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뚜기가 라면값 올리자…농심 10% 날았다

입력 2021-07-16 17:36   수정 2021-07-26 16:13

라면 시장 점유율 2위인 오뚜기는 지난 13년간 진라면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 경쟁업체인 농심이 2011년과 2016년 가격을 올렸지만 버텼다. 낮은 가격을 유지하는 대신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전략을 택했다. 낮은 가격 전략은 기업 이미지 개선에 도움을 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밀가루, 팜유 등 원재료 가격 급등을 감당하기가 어려웠다. 오뚜기는 다음달부터 라면 가격을 평균 11.9% 올리기로 했다. 2008년 이후 처음이다. 이 방침에 오뚜기뿐 아니라 라면 기업들 주가는 급등했다. 원가상승을 판매가격에 전가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라면 3사 박스권에 갇힌 이유

오뚜기의 가격 인상은 투자자들의 관심을 라면 업계 1위 농심으로 돌려놨다. 매수세가 이어지면서 15~16일 이틀간 농심 주가는 10% 올랐다. 오뚜기와 삼양식품도 이틀간 6%대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라면 업체들의 주가는 상반기에는 부진했다. 2020년 상반기 코로나19의 수혜를 봤기 때문에 기저효과가 거의 없었다. 농심은 5% 오르는 데 그쳤고, 오뚜기와 삼양식품은 상반기 각각 6%, 10% 하락했다. 라면 외에 다른 식품업체 주가는 강세를 보였다. 상반기 CJ제일제당은 21%, 풀무원은 23% 올랐다.

라면업체와 다른 식품업체의 차이는 가격 인상 여부였다. 풀무원은 지난 1월 두부, 콩나물 납품 가격을 10% 내외 인상했다. CJ제일제당도 2월 두부, 콩나물 가격은 10% 내외, 햇반 가격은 6% 인상했다.

라면 업체들은 가격을 올리지 못했다. 정부와 소비자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상반기 국제 곡물 가격이 급등하고 2분기부터 원재료 가격 인상이 실적에 영향을 미치자 라면값을 올렸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농심의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전년 동기 대비 52% 감소한 198억원에 그치고 있다. 오뚜기와 삼양식품은 각각 15%, 25% 줄었다는 게 증권사들의 추정이다.
“영업이익 구조적 성장 기대”
전문가들은 가격 인상 효과로 라면 3사의 실적이 바닥을 찍고 반등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NH투자증권은 라면 가격 인상으로 오뚜기 영업이익이 9%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른 업체들도 가격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NH투자증권은 농심이 라면 가격을 5% 올리면 영업이익이 기존 추정치 대비 19%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삼양식품도 라면 가격을 5% 인상한다면 영업이익이 4%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삼양식품은 국내 판매보다 수출 비중이 더 크다. 올해 해상운임이 상승하고 환율 효과도 부정적이었던 만큼 수출 라면에 대해서도 가격을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NH투자증권은 분석했다. 수출 라면 가격도 5% 인상할 경우 삼양식품 영업이익은 16% 개선될 전망이다. 오뚜기가 가장 큰 폭으로 가격을 올렸다고 가정했음에도 영업이익 개선 정도가 크지 않은 이유는 전체 매출에서 라면이 차지하는 비중이 20%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오뚜기 라면 가격 인상 발표에 농심과 삼양식품 주가가 더 큰 폭으로 오른 배경이다.

조미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제품 가격 인상은 단기 이벤트가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실적 개선의 중요한 기회가 된다”고 설명했다. 식품업계에서 큰 폭의 가격 조정이 있었던 2011년을 보면 알 수 있다. 2011년 하반기부터 원가 부담이 커진 식품업계가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2012년 이후 국제 곡물가격이 하락하자 약 2~3년 동안 주요 음식료 업체들의 영업이익률이 올라갔다. CJ제일제당 가공식품 부문은 2014년을 기점으로 영업이익률이 두 자릿수가 됐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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