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5억 유산, 2년 만에 탕진한 배우…혹시 내 아들도? [더 머니이스트-정인국의 상속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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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07-25 09:45   수정 2021-07-26 09:34

165억 유산, 2년 만에 탕진한 배우…혹시 내 아들도? [더 머니이스트-정인국의 상속대전]


1980년대에 잘나갔던 배우로 임영규씨가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폭행사건이나 어려운 사정얘기가 화제가 되면서 가끔 TV프로그램에 등장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직접 출연해서 그동안의 고단한 인생 이야기를 하기도 했습니다. 임영규씨에 따르면 1987년 배우 견미리와 결혼했으나 6년 만인 1993년 이혼했습니다. 이혼 후 그는 아버지가 물려준 서울 강남의 165억원(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600억원 정도)의 건물 등 유산을 기반으로 미국에서 호화로운 생활을 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임영규씨는 "1993년도에 165억이면 엄청난 금액"이라며 "미국의 캘리포니아주 산타모니카 해변의 저택은 약 5000평에 방만 16개였다"고 회상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방탕한 생활과 사업 실패로 2년 6개월 만에 전 재산을 탕진했다고 합니다. 이후 공허함을 잊기 위해 마시던 술로 인해 알코올성 치매까지 걸렸다고 하니 상속받은 재산을 날려버리는 건 한 순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비록 과거지만, 당시에 '유언대용신탁'이라는 제도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유언대용신탁이라면 임영규씨와 같은 안타까운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쉬운 예를 들어서 설명해 보겠습니다.
상속받은 재산 날릴 게 뻔하다면…
100억대의 임대용 빌딩을 소유해서 재력가로 소문난 근심만 씨는 요즘 걱정이 많습니다. 무엇 하나 제대로 하는 일이 없는 아들 하나 씨 때문입니다. 하나 씨는 게으른 천성에 끈기도 없다 보니 어렵게 들어간 직장에서도 몇 달 버티지 못하고 나오기 일쑤였습니다. 자기 이름을 내걸고 사업을 하면 달라질까 싶어서 원하는 대로 가게를 차려줬지만 사업밑천을 금방 날려먹었습니다. 낭비벽까지 있어서 주머니에 돈이 있기만 하면 유흥비 등으로 흥청망청 써버리기까지 합니다.

근심만 씨는 또다시 사업밑천을 달라는 아들의 요구를 단호히 거부하고 월 500만원 씩 생활비만 지급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제 70줄에 접어든 근심만 씨가 언제 세상을 떠날지 모른다는 점입니다. 근심만 씨가 세상을 떠나고 아들 하나씨가 상속받게 되면 얼마 못가서 전 재산을 탕진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합니다.

근심만 씨는 자신이 죽고 나서 아들 하나 씨가 상속재산 자체에는 손을 대지 못하도록 하고, 다만 상속재산에서 발생하는 수익으로 하나 씨의 생활비를 꾸준히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런 경우라면 '유언대용신탁'을 활용하면 됩니다. 유언대용신탁은 말 그대로 유언을 대신할 수 있는 유형의 신탁입니다. 신탁계약에 따라 해당 자산의 소유권이 신탁회사에게 이전되기 때문에 위탁자가 사망해도 상속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위탁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자산을 관리하고 운용할 수 있고, 사망 이후의 자금 지급시기나 방법, 대상도 자유롭게 설계가 가능합니다.
유언대용신탁, 위탁자가 사망 이후 자산관리 가능
근심만 씨의 경우라면 자기 명의의 빌딩 소유권을 신탁회사에 이전한 다음, 아들 근하나 씨를 신탁재산의 수익자로 지정하면 됩니다. 근심만 씨가 죽더라도 빌딩은 근하나 씨에게 상속되지 않기 때문에 근하나 씨는 이를 처분할 수 없습니다. 근심만 씨가 정한 바에 따라 빌딩의 임대수입을 재원으로 근하나 씨는 신탁회사로부터 매월 일정 금액을 지급받을 수 있을 뿐입니다.

유언대용신탁의 커다란 장점은 재산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다는 점입니다. 신탁회사가 빌딩의 소유자이기 때문에, 나중에 근하나 씨가 파산하더라도 근하나 씨의 채권자들은 빌딩은 넘볼 수 없습니다.
신탁법

제59조(유언대용신탁)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신탁의 경우에는 위탁자가 수익자를 변경할 권리를 갖는다. 다만, 신탁행위로 달리 정한 경우에는 그에 따른다.

1. 수익자가 될 자로 지정된 자가 위탁자의 사망 시에 수익권을 취득하는 신탁
2. 수익자가 위탁자의 사망 이후에 신탁재산에 기한 급부를 받는 신탁
② 제1항 제2호의 수익자는 위탁자가 사망할 때까지 수익자로서의 권리를 행사하지 못한다. 다만, 신탁행위로 달리 정한 경우에는 그에 따른다.

근심만 씨 살아 생전에는 근심만 씨가 근하나 씨에게 직접 생활비를 주면서 근하나 씨를 통제할 수 있지만, 근심만 씨가 사망하고 나면 그런 통제장치가 없습니다. 때문에 신탁회사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유언대용신탁이라고 하더라도 다음의 내용을 고려해 신탁계약에 들어갈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야 합니다.

① 신탁회사에 대한 보수 ; 수탁자 역할에 따라 보수가 발생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신탁계약 체결시 지급되는 보수와 향후 신탁재산의 관리 및 운용에 따른 보수 등이 별도로 존재합니다. 다만 신탁회사에게 지급하는 보수가 과도할 경우에는 수익자에게 지급되는 금액이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② 신탁기간에 대한 고려 ; 현행법상으로는 신탁기간에 대한 제한이 없기 때문에 근심만 씨의 사망 후 아들 근하나 씨도 사망할 때까지 계속 진행되는 내용의 신탁도 가능합니다. 다만 이렇게 되면 지나치게 장기간 해당 재산이 신탁회사의 소유로 묶이는 데 따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근하나 씨에게 자녀가 있다면(근심만 씨에게는 손자), 손자가 성장한 뒤에는 신탁이 종료되고 손자의 판단에 따라 재산 처분이 가능해지는 내용으로 계약구조를 짜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유류분반환청구와의 관계 ; 상속인인 수익자가 수익자로서의 지위를 거부하고 상속인으로서 유류분을 주장하는 경우힙니다. 이에 대해서 최근 하급심 판례는 “고인이 유언대용신탁으로 맡긴 재산의 소유권은 고인이 아니라 신탁을 받은 금융회사가 가진다”며 신탁재산은 유류분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유언대용신탁을 통해 유류분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결과가 되는데, 대법원에서도 이 판결이 그대로 유지될지는 좀더 지켜봐야 합니다.

상속세 과세 ; 종전에는 유언대용신탁에 대해 증여세가 과세됐지만, 2020년 세법 개정에 따라 앞으로는 유언대용신탁과 수익자 연속신탁에 대해 상속세가 과세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정인국 한서법률사무소 변호사/세무사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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