)

내가 여기에 이르러 느낀 바가 있었다. 사물이 변화하고 바뀌어 개혁을 하게 되는 것은 오로지 초목에 국한한 것이 아니요, 내 몸을 돌이켜 본다 하여도 그런 것이니 어찌 그 관계가 멀다 할 것인가! 악한 생각이 나는 것을 결연히 내버리는 일은 나무의 옛 가지를 잘라 내버리듯 하고 착한 마음의 실마리 싹을 끊임없이 움터 나오게 하기를 새 가지로 접붙이듯 하여, 뿌리를 북돋아 잘 기르듯 마음을 닦고 가지를 잘 자라게 하듯 깊은 진리에 이른다면 이것은 시골 사람에서 성인에 이르기까지 나무 접붙임과 다른 것이 무엇이겠는가!(중략)

그리고 또 느낀 바가 있다. 오늘부터 지난 봄을 돌이켜 보면 겨우 추위와 더위가 한 번 바뀐 것뿐인데 한 치 가지를 손으로 싸매어 놓은 것이 저토록 지붕 위로 높이 자라 꽃을 보게 되었고, 또 장차 그 열매를 먹게 되었으니 만약 앞으로 내가 몇 해를 더 살게 된다면 이 나무를 즐김이 그 얼마나 더 많을 것인가! 세상 사람들은 자기가 늙는 것만 자랑하여 팔다리를 게을리 움직이고 그 마음 씀도 별로 소용되는 바가 없다. 이로 미루어 보면 또한 어찌 마음을 분발하여 뜻을 불러일으키기를 권하지 아니하겠는가. 이 모든 것은 다 이 늙은이를 경계함이 있으니 이렇게 글을 지어 마음에 새기노라.

- 한백겸, 접목설(接木說) -
우리 집 … 복숭아나무 … 여기에 이르러 느낀 바가 있었다. … 초목… 내 몸 …듯 하고 …듯 하여 … 듯 … 듯 … 과 다른 것이 무엇이겠는가
이미 알려진 정보만을 간직하고 있다면 우리의 뇌는 한낱 저장소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무한한 지식을 창출해 낼 수 있는 것은 추리(推理) 또는 추론(推論), 즉 이미 알려진 정보들을 가지고 새로운 정보를 떠올릴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곧 추론을 바탕으로 한 글이 많다는 뜻이다. 그래서 오늘은 여러 추론 방법 중, 일반화(추상화, 귀납)와 유추(비유)를 바탕으로 한 글을 어떻게 읽는지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일반화는 개별적인 것이나 특수한 것을 일반적인 것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즉 구체적 사례의 특성을 그것이 포함된 전체가 지녔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 글에서 글쓴이는 ‘우리 집 … 복숭아’라는 구체적 사례를 들었다. 그것이 ‘꽃은 빛깔이 시원치 않고 그 열매는 맛이 없었다. 가지에도 부스럼이 돋고 잔가지는 무더기로 자’랐다가 ‘싹이 나 자라고 … 꽃과 잎이 많이 피어서 붉고 푸른 비단이 찬란하게 서로 어우러’진 것을 관찰하고는 ‘볼 것이 없’었다가 ‘볼 만하였’다고 말한다. ‘볼 것이 없’다와 ‘볼 만하였’다는 접붙이기 전후의 우리 집 복숭아 상태를 일반화한 말이다. 글쓴이는 일반화를 멈추지 않고 더 나아가 복숭아가 속한 ‘초목’의 특성을 일반화한다. 즉 ‘볼 것이 없었다. … 볼 만하였다’를 ‘변화하고 바뀌어 개혁을 하게’ 된다고 일반화한 것이다. 이를 이해하는 데는 벤다이어그램만한 것이 없다.


