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쉘 패소로 기후소송 급증 전망…담배소송처럼 산업 판 바꿀 것"

입력 2021-06-27 17:08   수정 2021-06-28 01:14

글로벌 에너지 기업을 상대로 한 기후변화 책임소송이 1950년대 담배 소송과 비슷하게 흘러갈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기업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부과하는 판결로 인해 산업 판도가 바뀔 수 있다는 분석이다.

CNBC는 지난 25일 리스크 컨설팅 회사 베리스크 메이플크로프트 보고서를 인용해 “글로벌 정유사 로열더치쉘이 기후변화 소송에서 패소함에 따라 관련 소송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이같이 보도했다. 영국과 네덜란드 합작사로 유럽 최대 기업인 쉘은 지난달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2019년 대비 45% 줄이라”는 법원 명령을 받았다. 이는 정부가 아닌 민간기업에 대해 기후변화 책임을 물은 첫 판결로 주목받았다.

베리스크 메이플크로프트 보고서에 따르면 석유, 가스, 석탄 등 전통적인 에너지발전 기업의 가장 큰 리스크는 기후변화 책임소송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기준 온실가스 배출량의 83%가 이들 기업의 화석연료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베리스크 메이플크로프트의 수석 기후변화 애널리스트인 엘리자베스 하이프스는 “쉘 패소 판결이 기업에 새로운 압력을 가하기 위한 선례로 사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00년 이후 글로벌 석유·가스 기업에 대한 기후변화 소송은 현재까지 2000여 건으로 추산된다. 올해만 70건 이상으로,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특히 이 소송의 90%는 미국과 유럽연합(EU)에서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이프스는 “쉘 패소 이후 아르헨티나,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 등에서도 이 같은 소송이 접수되기 시작했다”며 “미국 외 국가에서는 접수 건수 중 60%가 실제 기소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기후변화 소송 급증이 예상되면서 일부 전문가는 과거 1950~1960년대 담배산업에 대한 줄소송을 연상시킨다고 설명했다. 2000년대 이후 석유·가스산업이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질타받기 시작했는데, 그보다 앞서 수십 년 전에는 담배 제조기업이 흡연과 폐암 사이의 연관성에 대한 공격을 받았다는 설명이다.

CNBC에 따르면 2000년대 들어 담배 소송에서 기업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이 나오기 시작했다. “미국 담배기업이 소비자에게 흡연으로 인한 건강상 위험을 부정확하게 전달한 책임이 있다”는 2006년 판결이 시발점이었다. 베리스크 메이플크로프트의 프랑카 울프 유럽 애널리스트는 “기후변화 소송과 담배 소송의 유사점을 찾아내는 게 중요한 것은 당시 판결로 어떤 모멘텀이 구축되면서 담배산업 판도가 완전히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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