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현대차, 디지털트윈으로 자동차 만든다

입력 2021-07-05 18:21   수정 2021-07-06 02:31


현대자동차그룹이 현대모빌리티글로벌혁신센터(HMGICS)에 디지털트윈을 도입한다. 가상 공간에 현실의 ‘쌍둥이’인 자동차 모델을 만들어 시뮬레이션한 뒤, 이를 통해 얻은 데이터를 자동차에 연동해 제품과 생산공정을 동시에 혁신하는 기술이다.

5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IT 자회사 현대오토에버와 함께 싱가포르에 건설 중인 HMGICS의 설계 부문에 디지털트윈을 적용할 계획이다. HMGICS는 현대차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로보틱스 등 첨단 기술을 접목해 조성 중인 개방형 모빌리티 혁신 기지다. 현대차의 전기차 설계 및 시범 생산 체계를 비롯해 자동차 가치사슬 전반을 아우르는 테스트베드 역할을 한다.

현대차는 쏘나타 등 일부 차량 모델 설계에 이미 디지털트윈을 적용했다. 이를 모든 차종으로 확대하겠다는 게 현대차의 계획이다. 디지털트윈을 통하면 여러 대의 자동차 시제품을 제작하지 않고도 동력 흐름과 저항, 부품 간 연동 관계 등을 따져 설계에 반영할 수 있다.

제조·물류·에너지 등 각 분야 주요 기업도 디지털트윈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CJ대한통운은 디지털트윈을 활용한 물류시스템을 검토하고 있다. 각종 변수를 분석해 적은 시간에 더 많은 물류를 처리하는 효율적인 화물 동선을 찾아내는 게 목표다.

현대중공업과 HMM은 각각 디지털트윈 선박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2023년까지 해상 선박 운항 상황과 같은 환경을 디지털트윈으로 조성해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의 핵심 설비 성능을 사전 검증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LNG 운반선 시운전 비용을 최대 30%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혹한 등 실제 시운전에서는 실현하기 힘든 조건에서 선박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도 검증할 수 있다. 삼성SDI와 삼성바이오로직스도 디지털트윈 솔루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GS칼텍스는 2030년 완성을 목표로 전남 여수공장 생산시설을 관리하는 디지털트윈 기반 통합관제센터를 구축 중이다.

장영재 KAIST 산업 및 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디지털트윈은 막대한 데이터가 필요한 만큼 구축에 시간이 걸리지만 일단 구축해 놓으면 적은 비용으로도 생산 과정을 극적으로 혁신할 수 있어 산업계의 관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했다.
공장 가동·재해·국가운영까지 미리 본다…'디지털 실험실' 급속 확산
기업도 정부도 '디지털트윈' 속속 도입
가상과 현실을 짝짓는 ‘트윈’ 개념은 이전에도 있었다. 하지만 실제 기업활동에 적용한 사례는 ‘일방향’ 시뮬레이션 정도에 그쳤다. 정밀한 공정 전체를 가상공간에 구현해 작동시키기엔 컴퓨팅·통신기술의 진화가 더뎠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은 분위기가 달라졌다. 5일 미국 엔지니어링닷컴 조사에 따르면 글로벌기업 250여 곳 중 73%는 디지털트윈을 도입 중이거나 도입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막대한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5세대(5G) 다중접속 에지컴퓨팅(MEC), 인공지능(AI), 디지털센서 등 기술 환경의 발전이 초고속으로 전개된 덕분이다.
각 기업 디지털트윈 도입 속속
디지털트윈 도입에 가장 발 빠르게 나서고 있는 곳은 전자·제조·물류기업들이다. LG전자는 미국 테네시에 있는 세탁기 공장에, LG디스플레이는 베트남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모듈 공장에 디지털트윈 기반 공정 자동화 시스템을 들였다. 이들은 모두 디지털트윈 도입 결정 이전에 이미 공정 자동화를 마무리했다. 문제는 공정 개선이다. 단 한 지점에서라도 오류가 나면 생산에 막대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AI 활용도 까다롭다. 백지 상태인 AI를 공정에 곧바로 적용했다간 학습 과정에서 어떤 시행착오가 일어날지 모른다.


반면 디지털트윈을 통하면 문제가 간단해진다. 가상공간에서 온갖 변수를 적용해보고 가장 좋은 방법을 찾아 곧바로 현실에 적용하면 된다. 실제 장비를 돌릴 경우엔 AI가 각 시나리오를 학습하기까지 수백 시간이 걸릴 일을 디지털 ‘쌍둥이’는 수초~수분 만에 학습한다.

전투기와 선박 등 초고가, 고비용 제품을 제조하는 기업들도 디지털트윈을 속속 채택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지난 4월 첫 시제기를 공개한 한국형 차세대 전투기 KF-21 개발 과정에 디지털트윈을 썼다. 단순한 3차원(3D) 그래픽으로 설계했다는 게 아니다. 전투기에 들어가는 각종 부품과 장치를 가상과 현실에 마련해 놓고 설계·엔지니어링·제조 과정을 한 플랫폼에 연결했다. 독일 지멘스도 비슷하다. 실제 항공기 프로펠러를 가상 모델과 연결하고, 풍속 등에 따른 움직임 변화를 실시간으로 디지털트윈에 반영한다. 디지털트윈이 더 안정적인 프로펠러 각도를 계산하면 실제 모델에 이를 반영하는 식으로 양방향 공정을 쓰고 있다.
디지털트윈 나라·도시도 나온다
특정 지역 또는 나라 전체를 디지털 쌍둥이로 구현하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대형 자연재해, 전염병 등 현실에서 발생할 수 있지만 실제로 실험해볼 수는 없는 시나리오를 만들어 미리 시험해볼 수 있어서다. 국가 정책의 오류와 비효율, 실패 가능성도 가상의 ‘쌍둥이’를 통해 탐지해낼 수 있다. 정부는 2025년까지 1조2000억원을 들여 ‘디지털트윈 국토’를 구축하겠다고 작년 말 발표했다. 지난달엔 인천시가 네이버랩스와 함께 도시 디지털트윈 제작에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이달에 지방자치단체 대상 디지털트윈 시범사업 공모를 열어 약 5개 지역을 선정할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사전 수요 조사 결과 수질오염·악취 문제 해결법을 찾고 에너지 관리를 선제적으로 하기 위해 디지털트윈을 쓰고 싶다는 곳이 많았다”고 말했다. 공장 건축 허가를 내주기 전에 공장이 일대 수질에 미치는 영향을 미리 알아보는 식이다. 디지털트윈을 쓰면 일대 물과 공기 흐름 등까지 시뮬레이션에 반영할 수 있어 기존 방식보다 훨씬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있다.
“탄소·폐기물 배출도 대폭 줄일 것”
디지털트윈은 최근 중요성이 높아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도 ‘절대적인’ 도움을 준다는 평가다. 각종 폐기물과 탄소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어서다. 통상 신형 자동차 모델 하나를 개발하려면 프로토타입(시제차) 수십~수백 대가 필요하다. 디지털트윈을 쓰면 시제차 수를 한 손에 꼽을 정도로 줄일 수 있다.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는 미국 프레이밍햄 생산설비에 디지털트윈 기술을 적용해 연간 에너지소비와 탄소배출량을 약 80% 줄였다. 화학물질 사용량은 94% 감소했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액센츄어는 건설, 전기전자, 소비재, 교통, 생명과학 등 5개 분야에서 디지털트윈 방식이 확산할 경우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이 7.5억t 감소할 것이라고 올초 내다봤다. 작년 세계 전체 탄소배출량의 23.8% 수준이다.

선한결/김형규/서민준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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