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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 중대재해 의결권 행사할 것.. ESG는 결국 거버넌스의 문제”

입력 2021-07-12 06:00   수정 2021-07-12 07:51

[한경ESG] 블랙록 ESG 혁명



“기후 리스크는 곧 투자 리스크다.” 2020년 1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은 투자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에게 편지 한 통을 보냈다. 그는 기후변화가 금융 시장에 불확실성을 안겨줄 수 있는 ‘장기 투자 리스크’라는 확고한 신념을 밝히며, 기후를 앞세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논의 확산의 방아쇠를 당겼다.

핑크 회장은 또한 고객(투자자)들을 향해 “지속 가능성을 모든 투자 방식의 중심에 둘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자산 시장의 ‘글로벌 셀럽’인 그가 투자의 ‘최우선 순위’로 지속 가능성을 지목하자 시장에 큰 반향이 일었다. 2012년부터 매년 발송되는 연례 서한이지만 특히 2020년 서한에서 이 두 마디 선언의 파급력은 남달랐다.

지속 가능성과 기후변화에 초점을 맞춘 블랙록은 투자자들에게 더 나은 위험조정 수익률을 제공할 수 있다는 확신에 따라, 크게 세 가지 형태의 ESG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지속 가능한 솔루션(Sustainable Solutions), ESG 통합체계(ESG integration), 투자 스튜어드십(Investment Stewardship)이 그것이다.

그중 투자 스튜어드십은 블랙록 ESG 전략의 특징이자 차별점으로 꼽힌다. 블랙록은 패시브 전략인 인덱스 펀드의 운용규모가 큰 만큼, 이에 맞는 ESG 투자 방침을 설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액티브 전략에서 ‘탈석탄’ 방침을 밝혔지만, 장기적인 주주 가치 관점에서 볼 때 특정 종목을 배제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과정은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개선 요구를 하며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블랙록은 어느 운용사보다 스튜어드십(Investment Stewardship)팀을 강화했다. 전 세계 70여 명의 전문가들이 주주 관여(engagement)와 의결권 행사에만 집중하고 있다. 그중 20여 명은 아시아 시장을 맡고 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가운데 세계 최대 규모다. 블랙록은 실제 2019년 7월부터 2020년 6월 말까지 2000개 이상의 기업에 3000건 이상의 관여 활동을 벌였다. ESG 투자 이후의 위험관리(Risk Management)가 핵심 역할이다. 지난 6월 27일, 싱가포르에서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지역을 총괄하는 원신보 블랙록 투자 스튜어드십팀 본부장(상무)을 화상으로 만났다.

원 본부장은 2017년 블랙록에 합류하기 전, 세계적인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에서 아시아리서치헤드를 맡은 바 있다. 원 본부장은 “반영구적인 주주이자 책임 있는 투자자로서 기업들이 관리해 나가야 할 리스크와 기회 요인에 대해 대화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ESG라는 단어가 지금처럼 화두가 되기 훨씬 이전부터 이 관점에 대해 항상 고민하고 주주로서 주주 관여와 의결권 행사를 해 왔다”고 말했다.




- 블랙록은 장기 투자자라는 정체성을 강조합니다. 장기 투자 관점에서 ESG가 왜 중요합니까.
“과학적으로 많은 증거를 보고 있습니다. ESG라는 비재무적 관점의 리스크 관리가 장기적으로 기업에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한다고 확신하기 때문에 기업이 같이 고려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꾸준히 전달하고 있습니다. 또 블랙록의 고객 가운데는 연기금, 보험사와 같이 장기적으로 자금을 운용하는 곳이 많습니다. 30~40년씩 책임 있는 투자를 해야 하는 고객들이 ESG 관점에 동의하면서 블랙록에 그러한 요구를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 액티브 펀드에서 매출 25% 이상을 석탄을 사용해 얻는 기업의 채권과 주식을 2020년 중반까지 매도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현재 액티브 펀드의 탈석탄 방침이 어디까지 진행됐습니까.
“회사의 매출 25% 이상을 석탄에서 발생시키는 기업에 대해 모든 액티브 전략에서 매각을 하겠다는 발표였습니다. 액티브는 펀드매니저들이 펀드를 운영하는 데 있어서 특정 종목을 사고파는 데 자유로운 전략이죠. 주식뿐 아니라 채권, 대체투자, 실물자산 등 다양한 세부 전략이 존재하는데 이 액티브 전략을 통틀어서 2020년 말 기준으로 약속한 대로 이행을 완료했습니다. 어떤 자산군을 보더라도 액티브하게 운영되는 펀드에서 매출 25% 이상을 석탄을 통해 달성하는 기업은 이제 없습니다.”

