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양궁에는 금수저가 없다’는 말이 있다. 과거 성적, 학벌과 관계없이 수개월간 이어지는 선발전에서 수천 발의 화살을 과녁 가운데에 가장 잘 꽂은 선수가 태극마크를 단다. 국가대표를 포함한 모든 선수가 ‘제로 베이스’에서 시작해 선발전이라는 촘촘한 체를 통해 걸러진다. 고등학생에게 세계 톱랭커들이 덜미를 잡히는 곳이 한국 양궁대표 선발전이다. 장영술 대한양궁협회 부회장은 “어떤 배경, 어떤 환경에 있는지와 관계없이 오로지 잘 쏜 선수가 선발되는 제도”라고 했다.
전날 한국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선사한 혼성 경기 출전 선수 선발 과정은 양궁협회의 원칙주의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협회는 장고 끝에 ‘현재 최고 기량을 보여준 선수를 대표로 내세운다’는 원칙을 지키기로 했다. ‘혼성 대표 내부 선발전’을 대회 기간 열리는 랭킹라운드로 삼았다. 혼성전에서 2012 런던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오진혁(40), 2016 리우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우진(29)이 아니라 고교생 김제덕(17)이 선발된 배경이다.
랭킹라운드에서 680점을 쏴 25년 묵은 올림픽 기록을 갈아치운 안산 역시 세계랭킹 1위를 경험한 강채영을 밀어냈다. 결국 국제대회 혼성 경기 경험이 사실상 전무했던 두 막내를 첫 혼성 경기에서 시상대 가장 높은 곳으로 이끌며 ‘원칙의 힘’을 증명했다.
양궁협회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공정성을 더 높이기 위해 선발 제도를 바꾸기도 했다. 2019년 8월 열린 대표 선발전부터 기존 국가대표 선수들도 1차전에 모두 참가하도록 한 것이다. 기존에는 비(非)국가대표 선수들끼리 1·2차 선발전을 거친 뒤 국가대표 선수들과 3차 선발전-평가전을 치러 대표를 뽑았다. 기존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그나마 남아 있던 마지막 혜택까지 완벽히 지웠다. 이른바 ‘짬짜미’를 막기 위해 같은 팀 선수끼리 첫 경기에 대결하도록 대진을 짜기도 했다.

2관왕에 오른 안산도 자신의 이름을 세계에 알렸다. 그는 중학교 3학년 때 문화체육관광부장관기에서 전 종목 우승(6관왕)을 차지했다. 2017년 광주체고에 진학한 뒤에는 유스세계선수권대회 혼성전 은메달을 시작으로 2019년 세계양궁연맹(WA) 현대양궁월드컵 4차 대회 개인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제덕과 안산은 남은 기간 올림픽 양궁 사상 첫 3관왕(혼성·남녀 개인·남녀 단체)에 도전한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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