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의 승부수…LTE망 안 쓰는 '진짜 5G' 상용화

KT가 국내 이동통신 3사 중 최초로 5G 단독모드(SA)를 상용화한다. 삼성전자 갤럭시S20 단말 등에 적용된다.

KT는 5G SA 서비스에 돌입한다고 15일 밝혔다. 그간 국내 5G 서비스는 LTE망과 5G망을 혼합해 쓰는 비단독모드(NSA)로 이뤄졌다. 가입자 인증과 단말 제어신호 등은 LTE망에서, 데이터 처리는 5G망에서 하는 식이다. 반면 SA는 데이터와 인증·제어신호 처리 등을 모두 5G망에서 단독 처리한다. '진짜 5G'로 불리는 이유다.

5G SA, 뭐가 좋나

현 기술·인프라 단계에서 예상되는 장점은 크게 세 가지다. 단말이 LTE망과 5G망 신호를 각각 처리할 필요가 없어 스마트폰 단말 배터리 사용량이 일부 절감된다.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시험 결과 5G SA방식을 썼을 때 NSA 방식보다 배터리 사용량이 최대 8.8% 적었다. 사용시간으로 따지면 약 한 시간 정도 배터리를 더 쓸 수 있다는 설명이다.

통신 지연도도 낮아진다. 인증과 데이터 처리에서 LTE와 5G망을 각각 거칠 필요가 없어 반응속도가 빠르다. 특정 네트워크를 가상으로 쪼개 데이터를 처리하는 ‘네트워크 슬라이싱’ 기술 적용도 더 쉽다.

산업현장 등에서 5G 활용 기술 필수로 꼽히는 MEC(다중접속 에지컴퓨팅) 발전도 이끌 전망이다. 자율주행차, 스마트팩토리 등 안전 문제가 중요한 산업에선 데이터 전송 지연시간을 거의 ‘제로’ 수준으로 낮춰야해서다. MEC는 사용자와 가까운 곳에서 통신 데이터를 처리해 송수신 속도를 높여주는 신기술이다.

5G SA를 통하면 국가 기관 등이 재난문자를 더 정교하게 전송할 수도 있다. 단말 인증정보를 5G를 통해 처리해 위치나 방향성을 기존보다 더 자세히 구분할 수 있다.

속도가 줄어든다? 아니다?

이론상으론 인프라가 충분할 경우 5G SA를 이용했을 때 데이터 처리 속도가 더 높아질 수 있다. 하지만 아직은 아니다. 실사용자 입장에선 아직 속도 개선도, 저하도 딱히 체감이 안 될 것이라는게 네트워크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NSA 방식은 LTE와 5G망을 같이 사용한다. LTE망 최대 다운로드 속도가 1Gbps, 5G망 최대 다운로드 속도가 최대 1.5Gbps라면 이론적으로 최대 속도는 둘을 합산한 2.5Gbps가 나온다. 산술상 LTE 대역이 빠지면 그만큼 속도가 줄어든다.

하지만 이는 애초에 '실험실 기준'으로 체감 속도와는 관계가 없다는게 네트워크 업계의 지적이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가 모두 NSA 방식을 쓴 작년 하반기(7~12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5G 품질평가에선 3사의 통신속도가 모두 1Gpbs에 미달했다.

KT가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과는 달리 NSA 방식에서도 데이터 트래픽 대부분을 5G에서 처리한 것도 기존 KT 이용자들의 속도 저하가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KT 관계자는 "KT는 기존에도 LTE 의존도를 낮춘 상태로 최대 속도 기준을 잡아 NSA 방식 최대 속도가 1.5Gbps 가량이었다"며 "2019년 NSA 방식의 5G 서비스를 시작할 때부터 SA로 진화를 염두에 두고 네트워크를 구축했기 때문에 이번 서비스로 기존 대비 속도가 떨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SA쓰려면 새 스마트폰 사야 하나…요금 차이는

KT는 삼성전자 갤럭시S20 등에 SA 서비스를 할 예정이다. 이달중엔 갤럭시S20, S20+, S20 Ultra를 지원한다. 스마트폰 단말기 설정에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한 뒤 재부팅을 두 차례 하면 별도 인증 등을 거치지 않고도 SA를 쓸 수 있다.

다음달엔 갤럭시노트20, 노트20 Ultra에, 연내엔 갤럭시S21, S21+, S21 Ultra에 SA 서비스가 적용된다.

갤럭시 기종이라도 작년 이전에 출시된 단말은 SA를 지원하지 않는다.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성능상 SA를 적용할 수 없어서다. KT는 "일단은 KT에서 구매한 단말에 한해 SA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며 "향후 삼성전자 등과 협업해 다른 곳에서 구매한 단말에도 SA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SA 이용에 따르는 별도 요금 차이는 없다. SA 지원 단말기와 5G 요금제를 쓰는 KT 이용자는 새 요금제를 가입하거나 추가 요금을 내지 않아도 SA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지원 단말을 쓰지 않는 이들은 기존 서비스를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 KT가 SA 상용화와 별개로 NSA 서비스를 계속 운영해서다. KT는 "같은 5G 기지국에서 SA와 NSA 서비스 동시 제공을 할 수 있다"며 SA 단말은 SA로 서비스를 받고 NSA 단말은 NSA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어차피 가야할 길" vs "그걸 왜 지금"

SA와 NSA 모두 5G 기술 표준으로 인정받았다. KT는 이동통신 세대교체에서 SA가 자연 수순이라고 보고 있다. 기존엔 전환기에서 임시로 LTE망을 연동했을 뿐 궁극적으로는 5G망 자체 서비스를 발전시키는게 맞다는 시각이다. KT 관계자는 "이번 상용화를 기점으로 네트워크 슬라이싱 등 차별화된 5G 융합서비스 개발이 가속화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KT의 경쟁사인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아직 SA 상용화 계획이 없다. 기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실제 서비스를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SK텔레콤은 올초 SK하이닉스 공장에 SA방식 B2B 서비스를 도입했다. 그러나 일반 서비스 상용화는 통신 인프라 등이 충분히 성숙했을 때 해야한다고 보고 있다. KT 경쟁사인 한 통신사 관계자는 "이미 5G 속도 등을 놓고 서비스 품질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상당한 상황"이라며 "이런 와중에 신기술 도입은 시기상조라고 본다"고 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