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다양한 얼굴을 가진 춘향전의 매력

입력 2021-07-15 17:31   수정 2021-07-16 02:40

한국인 치고 춘향과 이도령을 모르는 이는 거의 없다. 하지만 소설 ‘춘향전’을 제대로 읽은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다. 우리는 과연 춘향전을 얼마나 제대로 알고 있을까.

《춘향전》은 한국 고전소설 분야 권위자인 정병설 서울대 교수가 춘향전의 연원과 의의, 내용 분석, 다양한 작품 해석 등 학술적 논의를 압축적으로 담은 책이다. 많지 않은 분량 속에 춘향전에 얽힌 방대한 학술사를 간결한 필치로 명료하게 정리했다.

춘향전은 이론의 여지가 없는 한국문학의 대표 고전이다. 학술적으로 무엇 하나 새로운 것을 덧붙이기 어려울 정도로 선학들에 의해 많은 연구가 이뤄졌다. 그렇다고 박물관 속에 박제된 엄숙한 숭배의 대상에만 머물지도 않았다. 판소리로, 소설로, 영화로 대중의 생활 속에 파고들며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세간의 높은 평가와 인기에도 불구하고 그 진면목은 베일에 싸여 있었다. 춘향전이 단일 작품도 아니고, 하나의 정본이 있는 작품도 아니었던 영향이 컸다. 이 사람에 의해 내용이 보태지고, 저 사람에 의해 빠지면서 개성이 강한 수백, 수천 개의 이본이 탄생했다.

춘향전은 자연스럽게 다양한 얼굴을 지니게 됐다. 춘향의 성마저 흔히 알려진 성춘향 대신 김춘향(‘남원고사’)이나 안춘향(‘경판 16장본’)으로 설정한 판본도 있다. 무엇보다 춘향의 성격이 다면적이었다. 춘향은 기생이면서 기생이 아니었다. 신분은 기생이었지만 의식은 기생이 아니었던 것. 이 도령에겐 순종하면서 신관 사또에겐 목숨 걸고 항거했다. 춘향의 태도는 기성 체제와 권력에 대한 순응으로도, 비판이나 항거로도 해석됐다.

읽는 법도 고정되지 않았다. 기녀에게까지 정절을 강요하는 유가의 권징가로 읽히기도 했고, 양반을 능멸하는 작품이 되기도 했다. 신분을 뛰어넘는 사랑, 유혹과 박해에도 사랑을 지켜내려는 의지에 주목한 이도 있었다. 반면 통속적 애정물, 여성 차별과 성폭력이 반영된 구시대의 유산으로 깎아내리는 시선도 없지 않았다. 하층인이 당당한 인간으로 대접받으려는 평등사상, 신분제의 질곡을 넘어선 인간해방이라는근대적 시선에서 바라보기도 했다.

그렇다면 온당하게 춘향전을 읽고, 그 의미를 찾는 방법은 무엇일까. 저자는 사상이나 역사로 춘향전에 접근하기보다 문학으로 다가설 것을 권한다. 정연한 논리적 엄밀성을 기대하긴 어려운 통속소설로서의 장르적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책 뒷부분에 첨부된 ‘경판30장본’ 완역을 통해 말로만 들었던 춘향전의 묘미를 직접 느낄 수 있는 점도 이 책의 큰 미덕이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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