-패시브 펀드에서는 어떤 진척이 있습니까.
“패시브는 액티브와는 다르게 특정 종목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주주 관여를 통해서 포트폴리오에 속해 있는 기업이 리스크 관리를 잘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매우 중요합니다. 오랜 기간 진행되는 투자이기 때문에 개선을 요구하고 또 계속 모니터링하면서 필요에 따라서 의결권을 통해서 변화를 유도하는 건 변함없이 진행해 온 전략입니다.”

-블랙록의 지속 가능한 투자 전략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많은 전략이 있지만, 크게 보면 세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우선 배제(screening) 전략은 1970~1980년대부터 투자 시장에 존재해 왔습니다. 종교 재단이나 연기금 등에서 카지노, 담배, 도박, 무기 등 가치관에 따라 투자 배제 요청을 하면서 시작됐죠. ESG에서도 적용되고 있어요. 그 반대 끝에 임팩트투자가 있습니다. 특정한 결과를 목표로 자금을 투자하는 전략입니다. 가령, 기후변화에 대해 긍정적인 결과를 불러일으키는 데 자금을 투자하고 싶다고 하는 고객들이 있습니다. 풍력발전, 태양광, 전기자동차 등 특정 테마로 임팩트 결과에 부합하도록 포트폴리오를 마련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하고 또 파급력이 큰 부분은 기존의 투자 방식에 ESG를 녹여내는 ESG 통합입니다. ESG 어웨어(Aware) 등 다양한 이름이 존재하는데, 크게 보면 ESG 요소들이 통합돼 있는 투자 전략입니다. 시장에서는 ESG가 분명히 장기 성과에 연관성이 있다는 신뢰가 충분히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지난해와 올해를 거치면서 그 확신이 정말 강해졌다고 보고 있고요. 기존의 투자에 훨씬 더 정교한 ESG 데이터와 인사이트를 어떻게 담아낼지가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시장에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서스테이널리틱스 등 이러한 데이터를 제공해주는 제3자 기관들이 많이 있습니다. 문제는 일차적인 데이터의 소스는 기업들이 가지고 있다는 겁니다. 기업들이 공시를 잘하는 경우에는 데이터가 잘 반영되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추정치를 쓰고 있죠.”

- 스크리닝, 임팩트투자, ESG 통합 등 크게 세 개의 바구니가 존재하는군요. 블랙록의 탈석탄 방침은 배제 전략을 쓰신 건가요.
“크게 세 개의 바구니 안에서도 세부 전략과 방법, 또 추구하는 목적이 다양하게 존재합니다. 탈석탄은 액티브하게 운용되는 모든 포트폴리오에서 동일하게 적용했습니다. 그리고 석탄을 완벽하게 배제한 게 아니라 석탄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을 고위험(high-risk)으로 보고 배제한 것입니다. 석탄의 매출 기여도 25% 미만인 기업은 배제 대상이 아닙니다.”