일반화보다 더 생산적으로 지식을 알아내는 방법이 유추이다. 유추란 두 개의 사물이 여러 면에서 비슷하다는 것을 근거로 다른 속성도 유사할 것이라고 추론하는 것을 말한다. 예컨대 화성이 지구와 여러 면에서 비슷하다는 것을 바탕으로, 지구에 생명체가 있으니 화성에도 생명체가 있으리라 짐작하는 것이다. 그런데 유추는, 비교되는 사물들의 상위 범주(동일한 성질을 가진 부류나 범위)가 갖는 속성만 추론하는 일반화와 달리 다른 범주의 사물이 갖는 속성을 추론하는 데도 사용된다. 예컨대 ‘꽃’이 피고 짐을 보고 그 상위 범주인 ‘식물’의 성장과 죽음을 떠올리는 것이 일반화라면, 인간 문명의 범주에 속하는 ‘국가’의 발전과 멸망을 설명하는 것이 유추이다. 그런 의미에서 유추는 일반화보다 더 지식을 창출하는 힘이 강하다.

이 글에서 글쓴이는 ‘우리 집 … 복숭아나무’를 보고 ‘복숭아나무’의 속성을 일반화하고, 나아가 ‘초목’의 속성을 일반화하더니, 급기야 식물 범주가 아니라 윤리 범주에 속하는 ‘내 몸’, 즉 ‘성인에 이르는’ 길의 속성을 짐작하는 유추를 하고 있다. 글쓴이는 ‘악한 생각이 나는 것을 결연히 내버리는 일’은 ‘나무의 옛 가지를 잘라 내버리’는 일과 같고, ‘착한 마음… 나오게 하기’는 ‘새 가지로 접붙이’는 것과 같다고 한다. 나아가 ‘뿌리를 북돋아 잘 기르’는 것을 ‘마음을 닦’는 것과 같고, ‘깊은 진리에 이’르는 것을 ‘가지를 잘 자라게 하’는 것과 같다고 한다. 그러면서 ‘시골 사람에서 성인에 이르’는 것을 ‘나무 접붙임과 다른 것이’ 없다고 한다. 유추도 역시 벤다이어그램으로 이해하면 좋은데, 그것은 일반화와 다른 벤다이어그램을 이용한다.


이와 같이 일반화와 유추가 보이는 글은 각각의 벤다이어그램을 그려가며 이해하는 훈련을 많이 하도록 하자.
이 모든 것은 다 이 늙은이를 경계함이 있으니 이렇게 글을 지어 마음에 새기노라. … 접목설(接木說)
우리 조상들은 설(說)이라는 글을 많이 썼다. 이는 한문 문체의 하나로서, 사물의 이치를 풀이하고 의견을 덧붙여 서술한 글이다. 이 글의 경우 ‘이 모든 것’, 즉 복숭아나무와 관련한 일화를 소개하고, ‘늙은이를 경계함’, 즉 나이 들어 주의해야 할 잘못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덧붙이고 있다. ‘자기가 늙는 것만 자랑하여 팔다리를 게을리 움직이고 그 마음 씀도 별로 소용되는 바가 없’는 ‘세상 사람들’에게 ‘마음을 분발하여 뜻을 불러일으키기를 권’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종류의 글은 사물과 인간 삶에 공통점이 있음을 바탕으로 하므로 유추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유추를 고려하여 설(說)을 읽는 훈련을 많이 하도록 하자.
☞ 포인트
① 이미 알려진 정보들을 가지고 새로운 정보를 떠올릴 수 있는 추리(推理) 또는 추론(推論)을 연습하자.

② 구체적 사례의 특성을 그것이 포함된 전체가 지녔다고 생각하는 일반화에 대해 알아 두자.

③ 두 개의 사물이 여러 면에서 비슷하다는 것을 근거로 다른 속성도 유사할 것이라고 추론하는 유추에 대해 알아 두자.

④ 비교되는 사물들의 상위 범주가 갖는 속성만 추론하는 일반화와 달리, 유추는 다른 범주의 사물이 갖는 속성을 추론하는 데도 사용됨을 이해하자.

⑤ 사물의 이치를 풀이하고 의견을 덧붙여 서술한 설(說)을 읽는 연습을 많이 하자.

※여기에 제시된 그림들은 글의 내용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 실제 사실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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