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는 유명한 미국 대통령선거 캐치프레이즈였다. 오늘 이 글에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재료’지만 자칫 ‘바보’라는 다소 거친 언사에 현혹되어 논점이 흐려질지도 몰라 제목을 ‘양반’으로 조금은 순화를 도모했다. 조선 후기에 양반이 얼마나 늘어났던지 그 이후로 우리는 일면식 없는 상대에게도 ‘이 양반’ ‘저 양반’이라고 지칭한다. 사실은 왕과 귀족을 떠받치는 하층 계급이던 무늬만인 그 양반(!)들의 거의 모두가 이제는 명실상부 자유롭고도 평등한 시민들이 된 데는, 성능은 좋은데 지구에 지천으로 널려 가격이 저렴한 철이라는 물질에 기인하는 면이 있다는 해석이 있다.
구석기, 신석기, 청동기 및 철기와 같이 인류의 선사 및 역사 시대를 구분함에 있어 재료를 그 기준으로 삼은 것은 덴마크 박물관의 유물 분류 기준에 그 시초를 두고 있다. 재료 전공자로서 고마울 따름이며, 앞으로의 인류 문명의 발전도 전공자의 희망을 조금은 담아서 재료의 개발과 궤를 같이할 확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해본다.
가까운 곳부터 살펴본다면, 근래 미국과 중국 사이 분쟁의 가장 중심에 자리하고 있으며 꼭 필요한데 물량이 모자라서 다른 산업의 공장들을 멈춰 서게 한다는 반도체. 양자역학에 기반한 이 반도체를 흔히들 20세기 최고의 발명품이라고 한다. 향후 반도체의 성능 향상은 그 이론적 토대인 양자역학을 더 발전시키고 이해를 더 완벽하게 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반도체를 제조하는 새로운 공정과 재료의 개발에 의존할 것이다. 반도체가 탄생한 실리콘밸리의 지명에도 들어있듯이 현재까지는 실리콘이 주재료이지만 미래의 반도체는 탄화규소, 산화갈륨, 질화갈륨 등이 활약할 것이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는 로켓의 재활용에 성공했지만, 한편에서는 로켓이 아니라 엔진을 이용해서 우리가 일상적으로 타고 다니는 여객기처럼 활주로에서도 이착륙이 가능한 우주비행선도 개발 중이다. 추진력을 얻기 위해 연료를 태우는 데는 어마어마한 양의 산소가 필요한데 지상에서부터 이 무게의 산화제를 싣고 활주로를 이륙할 수는 없다. 따라서 이 엔진 기술의 핵심은 비행 중에 실시간으로 산소를 제공받는 것인데, 고속비행 마찰열에 의해 1000도에 달하는 비행체의 외부 공기를 흡입한 다음 불과 0.05초 만에 영하 150도로 냉각시켜 기체인 산소를 저장할 수 있는 작은 부피로 액화시킬 수 있는 열교환기 소재의 개발이 선결되어야 한다.
경제를 모든 물질문명의 하부구조로 파악한 철학자의 주장이 옳고 그른지는 다양한 관점에서의 해석과 평가가 가능하겠지만 단언컨대 재료는 모든 과학기술, 나아가서 인류 문명의 하부구조를 담당하는 기반기술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새로운 재료가 개발되어 그로 말미암은 유용한 제품이 만들어지건, 반대로 이때까지는 없던 니즈를 충족시켜주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존재하지 않았던 재료를 새로이 개발하건 말이다.
철이 만약에 구리 정도만큼의 소량으로만 존재했다면, 청동기시대 이후 우리가 살아오고 있는 철기시대는 도래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인공태양으로 불리는 핵융합발전의 승패는 1억 도의 온도를 견디는 초전도 재료 및 원자로 내벽 재료의 개발에 달려 있고, 태양 탐사선 파커호가 태양의 대기권인 200만 도의 코로나 속을 들락날락하는 것도 내부 기계장치를 감싸고 있는 카본복합 단열재 덕분이다. 인류 문명의 발전은 재료의 개발과 궤를 같이할 확률이 높다.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