-블랙록이 액티브에 한해 탈석탄을 추진한 점, 여전히 석탄 관련 기업들에 투자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모든 포트폴리오와 자산 클래스의 모든 전략에서 석탄이 조금이라도 포함되면 다 배제하겠다고 선언한 적은 없습니다. 그건 불가능하고요. 특히 운용 중인 주식형 펀드 중 패시브 전략이 상장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그 정도 수준까지 도달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 ESG 투자에서 가장 어려운 게 두 개의 가치가 상충될 때 어떤 가치를 우선순위에 둘 것인지입니다. 탄소중립을 말하지만 당장 비즈니스 구조를 바꿀 수 없는 상황에서 진정성 있게 ESG 투자를 실행해 나가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 같습니다.
"거꾸로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2050년 넷제로가 이행된다면 탄소배출량이 플러스가 되는 기업이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보시나요. 세계가 넷제로로 가는 것과 개별 기업이 넷제로가 되는 것은 조금 다른 문제라고 생각해요. 탄소 순배출량이 제로가 되는 산업이 분명 있을 테고, 현재 기술로는 불가능한 산업도 분명히 있을 것으로 저희는 보고 있어요. 다만 세계가 그 쪽으로 변해 가고 있는데 기업이 그 트렌드를 충분히 장기 전략에 반영하고 있는지가 저희가 집중해서 보는 부분입니다. 모든 산업과 기업이 2050년까지 배출량 제로가 돼야 한다는 관점을 피력하는 게 아니에요. 예를 하나 들어볼게요. 호주에선 광산업이 주력 산업이고, 최근 아시아의 특정 기업이 허가권을 따서 개발을 하러 들어가고자 할 때 웬만한 개발 국가 금융기관에서는 자금 조달을 받지 못했습니다. 인도에 있는 은행에서 겨우 대출을 받아 사업을 시작했는데, 그 비용은 처음 허가권을 취득하는 계획을 세웠을 당시와는 상당히 다르겠죠. 탄소 집약도(carbon intensity)가 높은 산업의 자본 구조가 달라지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기업이 미래에 창출해낼 수 있는 이익의 구조도 급격하게 변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기후변화에 따른 전환 리스크(Transition Risk)의 대표적인 예입니다. 규제도 더 강해지고, 탄소배출권이나 탄소세 등 비용이 점차 늘어나는 환경에서 사업을 지금 이대로 계속 영위해 나갈 수 있는가. 이러한 고민을 하고 있는지 묻는 겁니다.”

- 중요한 건 장기 전략을 가지는 것이겠네요.
“가장 중요합니다. 모든 회사가 장기적으로 성공적인 기업이 됐으면 좋겠고, 계속해서 가치를 창출해서 투자자들에게 제공해주기를 바랍니다. 기후 리스크는 시스템 리스크(systemic risk)예요. 특정 기업이나 국가가 아닌 전 지구가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여 있는 리스크이기 때문에 ESG라는 커다란 스펙트럼 안에서도 기후가 큰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한 심각성에 대해서는 이미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되었기 때문에 세계를 움직이는 시스템 변화가 더욱 가속화될 것입니다. 우리 회사는 어떤 영향을 받게 되고, 또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를 심각하게 해달라는 게 저희가 기후변화에 대한 많은 대화 끝에 가장 핵심적으로 전달하려는 메시지입니다.”

- 지금 ESG가 투자자가 주도하는 변화이기 때문에 마케팅의 일환이라는 오해도 받는 것 같습니다.
“우선 투자자가 이끌고 있는 트렌드라는 데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이미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산업에서는 지금 세대가 바뀌고 있고, 선호도와 가치관이 달라지는 것을 훨씬 더 민감하게 경험하고 있을 거예요. 이미 상품 및 장기 전략에 이런 부분을 선도적으로 반영하는 기업도 많이 있어요. ESG 에코 시스템이 변화하는 데는 자본시장이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밖에 없어요. 그 책임감에 동의하면서 자본시장의 많은 플레이어들이 동참을 시작한 게 지난 10년의 과정이지 않습니까. 또한 이 부분에 대해 좀 더 뚜렷한 체계를 만들 필요성이 있어서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 공개 태스크포스(TCFD)나 지속가능회계기준위원회(SASB)와 같은 프레임워크와 스탠더드가 세워진 것입니다.”

