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가 확산 중인 일본에서 지난 23일 도쿄올림픽이 개막했다. 역대 가장 적은 각국 정상급 인사들만 개막식에 참석할 정도로 현지 분위기가 가라앉은 가운데 일본 재계에선 벌써부터 올림픽 이후 '책임 비용'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당초 일본 정부는 개막식에 80~120명 정도의 외국 정상급 인사가 방문할 것으로 예상했다. 스가 총리는 22~24일 사흘간 도쿄 아카사카 영빈관에서 외국 정상들과의 '마라톤 회담'을 기대했다. 하지만 회담 일정이 다 채워지지 않아 일본 정부 내에서조차 "'마라톤'이 아니라 '조깅 회담' 정도가 돼 버렸다"라는 자조 섞인 말까지 나오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닛폰 텔레그래프, 후지쯔, 일본전기주식회사(NEC) 고위 관계자들도 올림픽에 등을 돌렸다. 메이지 홀딩스와 아사히 그룹 홀딩스, 닛폰생명 임원들은 개막식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일찍이 못 박았다. 도요타는 도쿄올림픽 최고 등급 후원사지만 TV 광고를 일절 하지 않기로 했다.
일본 대형 전자상거래업체 라쿠텐의 미키타니 히로시 최고경영자(CEO)도 CNN과의 인터뷰에서 "백신 접종이 매우 더딘 일본에서 전 세계인이 모이는 올림픽을 여는 것 자체가 위험하다"며 우려를 표했다. 미키타니 회장은 "(도쿄올림픽 개최는) 자살 임무라고 생각한다. 일본 정부를 설득하려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고 했다.
앞서 지난 5월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은 도쿄올림픽을 개최해선 안 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당시 그는 트위터에 "일본 국민 80% 이상이 연기나 취소를 희망하는 올림픽, 누가 어떤 권리로 강행하고 있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일본도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 투성이가 돼버렸다"며 "입국 관리를 엄격히 하지 않은 일본 정부 책임이 무겁다"고 쓴소리 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일본 도쿄도가 올림픽 유치에 나섰을 당시만 해도 올림픽 예산은 74억달러(약 8조5285억 원)로 예상됐다. 하지만 실제 투입된 공식 예산은 154억달러(약 17조7485억원)에 달했다.
여기에 올림픽 경기장과 관련 시설 건축 및 개·보수에 든 비용이 70억달러(8조675억원)에 육박하면서 전체 예산은 200억달러(23조500억원) 이상으로 치솟았다. 최초 예상보다 무려 3배가량으로 불어난 셈이다.
일본 재계는 이번 올림픽 스폰서로 30억달러(3조4575억원)를 부담하기로 했다. 역대 올림픽 개최국 기업들이 내는 최대 금액이지만, 스폰서 기업들이 이미 발을 빼면서 목표치에 한참 미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차액은 고스란히 손실로 이어져 일본 정부가 떠안을 수밖에 없다.
일본 민간 연구소 노무라소켄은 올림픽 기간 긴급사태로 인한 추가 경제적 손실이 9820억엔(10조2699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독일 시장조사업체 스타티스타는 이보다 훨씬 큰 총 2조4133억엔(약 25조원) 규모의 경제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봤다.
WSJ는 "일본은 이번 올림픽을 통해 2011년 동일본대지진 참사를 잘 극복한 것은 물론 인구 감소와 경제적 쇠퇴에도 여전히 강국이라는 점을 과시하고자 했다"면서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경제 손실 등 분위기가 침체됐고 일본 총리가 사퇴 압박까지 받고 있다"고 전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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