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실 밖으로 나온 '양자 기술'…절대보안·초고속PC 시대 연다

입력 2021-07-02 17:40   수정 2021-07-02 23:39

양자컴퓨터, 양자통신 등 ‘양자기술’ 상용화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학교와 연구소 위주로 이뤄지던 연구개발(R&D)에 국내 주요 대기업이 모두 뛰어들었다.

통신 3사(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를 비롯해 현대자동차, SK하이닉스, LG전자, 포스코, 한국전력 등 기업 25곳이 대학, 연구소들과 ‘미래 양자융합포럼’을 결성했다.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양자기술은 산업 판도를 뒤집을 게임 체인저”라고 말했다.

양자컴퓨터는 비트(0 또는 1)를 토대로 연산하는 디지털 컴퓨터와 달리 큐비트(0이면서 1)로 연산한다. 정보처리 속도가 현재 슈퍼컴퓨터보다 수십억 배 이상 빨라 ‘꿈의 컴퓨터’로 불린다.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저마다 게임 체인저가 되겠다며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양자컴퓨터는 △초전도 큐비트 △이온트랩 △반도체 양자점(스핀 큐비트) △위상수학 방식 등 네 가지로 크게 나뉜다. 구글과 IBM은 초전도 큐비트, 삼성종합기술원은 이온트랩 방식 양자컴퓨터를 개발 중이다. 인텔은 반도체 양자점, 마이크로소프트(MS)는 위상수학 방식으로 개발하고 있다.

큐비트의 원리는 ‘중첩’과 ‘얽힘’이다. 예를 들어 하얀 탁구공 표면의 절반은 100원짜리 동전 앞면(1), 나머지 절반엔 뒷면(0)을 코팅하고 컵으로 덮었다고 하자. 밖에서 보면 이 탁구공이 1인지 0인지 알 길이 없다. 바꿔 말하면 1일 수도 있고, 0일 수도 있다. 이런 상태를 중첩이라고 한다. 중첩 상태는 수학적으로 복소수(실수+허수)값으로 표현할 수 있다.

이제 컵 A, B로 덮인 탁구공 a, b가 있다. 컵을 벗겼을 때 이들 공은 납작한 100원짜리 동전으로 변하는데, 앞면(1)이 될지 뒷면(0)이 될지는 미리 알 수 없다. 이 상태에서 두 공 a와 b가 동전 앞면, 또는 뒷면으로 바뀔 확률이 서로 연관되도록 시스템을 설계해야 하는데 이를 ‘얽힘’이라고 한다. 중첩과 얽힘이 잘 이뤄지는 것을 ‘양자 결맞음’이라고 한다. 결맞음이 제대로 돼야 양자컴퓨터 성능이 높아진다.

양자통신은 빛의 최소 단위인 광자에 정보를 실어보내는 것을 말한다. 광자는 더 이상 분해할 수 없고 건드릴 수 없는 최소 입자라, 여기에 실린 정보를 가로채는 것은 불가능하다. 누가 이 정보에 접근하는 순간 광자가 증발한다고 보면 된다.

현재 양자통신은 광자 레이저 펄스를 이용해 발신자와 수신자가 무작위로 암호키를 나눠 갖는다. 광원이 광자를 하나 만들고, 검출기가 이 광자를 확인하면 보안성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이 역시 ‘결맞음’의 일종이다. 양자 키분배 기술이 이 원리로 작동한다. SK텔레콤이 2018년 인수한 업체 IDQ가 이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고등과학원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한양대,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공동 연구팀은 큐비트 상태를 평가하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다고 최근 밝혔다. 전자, 광자 등 양자역학적 입자들은 위치 측정이 매우 어렵다. 그래서 입자 상태를 단계별로 나눠 전체 값을 수학적으로 추론하는 방법을 쓴다.

연구팀은 인공지능(AI) 머신러닝을 토대로 큐비트 상태를 기존 방법보다 5배 이상 빠르게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 관계자는 “인공위성 기반 양자통신은 광자를 이용해 정보를 전송하는데, 위성 축과 지구 간 뒤틀림에 따라 암호키 분배율이 떨어지거나 불가능해질 수 있다”며 “이번에 개발한 기술을 사용하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는 물리학 분야 글로벌 저널 ‘피지컬 리뷰 레터스’에 실렸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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