- ESG 투자가 활성화되면서 한국 기업들에 개입하는 정도도 늘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개입을 하진 않습니다. 다만 투자자이자 주주의 입장에 서 있습니다. 특히 주식에 투자하는 주주는 다른 자산 클래스와 다르게 특정 부분에 대한 책임과 권한, 즉 의결권을 갖고 있고요. 이 의결권을 올바르게 행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전체적인 지속 가능한 투자 전략에서 스튜어드십팀의 역할 중에는 의결권을 장기적인 가치와 일치(align)하는 방향으로 행사해야 하는데 이는 블랙록이 오랫동안 책임감 있게 집행해 온 부분입니다. 스튜어드십팀은 블랙록 초창기부터 있던 팀인데 다만 이름이 몇 번씩 바뀌었습니다. 2018년 이전에는 기업거버넌스
및 책임투자팀(Corporate Governance and Responsibie investment Team)이었죠. 특히 거버넌스에 대해서는 항상 얘기를 해 왔습니다. 어떻게 보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보고 있거든요. 기업의 환경(E)과 사회(S) 관련 리스크와 기회를 어떻게 관리하는지도 결국은 거버넌스(G)의 문제라고 보고, 우리의 관점을 전달해 왔습니다. 이 대화를 직접적으로 하는 것, 우리의 관점을 전달하고 공감대를 형성하고 그런 부분들을 반영해서 장기적으로 회사가 리스크를 잘 관리하도록 만들어주는 것도 투자자이자 주주로서 가진 스튜어드십 책임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시장에는 경영에 대한 직접적인 개입을 목적으로 한 액티비스트 전략도 분명히 있지만, 블랙록은 스스로를 액티비스트로 보고 있지는 않아요.”

- 한국 기업에 대한 주주 관여에서 강조점은 무엇입니까.
“한국 기업과 대화에서 중요한 부분이 몇 가지 있습니다. 한국 기업은 컴플라이언스(compliance)를 상당히 준수합니다. 규제나 법이 존재하면 그에 맞춰 정확히 이행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죠. 그런데 그 이상은 잘 추구하지 않습니다. ESG가 아직 국내에서 스탠더드나 프레임워크가 강제되거나 권고되는 부분이 없기 때문에 상당히 뒤처져 있는 상황입니다. 안타까운 부분이에요. 한국 기업들에 투자하고 싶은 투자자의 니즈가 분명히 있는데, 점점 더 이 트렌드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리스크가 있어 개인적으로는 안타깝게 보고 있습니다.”

- 블랙록이 요구하는 건 정보 공개입니까.
“자본시장이 ESG라는 렌즈로 기업을 보기 시작한 것이 얼마 되지 않았잖아요. 지금이 앞서 나갈 기회입니다. 자본배분이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는 100년에 한 번 올까말까 하는 기회라고 봅니다. 한국에는 자금력이 풍부한 코스피 상위 기업부터 시작해서, 그 기업들과 같이 일하고 있는 작은 기업이 다양하게 존재합니다. 큰 기업이 작은 기업을 도와주면서 전체 밸류체인에 대한 투명성을 높여야 하는 요구를 받고 있잖아요. 기업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자본시장과 규제 당국이 함께 만들어 가는 기업 생태계가 필요하죠. 지금 한국에서 굉장히 많은 분이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에너지를 느끼거든요. 단편적인 성과 때문에 ESG를 열심히 하고 있다고 기업 스스로 만족하지 않는 환경이 만들어지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글로벌 자본시장은 이미 특정 프레임워크와 스탠더드로 수렴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같은 언어를 사용하기 시작했어요. 그 언어를 같이 써야 대화가 되는데 이 트렌드에서 스스로를 배제하지 않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끊임 없이 TCFD와 SASB에 대한 메시지를 계속 전달하고 있습니다. 거의 산업 표준(industry standard)이 돼 가고 있어요. 특히 작년부터 한국 기업도 대응을 시작했는데, 아직 갈 길은 멀죠. 특히 시나리오 분석과 재무적인 영역의 분석까지 가는 데는 시간이 걸리고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점점 더 투자를 할 수 있는 수단은 정교해지는데 그에 맞춘 리포팅을 못하면 제3자가 스펙을 만들어내는 세상입니다. 기업 입장에서도 내 스토리는 내가 만들어 가는 게 맞지 않겠습니까.”

