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 독재' 베네수엘라, 이번엔 100만대 1 화폐 개혁

입력 2021-07-02 12:57   수정 2021-07-31 00:01

1999년 우고 차베스 이후 22년째 ‘좌파 독재’가 이어지고 있는 베네수엘라가 3년 만에 화폐 단위를 대폭 축소하는 리디노미네이션을 단행한다. 하루가 다르게 뛰는 물가를 잡을 방법이 없어서다.

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중앙은행은 다음달께 볼리바르 화폐 단위에서 숫자 ‘0’을 여섯 개 빼는 100만대 1의 화폐 개혁에 나설 계획이다. 현재 321만9000볼리바르 수준인 1달러가 하루 아침에 3.2볼리바르로 바뀌는 셈이다.

베네수엘라의 물가상승률은 살인적이란 평가다. 2018년 상승률은 170만%, 2019년엔 30만%에 달했다. 작년 2339%로 다소 진정됐으나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물가는 훨씬 높다는 지적이다. 지폐 발행 비용이 만만치 않을 뿐만 아니라 기업들 역시 회계 처리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번 화폐 개혁이 성공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많다. 물가 급등에 맞서기 위해 수차례 리디노미네이션을 했지만 번번히 실패했기 때문이다. 베네수엘라는 2008년 1000대 1, 2018년 10만대 1 비율로 화폐 가치를 떨어뜨렸다.

지난 3월엔 역대 최고액권인 100만볼리바르까지 발행했지만 현재 가치는 미화 32센트에 불과하다. 최고액권으로 커피 한 잔을 살 수도 없다.

컨설팅업체 신테시스 피난시에라의 타마라 에레라 연구원은 “실질적인 경제 안정 대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백약이 무효”라며 “수년 내 또 리디노미네이션을 해야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원유매장량 세계 1위의 자원 부국인 베네수엘라는 차베스 집권 이후부터 서서히 몰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군인 출신인 차베스는 산업 국유화와 무상 복지를 통해 국가 자생력을 스스로 무너뜨렸다.

2013년 차베스 사망 후 정권을 이어받은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차베스의 정치적 아들’을 자임했다. 국고가 바닥을 드러내자 화폐를 무한정 찍어냈다. 초(超)인플레이션이 발생한 뒤 경제는 회생불능 상태에 빠졌다. 베네수엘라 전체 인구의 3분의 1은 심각한 식량난에 허덕이고 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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