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5년간 소득 10% 늘었는데…최저임금은 42% 뛰었다

입력 2021-07-13 18:02   수정 2021-07-14 02:11


내년 최저임금이 시간당 9160원으로 결정됐다. 문재인 정부에서 정해진 마지막 최저임금이다. 인상률은 5.1%다. 지난해 인상률 1.5%의 3배를 크게 웃돈다. 경영계는 “코로나19가 할퀴고 간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상황을 감안해 달라”며 동결 또는 소폭 인상을 호소했지만, 최저임금위원회는 외면했다. 현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률은 5년간 42%에 이르러 같은 기간 소득(1인당 명목 국민총소득) 증가율 10%의 4배를 웃돌게 됐다.
사용자위원 전원 퇴장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12일 오후 3시 정부세종청사에서 9차 전원회의를 시작했다. 위원회는 사용자위원 9명, 근로자위원 9명, 공익위원 9명 등 27명으로 구성됐다. 당초 경영계와 노동계가 제시한 최저임금은 각각 8720원과 1만800원이었다. 1차와 2차를 거쳐 3차 수정안은 경영계 8850원과 노동계 1만원이었다. 격차를 좁히기 힘들다고 판단한 공익위원들은 이날 밤늦게 중재안으로 9030~9300원을 제시했다. 이 범위 안에서 결정하자는 얘기였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을 대변하는 근로자위원 4명이 수용할 수 없다며 자리를 박차고 나섰다. 대통령 공약이 1만원인 만큼 지켜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공익위원들은 최저임금 최종안으로 9160원을 제시했다. 이를 본 사용자위원 9명이 전원 회의장에서 퇴장했다. 이들은 “벼랑 끝 소상공인과 영세 중소기업 현실을 무시한 모습에 충격을 금할 수 없고, 향후 파생되는 모든 문제의 책임은 이기적인 노동계와 동조한 공익위원에 있다”고 성토했다. 하지만 공익위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한국노총 소속 근로자위원들과 함께 표결을 진행했다. 이렇게 내년 최저임금은 9160원으로 결정됐다.
소득 증가 뛰어넘는 최저임금 인상
경영계는 정부가 진정 일자리를 원한다면 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2년 만에 30% 넘게 인상된 결과 오히려 일자리 상황이 악화된 것을 직시해야 한다는 얘기였다. 더군다나 코로나19 4차 유행으로 인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위기에 처한 만큼 최근 2년간 인상률인 1.5~2.9% 수준 내 인상 정도로 억제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공익위원들이 이 같은 경영계 요구를 묵살한 이유 중 하나는 ‘문 대통령 체면 살려주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최저임금 1만원을 공약으로 내건 만큼 1만원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 9000원은 넘겨야 하지 않겠느냐는 그런 분위기가 있었다”고 전했다.

내년 5.1% 인상과 함께 현 정부 내 최저임금 인상률은 41.6%로 결론났다. 올해 성장률 4%까지 감안했을 때 국민소득이 10% 남짓 증가하는 것과 비교하면 4배에 이른다. 이는 최근 어느 정부 때보다도 높은 괴리율이다. 박근혜 정부 때는 소득 증가율이 18.5%, 최저임금 증가율이 33.1%로 2배에 채 미치지 못한다.
5.1%로 적어 달라는 위원회
경제학자들은 위원회가 설명한 최저임금 도출 산식에 대해 황당해하고 있다. 위원회는 5.1%가 내년 성장률 전망치(4.0%), 물가상승률 전망치(1.8%)에서 취업자 증가율 전망치(0.7%)를 뺀 수치라고 설명했다. 강명헌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이 같은 산식은 처음 보는 것이며 어디에서도 쓰이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강 명예교수는 “내년에는 성장률이 다시 낮아질 텐데 한 해 성장률만 보는 것도 이해가 안된다”고 지적했다.

박준식 위원장의 ‘당부’도 논란을 빚고 있다. 박 위원장은 13일 새벽 최저임금 결정 후 언론 브리핑에서 “최저임금 인상률을 5.1%로 통일해 달라”고 했다. 내년 인상폭 440원은 올해 최저임금 8720원과 비교하면 5.045% 높아지는 것이다. 박 위원장은 소수점 셋째자리에서 반올림하고 이 결과를 놓고 소수점 둘째자리에서 다시 반올림해 적어달라는 얘기와 같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 같은 인상률을 놓고 5.05% 인상이라고 표현했다. 한국노총은 최저임금 결정 직후 기자회견에서 인상률을 5.04%라고 했다.

일각에선 위원회가 노동계 눈치를 보며 상승률을 부풀리려는 꼼수를 부린 것이란 비판을 내놓고 있다. 또 숫자를 이미 정해놓고 끼워 맞추기를 한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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