- 평가기관이 너무 많고 기준도 상이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ESG는 이해관계자가 다양한 영역이잖아요. 투자자, 규제 당국, 직원들, 고객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존재하고 필요로 하는 정보는 다면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다행히 ESG나 지속가능성 관련 스탠더드 세터(standard setter)들이 협력을 강화하고 있고 단일 기준에 대한 논의가 이들뿐만 아니라 규제기관, 거래소 등을 포함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여전히 ESG 요소들에 대한 재무적 임팩트(impact)와 해당 리스크에 대한 프리이싱(pricing)이 중요합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사업을 영위하고 또 확장시키기 위해서는 자본시장과 계속 교류해야 하는데, 지금 자본시장이 적용하는 잣대가 이미 존재하는 상황에서 한국만의 스탠더드를 만들거나 우리 기업만의 스탠더드를 만드는 것도 결국 글로벌 기준에 가까이 가지 못하게 하는 큰 리스크라고 보고 있습니다.”

- 구체적으로는 TCFD와 SASB를 강조하시나요.
“블랙록은 TCFD와 SASB에 대한 기대에 대해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커뮤니케이션하고 있었습니다. 스튜어드십팀에서는 이행 정도가 충분히 진전되고 있지 않다고 평가되는 기업들에 대해서는 올해부터 의결권 행사를 시작했습니다. 이것은 이사회의 책임이라고 봅니다. 경영진이 수립한 회사의 장기 전략을 승인하는 주체이기 때문에 올해부터 이사 재선임 안건에 반영하기 시작했어요.”

- 주주 관여나 위임투표를 진행하는 기업은 어떤 기준이나 조건에 의해 결정됩니까.
“위임투표가 프록시 보팅(proxy voting)을 뜻한다면, 블랙록은 100% 직접 진행합니다. 스튜어드십팀의 애널리스트들이 다 들여다보죠. 그렇지만 주주 관여에 대해서는 자원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모든 기업과 진행할 수 없죠. 그래서 주주 관여를 해야 하는 대상을 매년 정교하게 선정합니다. 대표적인 게 기후변화입니다. 지난해 블랙록 전체 주식 포트폴리오에서 스코프 1(scope 1) 및 스코프 2(scope 2) 탄소배출량의 95%를 차지하는 기업을 파악해봤는데 약 1000개사였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소수의 기업이 포트폴리오의 거의 모든 탄소배출량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 놀랍죠. 이 기업들에 대해서는 주주 관여를 상당히 강화했습니다. TCFD, SASB 공시와 함께 넷제로를 향한 전환 리스크에 대해 장기 전략을 어떻게 마련하고 있는지, 이 부분에 대해 충분히 진전되지 않는 경우 이사회에 책임을 묻기 시작한 것도 이 영역입니다. 기후변화와 함께 각 시장별로, 포트폴리오 내에서 중요한 기업들이 있습니다. 또 블랙록이 지분을 많이 보유한 기업들도 주주 관여의 대상이 됩니다. 올해 좀 더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이 바로 사회 리스크입니다. 이것은 나라별로 조금씩 달라요. 가령,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 같은 경우 팜유나 고무 산업을 중심으로 한 인력과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면밀히 검토하고 있습니다. 말레이시아의 경우 인력 대부분이 대부분 해외에서 파견돼 오는데 그 프로세스나 운용 실태가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지를 봅니다. 한국의 경우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한국의 경제 규모와 위상에 비추어볼 때 현재의 산업재해 수치는 한국의 큰 오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오랫동안 사회적으로 공론화된 이슈이고 기업에 미칠 수 있는 영향도 이번 법을 통해 상당히 커졌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한국 기업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어요. 그리고 이 부분에 대해서도 분명하게 의결권 행사에 반영할 겁니다.”






