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리더의 명령'만 기다리는 배는 침몰한다

입력 2021-07-22 18:18   수정 2021-07-23 02:12

2015년 9월 30일 자동차 운반선 엘파로호가 미국 플로리다주 잭슨빌을 떠나 푸에르토리코로 향했다. 항로 상에 태풍주의보가 내려져 있었지만 선장은 출항을 강행했다. 선원들은 두려움에 떨면서도 감히 출항 연기를 건의하지 못했다. 선장의 강압적인 성향으로 미뤄봤을 때 의견이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게 뻔했기 때문이다. 다음날 태풍을 만난 배는 결국 침몰했고, 선장을 포함한 선원 33명은 모두 목숨을 잃었다.

구글과 볼보 등 글로벌 기업들의 리더십 강사인 L. 데이비드 마르케는 《리더십 리부트》에서 “리더의 ‘명령하는 언어’가 그들을 죽음으로 이끌었다”고 단언한다. 평소 선장은 선원들이 의견을 제시하면 무시로 일관했다. 출항 당일에도 선장은 “아무 문제가 없으니 방향을 바꿀 일도 없다”고 말했다. 절대 생각을 바꾸지 않겠다는 뜻을 은연중에 내비친 것이다. 저자는 말한다. “선장과 회사 경영진의 의무는 누구나 자신의 우려를 적극적으로 말할 수 있는 조직 구조를 마련하는 것이다.”

저자의 이런 철학은 1999년부터 3년간 미국 핵잠수함 산타페호의 함장으로 복무한 경험에서 비롯됐다. 부임 당시 산타페호의 실적과 사기는 전국 꼴찌 수준이었다. 저자는 실적 개선을 위해 끊임없이 명령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혔고, 급기야 잠수함에 2단 기어가 없는데도 “2단 기어를 넣으라”고 지시하는 황당한 실수까지 저질렀다. 그런데도 항해사와 갑판원들은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고 “2단 기어!”라고 복창했다.

“그때 리더십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리더의 강압적인 태도가 틀린 것을 틀렸다고 말하지 못하게 한다. 팀원들이 주도적으로 일하지 못하고 리더의 명령만 기다리게 하는 것이다.”

저자는 리더가 어떻게 긍정적인 조직문화를 만들고 성과를 낼 수 있는지 구체적인 행동 강령을 제시한다. 예컨대 상사의 영향을 받기 전 각 팀원이 의견을 낼 수 있도록 회의 전 미리 각자의 생각을 적어 내게 하는 것이다. 이 같은 방법을 동원해 저자가 1년 만에 산타페호를 미 해군의 ‘1등 함정’으로 탈바꿈시킨 경험담이 책 곳곳에 녹아 있어 설득력을 더한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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