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디지털 통화 시대…달러 투자 '3대 곤욕' 치른다

입력 2021-07-25 17:24   수정 2021-07-26 00:46

지난주 달러 투자자들이 주목해야 할 보고서가 발표됐다. 영국 런던 소재 싱크탱크인 공적통화금융기구포럼(OMFIF)이 각국 중앙은행을 상대로 조사한 외화보유 구성 통화 내역을 보면 ‘앞으로 1~2년 이내에 위안화 비중을 30% 이상 늘리겠다’는 것으로 나타났다. 탈달러화 움직임이 갈수록 빨라질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각국 중앙은행의 외화보유 구성 통화 변화는 통화 가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1년 전 같은 조사에서 위안화 보유 비중을 10% 늘리겠다는 의도가 실행에 옮겨지면서 위안화 가치는 달러당 7.2위안에서 6.4위안으로 10% 가깝게 절상됐다. 코로나 사태로 기축통화인 달러화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예상과 전혀 다른 움직임이었다.

코로나 직후 위안화와 원화 간 동조화 계수가 ‘0.9’까지 높아지면서 원화 가치도 작년 3월 중순 달러당 1285원에서 올해 초에는 1082원으로 급등했다. 한국은행과 통계청이 발표한 국민 대차대조표를 보면 지난해 가구당 평균 순자산이 10.6% 늘어날 정도로 주가, 집값, 채권과 가상화폐 가격이 모두 올랐으나 달러 투자만 10% 넘게 손실을 기록했다.

각국 중앙은행이 위안화 보유 비중을 높이는 것은 존 메이너드 케인스의 화폐 보유 3대 동기 관점에서 보면 쉽게 이해된다. 우선 거래적 동기와 예비적 동기 측면에서 중국의 경제 비중이 미국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면 위안화 보유 비중을 늘릴 수밖에 없다. 지난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미국의 72%에 이를 만큼 경제력 격차가 좁혀졌다. 골드만삭스 등은 아무리 일러도 2030년이 넘어야 가능할 것으로 보였던 중국의 추월이 2028년으로 앞당겨질 것이란 예상을 내놓았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연임한다면 자신의 임기 중에 경제 패권을 중국에 내주는 최악의 수모를 겪을 수 있다는 의미다.

외화보유의 기회비용과 연관된 투기적 동기 면에서 위안화 보유 비중을 높이는 것은 달러 가치가 약해질 가능성을 겨냥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위안화 가치가 절상되면 환차익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차세대 국제통화 질서로 떠오르고 디지털 통화 시대에 예상보다 빨리 정착돼 가는 디지털 위안화와의 연계 목적도 가세하고 있다.

미국은 비상이 걸릴 수밖에 없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 때리기의 주역으로 앉힌 제이크 설리번을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임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 시절 중국 견제의 수장이었던 피터 나바로와 달리 설리번은 중국의 존재를 인정하고 미국의 강점인 네트워크와 첨단기술 우위를 더 강화하는 전략, 즉 ‘설리번 패러다임’을 추진하고 있다.

설리번 패러다임은 주효했다. 다른 요인도 결부돼 있지만 알리바바, 텐센트, 디디추싱, 바이트댄스 등 중국 빅테크의 상징 기업들이 일제히 흔들리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최우선순위를 뒀던 반도체 굴기의 상징인 칭화유니온그룹은 파산 일보 직전이다. 화웨이는 조만간 미국 시장에서 배척당할 위기에 몰리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도 서두를 수밖에 없다. 늦어도 9월까지는 디지털 달러 보고서를 발표할 방침이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13년 만에 열렸던 대통령 금융시장 실무그룹 회의에서 총책을 맡은 제롬 파월 Fed 의장은 디지털 달러 조기 정착을 위해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는 불필요하다”는 극단적인 견해까지 밝혔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달러 중심의 브레턴우즈 체제에서 추진됐던 각국의 환율정책을 되돌아보면 ‘갈등’은 많았지만 ‘전쟁’은 없었다. 다른 국가 통화가 넘볼 수 없을 정도로 달러 위상이 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디지털 통화 시대에는 시작과 동시에 디지털 위안화와 디지털 달러화 간 새로운 기축통화 자리를 놓고 환율 전쟁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디지털 통화 시대에 달러 투자자들은 ‘위안화 절상에 따른 환차손’, ‘모든 거래 내역이 보이는 증강현실 부담’, 그리고 ‘환율 전쟁에 따른 공포’ 등 또 다른 곤욕을 치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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