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공백 메우려 태양광·풍력 '과속'…산도 바다도 멍들었다

입력 2021-07-20 18:02   수정 2021-07-28 15:41


“어떤 청정에너지도 원자력과 비교할 수 없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지난 2월 출간한 《기후 재앙을 피하는 법》에서 한 말이다. 그는 “풍력은 ㎡당 생산 가능 전력이 1~2Wh, 태양광은 5~20Wh에 불과하지만 원자력은 500~1000Wh에 달한다”며 “필요한 양의 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해 얼마나 큰 면적이 필요한지 항상 계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력 생산 과정에서 환경 파괴를 줄이기 위해서도 원전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에서다. 이 같은 지적은 국토 면적이 미국의 1% 남짓에 불과한 한국에 더욱 중요하다.
불어나는 신재생발 환경 피해
문재인 정부는 2017년 ‘탈원전 로드맵’을 내놓으며 원전 감소에 따른 전력 생산 공백을 신재생에너지로 메운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국내 발전량의 7%를 차지하는 태양광과 풍력 등의 비중을 2030년까지 20%로 확대한다는 목표도 이때 제시했다.

이 같은 정부 계획은 설치가 쉽고 자재 가격이 비교적 저렴한 태양광 분야에서부터 드라이브가 걸렸다. 2017년 5372개이던 전국 태양광 발전소는 지난달 말 9만1017개로 네 배 이상 늘었다. 태양광 발전 설비 규모도 지난해 말 14.6GW로 문재인 정부 출범 이전과 비교해 17배 늘었다.

하지만 그에 따른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이 미국 세계삼림감시(GFW) 자료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작년까지 4년간 국내에서 8만3554㏊의 산림이 훼손됐다. 산지에 태양광을 설치하기 위해 벌목된 나무는 2017년부터 3년간 249만 그루에 이르렀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에 따르면 단위 면적당 태양광 설비가 차지하는 밀도에서 한국은 네덜란드와 일본, 독일에 이어 세계 4위에 올랐다.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2월 전남 신안을 방문해 선언한 해상 풍력 육성도 만만치 않은 환경 후폭풍이 예상된다. 해상풍력 설비 반경 500m까지 선박 운항이 제한되면서 어장 훼손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정부 목표대로 2030년까지 12GW 규모의 해상풍력 단지가 남서해안 등지에 조성되면 서울 여의도의 1000배 면적에 해당하는 2800㎢ 해역에서 어업활동이 불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수심 50m가 넘어서면 설치 비용이 크게 불어나는 특성상 해상풍력은 어선 및 유람선 통행이 많은 연근해에 조성된다. 풍력 터빈 작동에 따른 소음까지 더해져 환경 피해가 불어나는 구조다.

정부의 해상풍력 확대 방침이 결정된 직후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는 ‘해상풍력 대응지원단’까지 꾸리고 조직적인 반대 활동에 나섰다.
미국 등 “원전도 청정에너지”
지난해 8월 말 기준 전국 태양광 시설 면적은 144.9㎢로 생산 전력은 92만2000㎾h였다. 하지만 최신 원전인 신고리 4호기는 0.45㎢ 면적에서 이와 맞먹는 87만5000㎾h 전력을 만들었다.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을 백지화하면 국내 숲 전체에 맞먹는 탄소저감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연구도 최근 발표됐다. 정용훈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탈원전에 따른 전력 부족량을 메우려면 석탄화력 기준 연 9000만t, LNG 발전 기준 4500만t의 추가 탄소배출이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국내 숲의 탄소 흡수량은 연 4500만t 정도다. 탈원전 정책으로 멈춰 선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재개하는 것만으로도 연 1800만t의 탄소배출 감축 효과를 거둘 것으로 분석됐다.

유럽연합(EU)이 올 들어 ‘녹색산업 분류체계(Taxonomy·택소노미)’에 원전을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EU 공동연구센터는 “원자력이 풍력, 태양광 등과 비교해 인류 건강과 환경에 더 위험하다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며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원전을 택소노미에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도 최근 4000억달러(약 450조원) 규모의 에너지 투자를 추진하며 원전을 수소, 해상풍력과 함께 청정에너지원에 포함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주요국의 이 같은 움직임과 달리 한국은 녹색산업에서 원전을 제외하는 쪽을 검토하고 있다.

정 교수는 “탄소중립 달성 과정에서 원전과 신재생에너지는 보완관계”라며 “한쪽을 배척하기보다는 양자의 균형을 맞추는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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