- 올해 주주 관여의 우선순위는 무엇입니까.
“물론 하나에만 집중해서 주주 관여를 하지는 않습니다. 여러 우선순위가 있고, 이런 것들을 조합해서 2021년 한국의 주주 관여 계획은 2020년 말에 세웠어요. 또 새롭게 부상하는 이슈나 시장의 변화 등을 반영해서 어떤 기업의, 누구와 만나,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지 조금씩 수정합니다. 크게 보면 다섯 가지 주제로 대화를 합니다. 이사회, 기업 전략 및 자본 배분, 장기적 사고를 촉진하는 임원보상체계, 환경적 리스크 및 기회, 인적 자본 관리가 그것입니다. 그중 이사회가 가장 중요합니다. 충분히 다양하고 필요한 경험을 가진 이사진들로 구성돼 있는지에 대해 대화합니다. 한국만큼 막강한 권한을 가진 이사회는 이 세상에서 매우 드뭅니다. 상대적으로 주주 승인이 필요한 많은 안건들이 한국에서는 상법상 이사회에서 다 결의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그만큼 이사회가 중요하고, 이사회 중심의 경영이 중요한 콘셉트입니다. 이사들도 스스로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인지하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블랙록이 좀 더 엄격하게 바라보는 시각도 분명히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신주발행입니다. 신주발행은 기존 주주의 주식 가치를 희석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땜문에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주주 승인을 필요로 합니다. 또 기후변화와 저탄소 전환에 대한 전략에 관해서도 꼭 대화를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또 회사의 지속 가능성과 관련해서 회사의 목적과 전략, 재무 전략에 대해 대화합니다. 회사를 운영하는 경영진들이 어떻게 인센티브를 가져가는지, 그것이 주주들의 가치와 연결되는지도 묻습니다. 이 부분도 한국은 굉장히 공시가 약한 부분이에요. 거의 정보가 없죠. 마지막으로 회사가 직원과 고객, 지역사회를 비롯해 사람들에게 끼치고 있는 영향에 대해서도 물어봅니다. 이 다섯 가지는 공통적으로 기업들과 미팅을 할 때 꼭 짚는 다섯 가지 토픽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 기업들은 어떻게 ESG를 이해해야 하며, 어떤 ESG 전략이 필요합니까.
“리스크와 기회는 항상 동전의 양면과 같습니다. 물론 TCFD나 SASB는 리스크 관점에서 공시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재무적으로 얼마나 큰 리스크인지가 투자자 입장에선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됩니다. 그동안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비롯한 공시는 자사가 얼마나 책임감 있는 기업인지, 얼마나 많은 기여를 하는지 긍정적인 외부효과에 집중된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관련 업무를 마케팅 담당 부서나 홍보실에서 많이 담당해 왔잖아요. 이제는 자본시장이 관심을 갖고 있고 투자자들도 리스크를 기준으로 자본을 배분하는 세상이 됐기 때문에 재무적인 리스크 관점에서 기업들이 이를 어떻게 관리하는지에 대한 스토리에도 초점을 맞춰야 할 때가 됐다고 봅니다.”

- 기업들에 강조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까.
“두 가지입니다. 먼저 투자자과 대화를 활발하게 하는 게 중요합니다. 이 대화에 IR팀이 아닌 회사의 의사결정권자들이 나서야 합니다. 그들의 인사이트와 회사를 바라보는 자세에 대해 투자자들은 관심이 많습니다. 아직 한국은 투자자와 이사회 간의 대화가 활성화된 시장이 아닙니다.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검토해 바뀌어야 합니다. 투자자와 이사회 간 교류는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권자들이의 투자자들의 시각을 이해하는 데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둘째는 ESG 트렌드에 대해서입니다. 지금 자본의 배분에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기업들의 입장에서 이 기회를 어떻게 살릴지, 전략적인 차원에서 검토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컴플라이언스 차원의 대응이 아닌, 어떻게 하면 이 변화의 파고에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낼 것인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 블랙록은 수익을 추구해 온 투자자입니다.
“블랙록은 장기 투자자입니다. 장기 수익률 관점에서도 ESG를 잘 관리하는 기업은 장기 수익률을 낼 수 있다는 믿음을 확실하게 갖고 있어요. 그리고 많은 시장참여자도 그러한 확신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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