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깨끗하게 키운 아이, 면역 약하다?…위생가설 뒤집는 연구결과 잇달아 발표

입력 2021-07-16 17:42   수정 2021-07-26 16:17


“너무 깨끗한 환경에서 아이를 키우면 오히려 면역력이 약해진다고 하니 고민이에요. 그렇다고 지저분한 데서 키울 수도 없고….”

생후 24개월 된 아이를 키우는 김모씨(35)는 매일 아침 청소할지를 두고 고민한다. “아이의 면역력은 세균이나 미생물과 접촉하면서 강해지는 만큼 청소를 너무 자주 해선 안 된다”는 얘기를 지인들로부터 잇달아 들어서다.

‘깨끗한 환경이 아기의 면역 형성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일각의 통념을 깨는 연구가 국제학술지 ‘알레르기&임상면역’ 7월호에 실렸다. 집안을 깨끗하게 청소하는 것과 아이의 면역 형성에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연구진은 많은 사람이 믿고 있는 ‘위생 가설’(면역체계는 어린 시절 세균이나 미생물과 접촉하면서 키워지는 만큼 너무 깨끗한 환경에서 자라면 제대로 형성되지 않는다)을 부정했다. 위생 가설은 1989년 데이비드 스트래컨 세인트조지런던대 교수가 주창했다. 그는 영국 아동 7만 명을 대상으로 형제자매가 몇 명인지, 알레르기 질환을 앓는지 등을 조사했다. 형제자매가 많을수록 세균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고, 면역력도 강할 것이라고 예상한 것이다. 연구 결과는 그의 예상대로 형제가 많은 아이가 그렇지 않은 아이보다 알레르기 질환에 덜 걸렸다.

위생 가설은 학계의 큰 지지를 받았고, 대중에도 널리 알려졌다. 최근 10년 동안 이 가설에 반대되는 연구가 끊임없이 발표됐다. 2009년에는 더 많은 아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형제자매 수와 알레르기 질환 발병률은 무관하다는 연구가 발표됐다. 또 어린이집 유치원 등 집단생활을 하는 아이가 그렇지 않은 아이보다 천식을 앓을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도 나왔다.

이번 연구는 면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변 환경을 샅샅이 조사했다는 점에서 기존 연구와 차별화된다. 연구진은 현대 가정에서 발견되는 미생물은 면역 형성에 도움이 되는 종류가 아니라고 밝혔다. 면역 형성에 도움을 주는 미생물은 지질다당질(LPS) 막을 가진 그람음성균, 세포벽에 무라민산을 가진 세균이다. LPS는 면역 조절 단백질인 A20의 발현을 유도한다. 하지만 이런 미생물은 가정에서 잘 발견되지 않을뿐더러 청소해도 사라지지 않는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또 어릴 때 맞는 각종 백신이 일반적인 면역 형성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위생은 큰 고려 요소가 아니라고 연구진은 주장했다. 결핵을 막는 BCG 백신이 다른 비특이적인 감염도 예방하는 게 대표적인 예다.

연구를 맡은 그레이엄 룩 UCL 명예교수는 “집을 깨끗이 하는 것은 아이의 면역 형성과 관련이 없다”며 “다만 세제 등 과도한 화학약품을 사용하면 알레르기 반응을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

최지원 기자 jwch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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