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화폐·10만원권 발행 공론화?…한은, 여론조사 착수

입력 2021-07-13 13:05   수정 2021-07-13 14:56

한국은행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10만원권 발행, 리디노미네이션(액면 변경) 등의 찬반을 묻는 설문조사에 착수했다.

13일 금융계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최근 '2021년 경제주체별 현금사용행태'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하기 위한 용역업체를 선정하는 절차에 착수했다. 선정된 업체는 오는 10월까지 가구주(1인이상 가구) 1500명과 기업(현금거래가 많은 편의점, 상점 등) 1000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다. 디지털화폐·10만원권 도입 찬반과 그에 따른 사용빈도·용도 등을 조사해 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화폐 액면가를 단위를 낮추는 리디노미네이션도 설문도 실시한다. 예컨대 ‘1000원’을 ‘1원’이나 '1환'으로 변경하는 것이다.

한은은 발권정책 기초자료를 삼기 위해 3년마다 진행하는 현금 사용 여론조사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디지털화폐 도입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은 화폐연구팀 관계자는 “디지털화폐나 10만원권의 도입을 위한 설문은 아니다”며 “국민의 현금 사용·보유 형태를 파악해 발권정책 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선을 그었다. 10만원권 도입 등은 한국은행법 제47조의2(화폐단위) 등을 고쳐야 하는 만큼 국회의 소관 사항이다. 한은이 자체적으로 도입 여부를 결정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일부 학계나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비용·편익 등을 따져보는 동시에 도입 여론을 조성하려는 시도가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과 일본 등이 디지털화폐 발행에 속도를 내는 와중에 한은도 여러 이해관계자와 함께 개발 작업에 속도를 낼 것"이라며 "설문도 그 같은 작업의 하나로 해석될 여지가 많다"고 말했다.

한은은 일반인이 디지털화폐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와 발행할 경우 사용할 의사가 있는지 여부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디지털화폐 액면 단위로 얼마를 선호하는지도 묻는다. 실물카드와 계좌 가운데 어떤 형태로 발행되는 것이 좋은지 선호도도 조사한다.

한은의 디지털화폐 연구 작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CBDC 모의실험 용역업체 선정을 위한 입찰에 네이버 자회사 라인플러스, 카카오 블록체인 계열사인 그라운드X, SKC&C 등이 참여했다. 한은은 평가를 거쳐 선정한 적격업체와 다음달 모의실험 연구에 나설 계획이다.

한은은 10만원권 도입과 리디노미네이션 도입 여부에 대해서도 여론을 파악할 계획이다. 소득이 늘고 물가가 뛰자 고액권과 리디노미네이션 도입 목소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10만원권을 발행해 국민의 거래 편의성을 높이고 화폐 발행비를 낮추자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화폐 단위에 ‘0’이 너무 많다는 지적 때문에 리디노미네이션 논의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반론도 만만찮다. 새 화폐 발행비용이 적잖고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10만원권이나 리디노미네이션이 도입되면 비싼 가격에 대한 저항 심리가 사그라들면서 소비를 부추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용어풀이 리디노미네이션

리디노미네이션은 화폐 액면가를 변경해 단위를 낮추는 방식이다. ‘1000원’을 ‘1원’으로 변경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화폐 단위가 줄면 거래할 때나 장부를 작성할 때 편리하고 우리 돈의 위상도 올라간다는 주장이 나온다. 하지만 현금자동입출금기(ATM)와 은행·증권 시스템 등을 바꿔야 하는 만큼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반론도 적잖다. 한국은 1962년 6월 박정희 정부가 ‘10환’을 ‘1원’으로 바꾸는 리디노미네이션을 단행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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